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실위보고서 3.16

지난 3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벌어진 대통령의 무릎기도 사건에 유독 방송이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한 데 대해 “MB시대의 방송들이 권력자의 종교, 종교 권력의 허물을 눈감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적이 옳았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일본 대지진 참사에 대해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하나님의 경고’라고 말했다. “신앙적으로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로 나아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발언은 한 교계 신문과의 인터뷰 도중 나온 말로, 인터넷 매체와 트위터 등을 통해 빠르게 알려졌다. 비판 여론이 뜨겁게 일었다. 결국 “진의가 잘못 전해졌다”는 교회 측 해명이 나왔고 문제의 발언은 인터뷰 기사에서 빠졌다.

개신교 목사의 비상식적 발언은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5년 서남아시아 지진해일 참사 때도 있었다. 당시 김홍도 목사(금란교회)는 “비기독교도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말했다. 2008년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를 휩쓸어 6만여명이 희생됐을 때도 강성봉 목사(일산새중앙교회)는 “우상숭배에 대한 주님의 심판”이라 했다.

이쯤되면 개신교의 일부 그릇된 종교관이 반복적으로 사회 갈등을 조장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발언을 접한 사람들 상당수가, 교인이든 아니든, 비판을 넘어 분노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에서만큼은 아무 일이 없다. KBS가 정오 뉴스에서 짧게 보도했고, 리포트 제작을 한 방송은 YTN뿐이었다. MBC와 SBS에는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일본 대지진 참사는 언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사건이다. 특히 이웃 나라의 비극을 선정적인 얘기 거리로 전락시키고 이해타산을 대입하는 사회 일각의 몰지각한 시각에 대해 언론은 이미 상당한 비중을 할애해 비판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하나님의 경고’라는 발언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당연히 언론 보도의 대상이 된다. 신문과 인터넷 매체들은 그리하고 있지만 유독 방송만 침묵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개신교에 부담이 될 만한 기사에는 40초만 할애한 KBS는 대통령의 ‘UAE 유전’ 보도에 생중계 15분, 메인뉴스 리포트 네 꼭지를 봉헌했다. 조용기 목사 발언에 침묵했던 MBC와 SBS도 대통령의 치적 홍보에는 지기 싫었는지 메인 뉴스에서 리포트 세 꼭지씩을 틀었다. 지상파 3사가 당일 쏟아낸 열 꼭지의 리포트 어디에도 정부의 일방적 홍보를 견제할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받아쓰기와 대통령 띄우기의 ‘홍보 매뉴얼’에 충실했다. 짬이 없어서, 끼워 넣을 틈이 없어서라는 변명은 솔직하지 않다.

지난 3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길자연 목사는 한민족 반만년 역사를 ‘우상숭배의 역사’로 규정했다. 지난 8일 PD수첩이 이 문제 등을 다루려 했지만 MBC가 막았다. PD수첩이 방영되었다면 일본 대지진에 대한 개신교 목사의 망언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방송에 당부한다. 권력자의 종교를 비호하지 말고 비판 기능을 회복해 달라.

2011년 3월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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