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 노조 전임자 수를 규제하는 타임오프제도의 시행이 넉달을 넘겼다. 언론은 넉달째가 되던 11월 1일, 타임오프제 도입률(100인 이상 기업 76.5%)을 전하면서 이 제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의 제목은 약속이나 한듯 거의 ‘타임오프 연착륙’이었다. 타임오프제 도입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셌고, 법안 통과 과정에서도 진통이 컸던 터라 연착륙이 사실이라면 보도 가치는 적지 않다. 그러나 ‘타임오프 연착륙’ 보도를 들여다보면 편파 보도의 요소가 확연하다.

 언론이 ‘타임오프 연착륙’ 보도를 쏟아내기 하루 전인 10월 31일 KEC 노조위원장이 분신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상당수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직접적으로는 경찰의 무리한 체포 시도가 원인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타임오프제에서 촉발된 노사 갈등이 불씨였다. 타임오프제는 유급 노조 전임자 수를 규제하면서도 노조에는 최소한의 보장도, 협상 수단도 허용하지 않은 노동계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제도다. 이러한 제도의 맹점을 사측이 악용해 노조를 무력화 하려는 과정에서 지금의 극한 대립이 빚어진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언론은 ‘타임오프 연착륙’이라고 보도했다. 언론 스스로 모순을 드러낸 꼴이다.

 타임오프 시행 넉달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각 언론사가 판단할 몫이다. 또한 타임오프 도입률 수치(100인 이상 기업 79.5%)만 놓고 보자면 연착륙이란 표현이 무리할 것도 없다. 그러나 수치가 반영하는 현실을 좀더 내밀하게 들여다 봤다면 KEC와 같은 노사 갈등의 현장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타임오프제를 저항 없이 받아들인 한국노총의 경우도 법 개정을 요구를 병행하고 있으니 연착륙은 수치의 착시일 수 있다. 정작 언론사들만 해도 타임오프 협상이 타결된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바로 전날 타임오프 갈등에서 비롯된 노동자의 분신 사건을 스스로 보도해 놓고 어떻게 ‘연착륙’이란 규정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언론은 타임오프 시행 100일째이던 10월 8일을 전후해 이미 연착륙 보도를 했다. 사실 중간 점검의 시점은 넉달보다는 100일이 일반적이다. 언론사에 따라 취사선택 하겠지만 100일에도 점검하고, 넉달이 되었다고 또 점검하는 상황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100일에도 연착륙, 넉달 되던 날도 연착륙이었다. 매달 연착륙을 읊을 것인가? 더군다나 100일을 맞아 나온 연착륙 보도에는 제도 시행의 부작용이 언급되었다. 10월 8일자 연합뉴스 기사의 제목은 ‘타임오프 100일...연착륙 평가 속 난제 여전’이었다. 실제로 연합뉴스는 이 기사에서 한국노총의 타임오프 개정 요구를 들어 갈등의 잠복을 언급했고, 타임오프에 사측이 직장폐쇄로 대응하는 문제를 전하면서 KEC 상황을 사례로 들기까지 했다. 당시 대부분 언론이 연착륙을 강조했지만 부작용을 다룬 보도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11월 1일 언론에 다시 등장한 ‘타임오프 연착륙’ 보도는 천편일률적으로 연착륙만 강조한다. 100일 때 있었던 부작용이 그 사이 말끔히 해소되었나? 우리는 언론이 정부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전하다보니 바로 전날 있었던 분신이라는 부작용의 극한적 사례도 보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제도가 공정하지 못한데 언론 보도 또한 공정하지 못했던 셈이다. 언론이 공정하지 못하면 제도는 더욱 불공정해진다.

2010년 11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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