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사천)
 언론이 다루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때로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고 큰 영향력을 미치는 중요한 의제설정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언론의 공공성, 공익적 기능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고 이를 견지하고, 자본과 권력에 예속되지 않고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각종 법, 제도적 견제장치를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방송사 사장으로서 김재철 사장이 이러한 언론 본연의 기능에 대해 모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특히 지역방송 운영의 문제를 경영과 효율의 시각에서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자못 이해하기 힘듭니다.

 진정 이와 같은 언론의 공공성,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내용적 통폐합을 이루려 한다면, 올 3월에 통폐합에 대한 안을 내놓고 불과 6개월여 만인 지난 9월에 합병주주총회를 날치기로 처리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또 과연 이 통폐합이 내용상으로 언론의 공공성을 담고 진행되는 것인가 의구심을 갖게 하는 지점입니다.

 아시다시피 진주MBC는 서부경남 지역민의 정서와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방송입니다. 행정구역상 같은 경남권이라는 이유로 통폐합한다는 것은 경남권 내에도 지역적인 정서와 문화, 정치, 사회적 차이가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입니다. 과거 진주 혁신도시를 만들기 위해 진주와 마산 간 입장차이가 컸던 점이나 최근 남강댐 물 부산공급에 대한 지역 간 입장 차도 바로 그 좋은 사례라 할 것입니다. 그때 서부경남의 입장과 여론을 대변한 것이 바로 진주MBC였습니다.

 형식적인 자본주의적 통폐합은 과거 부산방송이 부산경남방송으로 이름을 바꾼다한들 경남의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만 보더라도 졸속 통폐합의 결과는 예측 가능한 것입니다. 경남 민언련에서 모니터한 결과 KNN 메인뉴스 보도의 60%가 부산지역 소식이라는 점만 보더라도 경남 전체의 입장을 두루 대변하고 있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역민의 목소리는 묻힐 수밖에 없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송이 없어짐으로써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의 것이 되는 것입니다. 경영, 효율의 논리만으로는 상업방송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통폐합의 가장 큰 문제는 방송의 소비자이자 주체인 지역민의 정서를 철저히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디어 주권이 방송사 사장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착각입니다. 지금 이 통폐합은 방송의 3 주체, 그중에서도 미디어 주권자인 지역민을 배재한 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지역민을 그저 방송의 소비자 정도로만 생각하는 김재철 사장의 사고를 반영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과연 김재철 사장이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인가 자질을 의심케 합니다. 이 지면을 빌어 이번 진주-창원MBC 통폐합의 문제는 곧 방송의 효율성과 시장주의의 논리가 아닌 방송의 공공성, 지역주민의 미디어 주권 차원에서 다시 재조명해야 한다는 제 의견을 말씀드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강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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