<7월 28일 민실위 보고서>

지난 21일 MBC를 통해 보도될 예정이던 뉴스 하나가 보도되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MBC가 편집회의에서 취재와 보도를 확정했지만 TV 전파를 타지는 못했다. 한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보도가 누락되는 경우의 전화라면 그 발신지가 정치권이나 광고주쯤 되려니 하겠지만 이번 건은 동종 업계인 KBS였다.

MBC 노조가 주장하는 전말은 이렇다. 21일 강원 지역의 시민단체가 KBS 춘천총국 앞에서 KBS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춘천 MBC가 취재했다. 이를 안 KBS 춘천총국의 한 고위 간부가 춘천 MBC 측에 전화를 걸어 취재 내용이 보도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춘천 MBC의 고위 간부는 ‘우리(MBC) 파업 때도 KBS에서 안 다뤘으니 우리도 안 다뤘으면 좋겠다고 부탁이 왔는데, 이번 한번 봐주라'고 취재 기자에게 말했다. 그리고 해당 기사는 MBC 화면에서 볼수 없었다.

민주주의와 민생, 사회공공성 실현을 위한 강원지역 연석회의는
오늘(21일) 오전 KBS 춘천총국 앞에서
KBS 새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KBS 새 노조의 파업이 KBS의 보도에 대한 자성과
정부의 언론장악을 저지하기 위한 파업이라며,
KBS 새 노조와 연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뉴스 비중이 그리 크다할 수 없는 짧은 뉴스다. 요즘 언론 보도가 하수상하니 혹시라도 이런 뉴스 안 나갔다고 뭐 그리 대수일까 생각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짧은 뉴스에까지 검은 손이 미친다면 다른 뉴스는 얘기해 뭐할까? MBC 기자가 간부로부터 들었다는 말은 ‘한번 봐주라’가 언론계의 오랜 관행임 시사한다. 한번 봐달라 한 이는 공정방송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파업이 한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언론사의 고위 간부다. 한번 봐준 이 역시 공정방송의 기치 아래 40일 파업이 진행되었던 언론사의 고위 간부다. 해고에, 정직에, 지방유배까지 감수하고 있는 후배 언론인들을 봐주어도 모자랄 판에, 엉뚱한 걸 봐달라 하고 봐주었다.

정권이나 자본에 부담을 주는 목소리는 주류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렵사리 취재가 이뤄져도 기대만 잔뜩 하게 하고 뉴스에서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자회견 현장에 나타난 기자와 카메라는 그야말로 현장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로 전락하고 있다. 물론 취재한다고 해서 모두 보도되는 것은 아니며, 그래서도 안되는 것이 언론 내부의 규율이다. 그것이 곧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편집권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 보듯 전화 한통에 봐주고 말고가 좌우된다면 이미 편집권이 아니다. 권력에 밉보일까 봐주고, 광고 떨어질까 봐주고, 동종 업계라고 봐주고...이제 고마 해라, 많이 봐줬다 아이가~

2010년 7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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