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통폐합은 민영화 수순, 종편에 광고를 몰아 주기 위한 연주소 철거작업이다.

 MB정권이 MBC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MB맨 김재철을 사장으로 안착시키는 데 성공한 MB정권은 이제 그 낙하산 사장을 통해서 보도 프로그램 장악과 MBC 사영화 전 단계에 돌입했다. 내년 2월 사장연임에 목을 매는 김재철은 ‘청와대 쪼인트’를 자청해서 맞고 있는 형국이다.
 그 증거가 ‘W’와 ‘후플러스’의 폐지, 지역MBC 통폐합이라 할 수 있다. MB정권이 이를 갈며 싫어하는 프로그램은 이론의 여지없이 ‘PD수첩’이다. 2008년 방영한 ‘PD수첩’<긴급취재-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 안전한가?>편에 대한 정권의 집요한 탄압을 봐도 그 정도를 알 수 있다. 김재철은 지난 8월 17일 ‘4대강 의혹’편을 불방하면서 ‘PD수첩’ 손보기를 시도했지만, 전국민적 저항에 무릎 꿇고 일주일 만에 방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9월 27일 MBC의 대표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W’와 ‘후플러스’의 폐지였다. 김재철은 여러 핑계를 대지만 공영성 포기, 청와대 비유 맞추기일 뿐이다.

 MBC의 공영성을 제거하고 사유화하기 위한 시나리오는, “방송문화진흥회 장악→ MBC 경영진 교체 → 뉴스 연성화․시사고발 프로그램 폐지 → 지역 MBC 통폐합 → 사유화”의 차례라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가 성립하려면 ‘노조를 무력화’하거나 ‘MBC 구성원을 분열’시켜야 한다. 이와 밀접히 연결된 것이 지역MBC 통폐합이다.

 김재철은 지난 3월 본부장과 지역사 사장을 '고대와 TK'로 도배해 MBC 장악 진용을 짰으나 MBC노조의 강력한 투쟁에 혼쭐이 났다. 김재철은 6월 부국장․국장 인사를 통해 이른바 ‘문제없는 사원’ 80여 명을 승진시키고 8월에는 상반기 사원평가에서 최하등급인 R등급을 ‘나눠먹기 평가, 보복평가’라는 조롱을 감수하고 강제 할당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이는 MBC노조가 해고를 포함한 대량징계에도 흔들림이 없자 인사권을 통해 MBC 내부를 장악하겠다는 적극적 의사표현이지만 김재철의 또 다른 노림수는 MBC 특유의 자율, 창조, 협업문화에 상처를 내고, 구성원들 사이의 반목과 경쟁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이런 치졸한 작태는 9월 10일, '진주-창원MBC 합병 날치기 주총‘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갈등유발을 통한 분열통치를 MBC 전체 네트워크로 확장시키려 의도된 것이다.

 진주MBC를 창원MBC에 강제합병시키는 데에 진주와 창원MBC 구성원들의 대응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MB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서 언론노동자의 양심을 걸고 함께 투쟁한 MBC조합원들이지만, ‘진주MBC 강제 통폐합 저지투쟁’에 대한 집중도는, 서부경남 지역민들과 함께 직접 지역방송을 만들어 온 진주MBC 구성원과 다른 지역 MBC구성원들이 다를 수밖에 없다.
김재철은 ‘집중도의 차이’를 “진주와 창원, 지역과 서울”이라는 프레임을 짜 맞춰 ‘입장의 차이’로 왜곡시키고 이런 착시효과를 강조해 구성원 간의 대립-갈등으로 몰아 내부분열을 유도하려 하고 있다.
또 지역MBC 통폐합은 서울의 전파료를 줄이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지역MBC 연주소를 축소해 MBC를 약화시키고, 그에 따라 줄어드는 지역MBC 광고총량 20~30%를 ‘조중동의 종합편성채널’에 넘겨주겠다는 청와대의 의도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지역 MBC가 서울의 단순 중계소로 전락하면 자본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결국 MB정권은 MBC의 힘인 지역 네트워크를 없애고 그 과정에서 지역 간, 서울-지역 간 갈등을 유발해 MBC의 강력한 단결력에 흠집을 내어 MBC 사영화를 유도하고 조중동 종편에 광고를 지원하자는 의도이다.
김우룡, 최구식의 말처럼 ‘김재철은 PD수첩을 손봐야지 왜 일을 벌이는가?’
김재철은 공영방송 MBC의 공공성․조직안정성․네트워크․미래는 제쳐놓고, 청와대가 좋아하는 모든 카드를 한꺼번에 꺼내 들고 충성서약을 하는 중이다. 

이제 MB정권은 표면에 나서지 않고 연임카드를 만지작거리며 MBC를 주무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MBC노조의 단결력이 MB정권의 노림수를 이기고 있다. 초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방통위 앞 농성장을 지키는 MBC 본부 전국 19개 지부장의 결연한 의지가 그것을 말해준다. 항상 그랬듯이 권력과 자본의 언론공공성 침탈을 막는 방법은 언론노동자, 시민사회의 강력한 연대투쟁과 압도적 여론의 지원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진주MBC 조합원들과 서부경남지역민들은 MB정권의 언론장악 굳히기에 맞서 온몸을 던져 투쟁하고 있다. 진주MBC가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수호의 진주성’이 될지, ‘우금치’가 될지는 이 투쟁에 연대하는 언론노동자들에게 달렸다. 투쟁의 의지를 다시 벼려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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