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북한의 포격이 감행될지 모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영방송 KBS가 보도한 내용이니 설마 하고 말 일은 아니다. 일주일 전 KBS는 올해 안에 북한이 경기도에 공격을 감행할지 모른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단순 포격이 아닌 생화학 공격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KBS가 보도한 ‘연내 경기도 공격설’ 가운데 생화학 공격 가능성을 제외한 내용의 출처는 일본의 도쿄신문이다. 도쿄신문 보도의 출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대북 소식통이다. 이 소식통은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북한 정찰총국 간부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북한 정찰총국 간부(성명 불상) → 대북 소식통(성명 불상) → 도쿄신문 → KBS', 얘기가 전해진 흐름도이다. 여기에 KBS는 한국의 대표 방송답게 ‘생화학 공격’이라는 새로운 가능성까지 덧붙였다.

 KBS 보도의 문제점은 불분명한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공신력 수준을 낮췄으며, 취재원의 진위에 대한 책임을 도쿄신문에 전가해 둔 채 유언비어에 불과할 수 있는 ‘설’을 마음껏 유포하였다는 비겁함에 있다. 게다가 도쿄신문이 보도 내용을 북한 정찰총국 간부로부터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라 소식통을 통해 전해 들었다는 사실을 밝히지도 않았다.

 KBS만 ‘연내 경기도 공격설’을 보도한 것은 아니다. 다른 TV보도 매체도 예외없이 이를 보도했다. 다만 최소한의 면책 요소는 갖추었다. YTN은 ‘일본의 도쿄 신문이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서울발로 보도’ 했다고 했고, MBC는 ‘구체적인 계획을 전제로 한 발언인지는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SBS는 ‘보도내용의 진위가 불명확하다, 의미있는 정보로 볼 수 없다’는 우리 군의 평가도 전했다. KBS 뉴스에는 없는 내용들이다.

 방송만 ‘연내 경기도 공격설’을 보도한 것은 아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가릴 것 없이 상당수의 언론이 보도했다. 다만 TV에서는 대접이 달랐다. KBS는 9시 뉴스 헤드라인의 첫 순서, 리포트로는 두 번째 꼭지로 ‘경기도 공격설’을 보도했다. MBC 9시 뉴스는 헤드라인에서는 뺐지만 네 번째 꼭지로 보도했고, SBS 8시 뉴스는 헤드라인 두 번째, 리포트 네 번째 꼭지로 다뤘다. YTN과 MBN도 주요 뉴스로 처리했다. 특히 YTN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경기도 공격설’을 키웠다. 뉴스 내용은 다른 방송들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화상 중계를 동원하고 주요 뉴스 시간대마다 반복적으로 톱뉴스에 배치했다. 밤 9시부터 자정뉴스까지는 연달아 톱뉴스였다.

 ‘연내 경기도 포격설’의 진위는 올해 안에 가려진다. 정체 확인이 불가능한 취재원이 있고, 책임을 떠넘길 인용처가 있어 언론은 진위가 무엇이든 안전하다. 그러하니 연평도 사태 이후 전쟁 위기 조장 등의 유언비어를 퍼뜨린 이들이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했다는 뉴스를 당당히 전할 수 있는가 보다. 대한민국 언론은 참으로 편리한 잣대를 지녔고, 참으로 뻔뻔한 낯을 지녔다.

2010년 12월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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