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실위 보고서]신동욱 앵커 사과가 진정성 얻으려면…

위기의 클로징멘트

앵커는 하는 일이 제각각이다. 어떤 앵커는 보도 내용을 결정하는 권한까지 쥐고 있지만, 어떤 앵커는 누군가 써주는 원고를 그대로 읽기만 하기도 한다. 그러나 방송 뉴스로 보여지는 앵커의 역할은 취재해 온 내용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앵커가 하는 말이 누가 써준 것인지, 직접 쓰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직접 쓴다 한들 취재 내용을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게 된다. 적어도 한국의 방송 뉴스에서 앵커를 선명하게 구별하는 딱 하나의 기준은 클로징멘트를 하느냐, 마느냐이다.

앵커의 클로징멘트는 보도인가? 형식적으로 볼 때 기사도 아니고, 논평도 아니다. 그러나 내용에 따라서는 짧은 논평의 성격을 갖는 보도가 될 수 있다. 클로징멘트라는 생경한 용어, 방송국 내에서나 쓰이던 용어가 보도로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데는 MBC 신경민 앵커의 역할이 컸다. 뉴스를 마감하면서 던지던 판에 박은 클로징멘트에 민감한 이슈를 담아내자, 시청자가 귀를 기울였다. 위에서 말한 앵커를 구별하는 기준을 정확히 해두자면, 클로징멘트를 간단한 인사말로 판에 박힌 듯이 하느냐, 보도로서의 클로징멘트를 하느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양배추 김치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SBS 8시 뉴스의 신동욱 앵커가 ‘논란으로 볼 일인지 의문’이라는 클로징멘트를 했다. 지난달 30일의 일이었다. 앵커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앵커는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본인이 사과까지 한 일을 들추어내는 것은 이번 일을 핑계로 앵커의 클로징멘트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어찌 보면 신동욱 앵커는 신경민을 추구하는 다수의 앵커들이 이번 일로 더욱 힘들어질 상황에 대해 사과해야 할지 모른다. 클로징멘트에 박수 치고, 때로는 분노할 권리를 시청자들이 빼앗기게 되는 상황에 대해 미안해해야 할지 모른다.

지난 4월 클로징멘트 때문에 ‘클로징멘트를 클로징 한다’는 말을 남긴 채 앵커 자리를 떠났던 MBC 신경민 앵커를 비롯해, 클로징멘트 때문에 이런저런 통제를 받는 앵커들이 한둘이 아니다. MBC 9시 뉴스는 신경민 앵커 하차 이후 클로징멘트가 사라졌다. SBS에서도 앵커 교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동욱 앵커가 부적절한 클로징멘트로 시청자의 비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클로징멘트에 뉴스를 담아내는 몇 안 되는 앵커 중 한명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 내용에 동의 하느냐 마느냐는 논외로 하고 말이다. 민실위는 신동욱 앵커의 클로징멘트가 위축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며, 클로징멘트가 판박이 인사말로 회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신동욱 앵커는 자신의 클로징멘트가 ‘대통령을 옹호하려 한 듯 한 인상을 준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사과했다. 이 사과에 대해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클로징멘트에 대한 간섭과 통제를 막아내고 권력을 향해 더욱 날카로운 클로징멘트를 생산해 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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