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 특히 미국의 공화당이 8년만에 백악관 탈환에 성공한 이상 대북정책 등 그동안 못마땅했던 민주당 노선에 수정을 가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지난 7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서도 이같은 조짐은 감지됐던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우리 언론의 시각이 너무도 차이가 났다는 점이다.이번 회담의 결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부시 행정부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큰 틀에는 공감하지만 각론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그동안 클린턴의 포용정책에서 벗어나 상호주의를 적용하겠다는 뜻이다.이에 대해 조선일보 10일자 사설 ‘DJ 대북정책 어떻게 되나’에서 공조 인식에서부터 차이가 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13일자에는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의 말을 빌어 현재의 대북정책이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1면 톱으로 보도했다.‘방미결과와 아전인수’라는 15일자 사설에서도 이번 회담은 실패한 만큼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동아일보 9일자 사설 ‘다시 확인된 대북 시각차’,중앙일보 10일자 사설 ‘한국외교,자찬할 때인가’,한국일보 10일자 사설 ‘한·미, 대북정책에 난기류’에서도 대북정책의 혼선을 부각하기에 급급했다. 이같은 혼선은 결국 한·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귀결된다는 논조였다.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이견이 있다고 해서 우리의 대북정책에 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등식은 비논리적이다.더군다나 미국 내부의 대북정책 전문가들의 말처럼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현재 진행형이며,부시 외교팀도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물론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영향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이런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외교가 필요한 것이고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이다.한편 경향신문은 10일자 사설 ‘대북현안 일괄타결 바람직’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앞서 미사일 개발 포기, 재래식 무기 감축 등 모든 조치를 취해져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음을 질타했다. 한겨레신문 12일자 사설 ‘김대통령 방미 성과와 과제’와 4면 ‘남북화해 박차, 미 냉기 해소 역점’ 제하의 해설기사는 한·미간 이견해소에 역점을 둘 것을 조언하고 있다.문화일보 8일자 사설 ‘한·미 공조와 한국의 짐’,세계일보 12일자 ‘남북에 맡겨진 과제들’도 상생의 길을 찾을 것을 지적하고 있다. 문화일보와 대한매일 사설도 한·미간의 이견은 해소해야할 문제이지 미국의 입만 바라보는 대북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조를 폈다.우리의 일부 언론이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 혼선을 주장하고 있을 때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11일자 칼럼에서 북한과 관련한 김 대통령과 부시의 발언 차이는 장기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도 11일자 사설에서 오히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혼선을 꼬집었다.이런 점에서 ‘대북정책과 관련, 미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의 판단과 이해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 한국일보 12일자 ‘부시 행정부에 바란다’ 사설은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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