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민실위 보고서>

지난 13일 KBS는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부적절한 발언을 단독 보도했다. 이후 각 방송사 메인 뉴스에서 ‘조현오 꼭지’는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조현오 꼭지’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청문회 후보자들의 기사를 한 두름으로 엮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방송 뉴스를 구성할 때 중심이 될만한 기사가 있으면 관련 꼭지를 엮어 보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MBC와 SBS도 최근 의미 있는 기사를 보도했다. 16일 MBC 9시 뉴스는 국세청이 유독 청문회 후보자들의 납세 기록만 열람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SBS 8시 뉴스는, 공직자들에겐 사과 한번으로 끝나는 위장전입이지만 일반인의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처벌을 받는지를 취재해 보도했다. 청문회 후보자들의 의혹만을 나열하는 보도에 기획 취재를 보탰다. YTN도 지상파 방송이 다루지 않은 청문회 후보자들의 의혹을 폭넓게 전하기 시작했으며, 청문회 일정과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공방을 전화 연결 등을 통해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아쉬운 대목도 적지 않다. 우선 청문회 보도의‘조현오 편중’ 현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KBS의 ‘조현오 특종’ 이후 지난 16일까지 지상파 3사의 메인 뉴스는 모두 26건의 청문회 관련 리포트를 방송했다. 이 가운데 18건이 조현오 후보자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때문에 청문회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들을 축소하고 감추기 위해 조현오 한 사람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닌가 경계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신재민, 이재훈 후보자 부인의 투기 의혹이 보도되고, 진수희, 박재완 후보자의 딸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인이 된 사실이 보도되었다. 김태호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었고 이재훈 후보자의 논문 관련 의혹도 방송을 타고 있으므로 아직 오해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또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심층성이다. 방송의 제약성을 모르는 바 아니나, 최소한 후보자 당사자들의 해명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정도는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의혹보다 더 중한 것이 거짓 해명 아니던가?

청와대는 의혹이 넘쳐나는 인물들로 8.8 개각을 단행하는 오만을 보였다. 청문회 후보자 대부분이 현 정부에서 고위 공직에 몸 담았던 사실을 고려하면 미처 걸러내지 못했을 리 없다. 청문회는 20일부터 25일 사이에 열린다. 며칠 남지 않았다. 청와대는 ‘조현오 버티기’로 웬만한 의혹들을 묻어버리려 할 공산이 크다. 방송이, 언론이 여기에 넘어가느냐, 아니냐가 핵심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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