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실위 보고서] ‘가까이서 보좌한 대통령, 어떻습니까?’
‘소탈하세요. 설렁탕 좋아하시고요.’


 뉴스 시간에 생방송으로 ‘보도’된 내용이다. 지난 8일 오후 YTN 뉴스 스튜디오에 출연한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런 대답도 이어간다.

‘대통령은 많이 들으세요. (무슨 말) 하나를 하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 말씀을 들으세요.’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공정한 사회, 뭘 의미하나?’라는 주제로 출연했다. 대변인은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주제를 설명하는 데 장장 11분이나 할애 받았다. 그러니 생방송 뉴스 시간에 대통령에 대해 덕담을 할 수 흔치 않은 기회를 잡았고, 공정한 사회의 이른바 ‘부메랑 효과’에도 대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최근 8.8개각과 장관 딸 특채 파문 등에도 불구하고 안전지대에 남겨진다.

 여론은 ‘이것이 공정한 사회냐’고 질타하지만, 뉴스에 등장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도 굉장히 실망하셨다’고 말한다. 공직사회 현재의 치부이며 내각을 제대로 꾸리지 못해 생긴 결과임에도 대통령의 책임은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는다. 또한 여론은 ‘공정의 개념을 몰라 공정 타령이냐’라고 힐난하지만, 뉴스 스튜디오에서는 ‘권력과 이권의 분리가 무슨 뜻?’ ‘권력자의 자기희생!’이라는 우습지도 않은 대화가 오간다.

 권력을 모르겠는가? 이권을 모르겠는가? 하물며 공정의 뜻을 모르겠는가? 그래도 ‘자기희생’이라니 그럴싸하게는 들릴지 모르겠다. 이후 김희정 대변인은 공정한 사회를 이리저리 연결시킨 정책과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을 홍보하고, 사정 드라이브에 대한 공직 사회의 불안 심리도 다독이는 덤까지 거머쥔 채 장장 11분에 걸친 뉴스 출연을 마친다.

 YTN은 ‘공정한 사회’ 홍보가 미진하다고 판단했는지 이틀 뒤인 10일 오후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시 생방송 뉴스에 출연시켰다. 주제는 ‘고용노동부, 공정한 사회 실현 대책은?’이었다. 생방송 10분 동안 박재완 장관의 발언에서 뉴스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현직 장관이 출연한 만큼 청년실업과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 등 현안이 질문에 등장했지만 장관의 답변은 뜬구름을 쫓았다. 구체적으로 이랬다. ‘(임금격차) 넘치는 곳은 깎고 모자란 곳은 채우는 슬기를 발휘해야’ ‘(사내하청 실태조사 이후 대책) 아직은 구체적 방안 없어’ ‘(노동시장) 공정하면서도 역동적으로 만들어야’ 심지어 청년실업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학교 커리큘럼이 실사구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느니, ‘청년의 경쟁력, 취업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말로 책임을 학교와 청년에 슬쩍 넘겨버렸다.

‘ 공정한 사회’는 현 집권 세력의 통치 이념이다. 이를 검증하고 감시해야 할 언론이 홍보의 장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한다면 나팔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야심차게 들고 나온 통치 이념이 정권 내부의 치부 때문에 자가당착에 빠진 상황임을 고려하면, 불고 있는 나팔이 보통 나팔이겠는가? 
 YTN 노조가 나서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한다. 외압이 있었는지, 자가발전인지가 핵심이다. 어떤 경우든 언론의 가치는 이미 훼손됐다. 공정한 사회를 홍보하기 이전에 공정한 보도인지 돌아봤어야 했다. 언론의 자기검열이란 정권에 부담스러운 보도를 스스로 누락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한발 더 나아가 정권을 이롭게 하는 보도를 생산해 낸다면 이는 부역이다. YTN은 어디에 서 있는가?

                                                                  2010년 9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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