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권력입니다. 입법, 행정, 사법부에 이어 ‘제4부’라 불리기도 하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법률상으로 어떠한 공적인 권력을 부여받지 않았으면서도 언론이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거대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힘은 아무 언론사에나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 힘이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언론이 3부에 버금가는 힘을 갖고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그 언론이 주민, 즉 시청자와 독자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고 그 힘을 주민들을 위해서 사용할 때에야 비로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정당한 힘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 이 원칙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진주MBC를 청산하고 창원MBC에 강제로 통합시키려는 시도입니다. MBC사장인 김재철과 진주MBC와 창원MBC 사장을 동시에 맡고 있는 김종국이 벌이고 있는 희대의 주민사기극입니다. 진주, 창원 양사의 합병계약서를 보면 ‘갑’과 ‘을’이 모두 김종국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MBC 발(發) 코미디입니다.

진주MBC는 1968년에 경남 서부지역의 상공인들과 지역민이 설립한 방송사입니다. 지난 42년 동안 진주, 사천, 남해, 하동, 산청, 함양, 거창 등 서부경남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방송을 해왔고 전국의 어느 지역보다 주민들의 사랑과 후원을 많이 받은 방송사입니다. 재정이 어려워져서 불가피하게 강제통합 대상으로 전락한 것도 아닙니다. 재정기반은 대도시 지역보다 취약하지만, 노사(勞使)가 오랫동안 노력해서 다양하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만드는 데 성공해서 지금은 흑자를 내고 있는, 재정적으로도 다른 지역방송사의 모범이 되는 그런 방송사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의견수렴 한 번 없이, 진주MBC를 청산하고 생활과 문화가 다른 창원MBC로 통합시키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말문이 막힙니다. 아마 김재철, 김종국 양씨가 ‘방송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구나’, ‘공영방송 MBC’의 ‘공’자도 이해 못 하는 그런 천박한 사람들이구나’ 하고 짐작해 볼 뿐입니다.

사람과 돈과 문화 등 모든 것이 서울로, 서울로 집중되고 있는 우리나라 사정에서 지역 방송사는 단순히 하나의 방송사가 아닙니다. 지역의 정치와 경제, 문화와 교육의 중심이 됨은 물론이고, 그 지역의 미래와 희망까지도 책임지는 기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6.2 지자체 선거에서 드러난 우리 국민의 뜻은 지역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더 강화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국민의 뜻을 쫓자면, 오히려 진주MBC 같은 방송사를 더 지원하고 키워야 할 판입니다. 그런데 국민들의 뜻과는 반대로 서둘러 없애버리려 한다면 ‘도대체 그 의도가 무엇이냐, 분명히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라고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세간의 의혹대로 만약 두 김 사장이 사장 연임을 위한 성과물을 만들기 위해 진주와 창원MBC 통폐합을 밀어붙이고 있다면, 이는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역 주민을 팔아서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 자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들이 언론계를 떠난 이후라도 끝까지 쫓아가 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죽은 뒤에라도 지역방송을 파괴한 부끄러운 언론인들이라는 기록을 남겨 후대의 지역 언론인들이 두고두고 경계의 표석으로, 반면교사로 삼도록 할 것입니다.

지역의 방송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지역 주민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단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자들이 애써 키워온 한 지역방송을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주MBC는 김재철, 김종국의 것이 아닙니다. MBC본사의 것도 아니고 정부의 것도 아닙니다. 바로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지역주민들의 것입니다. 머슴이 주인의 뜻을 묻지도 않고 논밭을 팔아버리는 것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묻지 않은 진주, 창원 MBC통합은 원천무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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