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4대강 공사 현장 인근인 남한강 이포대교 근처에서 육군 장병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도하훈련 중이던 고무보트가 뒤집히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언론들은 앞다퉈 사고 소식을 전했지만 내용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사고가 난 곳은 육군이 해마다 군사훈련을 하던 곳이다.

 그렇다면 군 당국이 바닥 지형이나 물살의 흐름 등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한 이유가 뭘까? 당연히 이 부분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어야 한다.

 MBC와 한겨레 등 일부 언론은 사고 원인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이들 언론은 4대강 공사 관련성에 주목했다. 강폭을 80~90%가량이나 막고 준설 작업과 보 설치 작업을 하는 바람에 물살이 크게 빨라졌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이 이를 알고도 훈련을 강행했을 수 있다는 의문도 제기했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은 사고 소식을 ‘단순 발생 기사’로만 처리했다. 고작해야 군의 ‘안전 불감증’을 지적한 것이 끝이었다. 사고 다음날의 현장 감식, 유가족의 주장, 심지어는 영결식조차 보도하지 않은 언론이 상당수에 달했다.

 한 신문은 사고 발생을 포함해 단 한건의 기사도 보도하지 않았다. 이러한 언론 상황에 비추어볼 때 ‘사고의 원인’에 대한 관심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된 일인지 상당수의 언론들은 사고 발생 지점을 ‘4대강 공사 현장 인근’이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는 사고 발생 지점을 ‘4대강 사업 3공구 현장인 이포보 인근 하류’라고 표현했지만 중앙일보 기사에는 ‘남한강 이포대교 인근’이라고만 되어 있다. 언론에 ‘4대강 사업’의 ‘4’자만 나와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정부를 언론이 너무도 친절하게 배려하고 감싸주는 것이 아닌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젊은 장병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강은 살인 물살이 흐르던 곳이 아니라 물놀이와 낚시하기 좋은 잔잔한 강이었다. 시청자, 독자에게 이 사실을 숨길 수 없다.

 이포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여주보 인근에서도 지난 8월 보트가 뒤집혀 1명이 숨지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청자, 독자에게 이 사실도 숨길 것인가?

2010년 11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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