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에 의한 언론장악 음모의 희생양으로, MBC 사장 자리에서 쫓겨난 엄기영 씨가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오늘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지난해 2월, 그는 MBC 사장을 사퇴하며 "MBC는 선배들의 위대한 전통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최고 공영방송으로 남을 것이다. MBC를 지키고 살리는 데 힘과 지혜를 내달라"며 주먹을 불끈 쥐고 비장한 표정으로 MBC 후배 조합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오늘, 그는 "나는 MBC 사장 자리에서 쫓겨난 것이 아니라 정부와 언론에 관해 이견이 있었고, 언론자유는 소중한 가치이나 이것이 좌절돼서 사장직을 사퇴한 것"이라며 언론의 가치를 파괴한 바로 그 정당에 입당했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 그를 지지했던 이광재 전 지사는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로 그가 나서 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아내가 정치를 반대한다며 이 전 지사의 삼고초려를 거절했다. 오늘, 그는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도와 도민을 위한 것이다. 강원도는 한나라당을 필요로 한다."며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로 나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자신을 무참하게 몰아내고 올라선 김재철 사장 하에서 고문 자리를 꿰차고 억대연봉, 운전기사, 고급승용차를 지원받았던 일이나, 이광재 전 지사 당선 이후 그의 낙마를 예상이나 한 듯 갑자기 춘천으로 주소지를 옮긴 것이나, 강원도 재보궐 선거 때 한나라당 유세에 끼어든 것이나, 그의 변절을 예감케 하는 일단(一端)일 뿐이다.

그의 정치적 밑천이 언론인으로 살아온 36년이라면, 오늘의 변절은 그의 36년이 언론인으로서 당연한 사명감이 아니라 오직 출세를 위해 언론인의 허울로 살아왔음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신을 겁박하고 언론을 굴종케 한 MB정권과 한나라당 안에서 그는 어찌 강원도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혹시라도 그가 오늘 한나라당을 선택한 이유가 선거 승리 가능성과 도지사가 되었을 때 중앙정부와 편하게 지내겠다는 기대감을 속셈해 본 결과라면, 그는 애당초 도지사감도, MBC 사장감도 못 되는 인물이다.

엄기영 전 사장에게 묻는다. 자신의 가치관과 명예를 저버리고 허언(虛言)으로 고향 선후배를 실망시켜 가며 얻고자 하는 것이 겨우 그것인가. 3년의 덧없는 쓰임새로 자신이 쌓아온 36년의 명망을 맞바꾸는 것에 과연 부끄러움은 없는가. 엄기영 씨는 지금이라도 MBC 조합원은 물론 이 땅의 언론 노동자들을 낯뜨겁게 만드는 행동을 그만두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고향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일을 찾기를 바란다. (끝)

2011년 3월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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