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고서, 3.9.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일 국가조찬기도회라는 개신교 주최 행사에서 무릎 꿇고 기도한 일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말이 논란이지 개신교계를 제외하고는 비판이 압도적이다. 교계 내부에서도 너무 나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조찬기도회 40여 년의 역사에서 대통령이 무릎을 꿇은 적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개신교 신자이며 장로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모든 공식 활동은 다종교 국가인 대한민국의 행정수반 자격으로 이뤄진다. 어떤 종교에 대해서도 예의를 갖춰야 함은 물론이지만 특정 종교에 편향된 인상을 주어서도 안 된다. ‘무릎 기도’에 대한 비판은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행사 주최 측이 모든 참석자에게 즉흥적으로 요구했고 당시 상황에서 대통령 혼자 못하겠다고 버티는 것이 가능했겠는가 하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난의 화살은 대통령을 넘어 개신교 쪽으로도 향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의 교만을 경계하는가 하면, 최근 이슬람 채권법 때문에 불거지고 있는 개신교의 불만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이 정도 사안이면 뉴스 가치는 상당하다. 대부분 신문이 여러 지면을 할애했다. 사진은 물론이고 사설, 칼럼 등을 동원해 입체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방송 보도는 극단적인 대조를 보였다. MBC, SBS, YTN은 행사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을 중심으로 리포트를 제작해 보도했다. 대통령의 ‘무릎 기도’를 전하기는 했지만 어떤 의미인지 전혀 다루지 않았고 그로 인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사실은 아예 함구했다. 43회에 이르는 국가조찬기도회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것도 짚어주지 않았다. 주최 측이 ‘무릎 기도’를 이례적으로(MBC), 특별히(YTN) 제안했다고 표현했을 뿐이었다. 그나마 MBC와 SBS의 보도는 메인뉴스 프로그램 후반부(지역 방송사 자체 방송으로 대체되는 시간대)에 배치되어 지방 시청자들은 아예 해당 뉴스를 보지 못했다. KBS는 한 술 더 떴다. 두 줄짜리 단신 기사로 처리했고 화면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대통령이 잠깐 비춰진 것이 전부였다. 고의로 축소 보도했다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MBC는 ‘무릎 기도’ 보도에 대해 분명한 통제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시사프로그램에서 이 사안을 다루려 하자 종교 문제가 걸려 민감하다, 지나간 일이라는 등의 이유로 보도를 불허했다. 같은 맥락으로 의심되는 일들이 방송사에서 벌어지고 있다. MBC는 소망교회 문제를 취재하던 PD를 인사조치 했다. 소망교회는 대통령이 장로인 개신교의 대표 교회 중 하나로 최근 이권다툼과 폭력 사건 등이 불거지고 있는 곳이다. 지난 1월 시사프로그램 제작에서 배제된 KBS 기자 역시 공교롭게도 소망교회 문제를 취재하던 중이었다. 이쯤 되면 정권과 방송의 호흡이 척척이라 할만하다. MB시대의 방송들은 권력자의 종교, 종교 권력의 허물을 눈감아 줌으로써 정권의 통성기도에 동참하고 있는 꼴이다.

2011년 3월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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