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위원장 편지

조합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여름휴가에 가족과의 즐거운 시간으로 재충전하고 그 힘으로 연말까지 무사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노동자들의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이겠지요. 그러나 올해는 마음 편히 여름을 보내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많아졌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겁습니다.

7월 1일 파업에 돌입해 한 달 내내 힘찬 투쟁을 벌인 KBS 본부 조합원들은 지난 29일에 열린 파업중단 집회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쏟았습니다. 지난 2년간의 굴욕과 수모, 파업 기간 동안 하나가 된 동료에 대한 애정, 앞으로 서로에게 다가올 고초에 대한 안쓰러움, 좌절과 두려움을 딛고 난관을 돌파했다는 자신감... 이런 감정들이 얽히고설켜 뜨거운 눈물이 되었겠지요. KBS본부 조합원들의 분투에 감사드립니다. KBS본부의 궐기와 승리로 우리는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것을 조합원들께 보고 드립니다.

진주MBC 지부에서는 전체 65명 조합원의 15% 가까운 10여명이 대량 징계를 당했습니다. 들끓는 안팎의 분노로 재심에서 일부 감경 되었지만 정대균 지부장이 해직되었고 조합원들도 정직 8명, 감봉 1명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지역방송을 지켜야 한다.’는 절규에 정권의 주구들은 난도질로 답했습니다. 오죽하면 그 한을 골수에 새긴다고 했을까, 치솟는 분노를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징계문제보다 지역방송 강제통폐합 저지가 급선무라며 진주 MBC 조합원들은 시민들과의 연대투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진주에서 높이 올린 ‘지역방송 사수’의 깃발은 전국으로 확산되어 갈 것입니다. 우리 언론노동자들의 힘과 정당성을 강화하고 지역주민들과의 입체적 연대 투쟁으로 확대되어 정권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입니다. 오늘의 작은 위로대신 지원과 연대의 뜨거운 결의를 전는 것이 진주의 희생에 답하는 최선의 길이라 믿습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정지된 듯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시간은 쉼 없이 흘렀습니다. 기세등등, 언론을 한 손으로 쓸어버릴 듯 광분하던 이 정권도 이제 절반만 남겨 두고 있습니다. 이 정권은 지자체 선거에서 옆구리를 호되게 채여 꼬리를 내리더니 자중지란의 야당 덕택에 기사회생, 다시 콧등을 높이 쳐들어 고기 냄새를 찾아 킁킁거리고 있습니다. 차고 기우는 달의 이치를 알지 못하는 자들에게 어찌 겸손과 절제의 지혜를 기대하겠습니까?

곧 다가올 9월 정기국회부터 연말까지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공세가 예상됩니다. 언론에서는 종편 사업자 선정과 특혜 정책, TV수신료 인상, 미디어랩 실행, 공영방송 사유화 등 언론노동자와 국민들의 저항에 막혀 관철시키지 못했던 정책과 법안들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 번 8월은 이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에 맞서기 위해 우리의 힘을 모으고 준비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 결전에 대비해 언론노조는 8월과 9월초에 단위노조 대표자 회의를 시작으로 중앙위, 대의원회를 통해서 우리의 힘을 정비하고 결집해 나갈 것입니다. 타임오프 등,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려는 저들의 의도를 무력화 할 방안을 찾아 대의원들의 힘찬 결의로 관철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정권의 의도에 부합해 언론노조를 공격하는 사측에 대해서는 단호한 응징으로 대응하겠습니다. 조합원 동지들의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당부 드립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헌신과 노력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의 행태로 보아 숨이 넘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발악을 멈추지 않을 저들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힘이 필요하고 그 힘은 전적으로 조합원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해직 8명, 정직 등 징계 170명, 기소재판 60명. 언론노조의 현실입니다. 진실을 두려워하는 저들은 우리의 바른 목소리를 틀어막기 위해 가혹하게 탄압했지만 우리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굳건히 버티고 있습니다. 앞서 고초를 겪은 조합원들은 물론, 전 조합원이 ‘언론장악 저지’라는 시대적 소임에 한 마음으로 싸워왔기 때문이겠지요. 우리와 결의와 각오는 조금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승리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하고 더욱 굳건해 질 것을 확신합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2010년 여름, 우리의 여름은 뜨겁게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우리보다 더 뜨겁게 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이포보와 함안보에서 고공농성중인 분들입니다. 이들의 장렬한 투쟁을 지면과 화면에서 신속,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소명임을 잊지 말고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승리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날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깃발을 올릴 수 있도록 마지막 결전을 준비해 주십시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