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이 아닌 다른 시대에 노조 지부장이었으면 어땠을까?
이왕 할거면 민주언론에 대한 탄압도 없고, 정권의 나팔수나 낙하산도 없는 시절...
언론노조의 깃발이 무서워서든 아니면 언론노조의 정당성 때문이든 언론과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정권 시절의 노동조합 지부장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스팔트가 들고 일어나는 뜨거운 뙤약볕에서의 싸움.
너무 추워서 서 있기조차 힘든 계절의 파업과 투쟁.
경찰보다 더 적은 인원으로 무기 없이 맨몸으로 그들과 맞서 싸웠던 국회.
추운겨울의 천막농성. 이런 것 없이 노조 지부장을 하면 편했을까?
지역방송이라 차별받으며 그 차별에 대한 몸부림.
지역방송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사장들의 잘못된 인식에 대한 싸움.
지역이라 한 가지 과제가 더 붙을 수밖에 없는 지역 언론 지부장의 위치...
모든 것이 이롭고 여의치 않은 상황.
이명박 정권과 비슷하게 시작해서 비슷한 시절에 끝날 것 같은 저의 운명 또한 좋은 운명은 아닌 듯싶습니다.

그러나 요즘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싸움.
이 산을 넘으면 다가오는 건너야 될 강과 자갈밭.
다시 나타나는 산과 가시밭길. 저 사람들은 왜 이리 싸움을 거는지.

그러나 그때마다 굴하지 않고, 피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고 의연하게 때로는 거칠고 독하게 싸운 우리들의 몫은 ‘승리’였습니다. 때로는 상대방이 강해서가 아니라 비열한 술책과 비겁한 방법에 허를 찔려 당황하긴 했지만 그 끝은 결국 ‘조롱’으로 남을 것입니다. 저의 행복은 진실이 통해서 시작됐고 언론노조의 지부장으로서 싸울 상대가 있어 게으를 수 없고, 뉴스 앞에 있는 딸의 질문에 ‘정의’를 위해 싸우는 아빠와 아빠 친구들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서, 그래서 당당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래서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행복한 시대에 노조를 책임지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역방송이 미디어랩, 종편이라는 산을 넘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역민방 종사자이기에 우리의 한숨을 토해내려 합니다. 대부분 사장들이 임기 4년 이상 5년, 6년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능력과 리더쉽의 대가라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기에 우리의 가슴은 답답합니다. 임기가 길게 왔다는 것의 다른 의미는 더 이상 임기가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의 반증이라 노조가 환영해야 하지만 그도 그렇지 않습니다. 떠나면 그만인 사람이 과연 지역민방의 미래와 기업의 가치를 고민할까요? 백척간두에 놓인 지역민방 종사자들의 고민이 두꺼운 것에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방송은 국민의 것이고 기업은 구성원들의 것이기에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또 싸움에 들어갑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맞을 내일을 기대합니다.

지난 7월 노조 지부장 연임을 하게 되며 유독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연대’라는 두 글자입니다. 지난해 언론노조 파업, YTN 투쟁, MBC 파업, KBS 파업 승리의 원동력. 진주 MBC에 대한 시민들과 언론의 연대.

지역 민방 노조원들의 강한 연대가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줄 무기입니다. 8월의 편지를 보내신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님을 통(通)한 노조원들의 연대로 확실한 승기를 잡기를 소망(?)합니다.

2010년 8월의 혹서나 열대야보다 더 뜨거운 열정과 끈끈함으로 더욱 연대하는 언론노조가 되기를 바랍니다. 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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