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마친 노종면 민실위 위원장
“나빠진 언론환경에 공동 대응 절실”

노종면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 위원장이 언론노조에서 임기를 마치고 ‘현장’으로 간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그를 보기는 당분간 쉽지 않다. 그가 취재원들을 만나서 취재를 하거나 방송을 제작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회사에도 그의 책상은 없다. 그가 아직 해직자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8년 10월 6일 YTN 공정 방송 사수 투쟁을 하다가 해고를 당했다.

지난 3월 31일 한 노동조합 요청으로 강의를 하러 양평에 가는 노 위원장을 따라 가봤다. 노 위원장은 양평으로 가면서 천안함과 관련된 질의 전화를 여러 번 받고, 장시간 통화를 이어 갔다. 그는 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가 구성한 천안함 언론검증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달에 2~3번 언론 현실과 천안함 관련 강연 요청이 들어온다고 한다.

노 위원장은 “제가 민실위 위원장을 하면서 언론보도 환경이 조금이라도 개선돼야 좋은 평가를 받을 텐데 언론 환경이 더욱 나빠진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신문과 방송 보도에 대한 민실위 활동과 관련 각 사별 대응 보다는 서로 소통하고 같이 대응하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실위 활동방향에 대해 “보도 불균형에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의 보도 외면 현상에 대해 지적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실질적인 회의체가 구성 운영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공정보도를 막는 주요 장애물로 △경영진의 직접 통제 △언론인의 자기검열 △정권의 언론 통제를 꼽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6일 미디어법 파업 관련 법정 최후 진술에서 “언론노동자에게 월급, 복지보다 방송제작 환경과 취재보도 환경이 중요하다. 미디어법은 언론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민주주의 현실을 규정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미디어법은 국익을 훼손하면서 태동한 법률임을 알고 있다”라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종편 출현과 저널리즘의 환경 변화와 관련 “많은 변수가 존재하며, 언론ㆍ시민사회 진영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은 종편 특혜를 막는 것이며, 위법에 근거해 탄생한 종편의 출생 비밀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위원장이 YTN에 입사하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은 영화 감독이었다. 영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한다. 현실적 문제를 고민하던 그에게 ‘PD’라는 직업은 타협책이었다. PD를 준비했고, 1994년 YTN에 입사했다.

그는 <삼성 생명의 개인 정보 유출 문제>, <서울 지하철 2~3호선 균열 상태 운전> <공군, 골프장 캐디와의 부적절한 술자리> 등 굵직한 특종을 하기도 했고, YTN 간판 프로그램인 ‘돌발 영상’으로 상을 받기도 했다.

2008년 8월까지 YTN 간판 뉴스인 ‘뉴스 창’을 진행하기도 했던 그가 언론노조 YTN 지부장에 나서게 된 것은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이 진행중이던 와중에 노조 위원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YTN 구본홍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 블랙투쟁 등 ‘공정 방송’ 사수 투쟁과 언론노조 미디어악법 저지 투쟁을 함께했다. 2010년 5월부터 조승호 민실위 위원장의 바통을 이어 받아 언론노조 민실위원장으로 활동해오다 올해 3월 31일로 임기를 마쳤다.


임기를 마친 그는 4월부터 현장 감각 등을 익히며 YTN 복직을 준비하겠다고 한다. 오는 4월 15일 해고무효소송 관련 고법 판결 결과와 그 이후에 있을 대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양평 강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는 ‘달빛역전만루홈런’(이진원)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달빛역전만루홈런이 ‘YTN 투쟁’에 동참해 준 날, 故 이진원씨가 직접 추천해 준 음반이다.

“불타는 강속구 그 어떤 변화구도 날 막을순 없어, 던져라 나의 영광을 위해~ 9회말 주자만루 투아웃 투쓰리 풀카운트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가 온거야~ 오늘을 기다렸어 지금이 바로 그때 모두다 일어나 외쳐라 달빛요정 역전 만루홈런~”

 

 

다음은 일문 일답

 

 

▸ 민실위 위원장 임기를 마친다. 지금의 심정은?
- 직을 맡는 것 자체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에 대한 상은 명확히 갖고 시작했던 것 같다. 임기를 마치는 상황에서 보면, 제가 언론의 보도 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시켰어야 잘 했다고 평가를 받을 텐데...  시작 당시보다 지금 환경이 더 나빠진 것 같다. 마음이 무겁다.

▸그동안 신문과 방송 민실위 활동을 평가하면?
- 이 정권 들어서 언론의 문제가 방송쪽에 집중됐다. 상대적으로 신문의 민실위 조직이나 언론인들이 자신의 역할에 대한 부담이 적었던 것 같다. 신문사 지부들의 민실위 복원과 실질적인 활동을 하게 했어야 했는데 완결하지 못했다. 상당히 아쉽다. 하지만, 주요 신문사에 최소한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조직이 다 있기 때문에, 그 조직을 중앙 민실위가 지원해주고, 고민을 나누다 보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은 상대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각 사별로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방송사 나름 힘든 싸움을 해왔다. 중앙 민실위에서 각 사들이 좀 더 조직적으로 서로를 지원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그런 강한 연대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방송 민실위 활동이 활발했다는 것은 보도 간섭과 왜곡이 많았다는 반증이다. 개별로 대응하지 않고 같이 대응하고, 보도방향에 대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억에 남는 민실위 보고서가 있다면?
- 지난해 말에 낸 <‘경기도 공격설’ … 유언비어와 무엇이 다른가?>  보고서다. 북한이 경기도에 포격을 가할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한 것인데 당시 그 내용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오보였다. 당시 보도의 근거는 교토 신문과 대북 소식통을 취재한 것인데, 그 대북소식통은 북한의 정찰총국의 이름 모를 간부였다. 대한민국 언론이 그것을 받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KBS의 경우 생화학 무기 공격설까지 제기했다.
당시 정부는 유언비어 단속을 했다. 경기도 포격설은 정부의 유언비어 단속 요건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됐다.
이 사안은 우리나라 언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다. 무책임한 보도, 부문별한 보도, 사후에 책임지지 않는 보도라는 현주소 말이다. 이런 식의 매체 인용 보도는 안전하다. 남북 긴장을 고조시키는 정권의 논리에 부합하기에 뒷탈도 날 우려가 없다. 오보로 인한 형식적인, 내용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이다. 정말 비겁하고 경박한 언론의 현주소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언론 자신이 직접 취재하고 당당하게 보도할 영역에는 눈을 감았다.

▸ 그동안 민실위 보고서에 대한 반응은?
- 보고서가 발표되면 반응이 있었다. 그래서 아직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실위 보고서가 나가면 일정 정도 자정효과가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가 천안함이다. 민실위는 보고서를 통해 언론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래서인지 최소한의 언론이 언론검증위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검증활동을 의도적으로 훼손하거나 공격했던 보도 사례는 전무했다. 그리고 KBS <추적60분> 등을 통해 의미 있는 보도들도 나왔다. 최근 천안함 1주년을 맞으며 일부 언론들의 이념 공세가 시작됐고, 언론 검증위까지 공격했다.
민실위에서는 최근 출처가 불분명한 북한 보도가 넘쳐나는 이상 현상을 경계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이를 종합하면, 민실위 보고서가 효용이 있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 못 다한 민실위 사업이 있다면, 민실위 강화 방법은?
- 민실위는 조직력 복원이 가장 시급하다. 보도를 둘러싼 각 사의 논의들이 중앙 민실위로 자연스럽게 취합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연대할 수 있은 부분은 연대해야 한다. 민실위가 결코 보도 지침을 만들거나 보도에 개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보도의 불균형에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의 보도 외면 현상에 대해 지적할 수 있다.
조직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이 민실위 회의다. 올해부터는 모든 보도를 모두 모니터링 하고 평가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특정 이슈를 선정해 이것만큼은 관심을 기울여 사후평가까지 집중적으로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보도 이슈를 선점해 공표함으로써 보도가 왜곡되는 것을 예방하는 사전적 효과가 있고, 사후 모니터로 책임을 묻는 기능도 가능하다. 민실위의 일상적인 활동의 기초가 민실위 회의다. 보도 이슈, 투쟁 이슈 점검이 잘 됐으면 한다. 이것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그 이상의 효과가 이뤄질 것이다.
- 제보 사이트는 모든 언론사마다 다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언론이 위축되고 왜곡되어 있다고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상황에선 다수 언론사가 가입해 있는 언론노조가 제보수집의 주체가 되는 것이 상당한 효용성이 있고 파괴력도 있다고 본다.
제보로 수집된 것들이 각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토양이 되고, 그것이 실질적인 보도 투쟁의 근거지가 되지 않을까? 위키리크스의 영향력을 우리 언론이 체험을 했기 때문에 제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일이 나타날 것이다. 각사간 폭로저널리즘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좀 더 자유로운 것이 언론 시민단체다. 언론노조 민실위가 그 기능 수행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 공정보도를 막는 장애물은 무엇이었나?
- 언론사 경영진의 직접적인 통제다. 또 하나는 자기검열이다. PD수첩-4대강, 추적60분-천안함, PD수첩-무릎기도와 소망교회 취재 방해 등의 사례를 보면, 언론사 경영진이 물불 가리지 않고 전면에 개입하는 볼썽사나운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낸 분위기에 언론인 스스로가 위축되고, 자기 검열을 강화하는 부작용이 나오는 것이다.
자기 검열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필요한 보도가 나오지 않았고, 보도의 균형성이 깨지는 현상이 보였다.
경영과 보도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언론 역사를 통해 확립된 불문율이다. 하지만 그것이 깨지고 있는 것은 정권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를 방증하는 것이 정권에 불리한 프로그램에 대한 고소, 정부 기관의 사후 징계 등이다. 보도에 정권이 직접 개입하는 증거들이 아닌가? 정권의 입장이 그렇게 분명하기 때문에 언론사 경영인이 전면에 나서고, 언론인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 종편 이후 언론보도 환경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 그런 전망은 중요하지 않다.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워낙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과연 종편이 기존 매체에서 얼마나 인력을 끌어올 것인지, 아니면 새로 뽑을 것인지, 종편의 보도 방향이 자기 존재를 확인시키기 위해 정부와 각을 세울지, 그렇지 않을지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거기에는 시민사회 진영의 대응의 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는 무엇을 해야 되는지 한 달 뒤에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발 빠른 대응이다. 지금은 종편 특혜를 막는 것이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종편이 태동한 위법에 근거인 ‘출생 비밀’을 알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향후 계획은?
- 분명한 것은 복직을 준비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복직에 맞춰 시간을 잘 쓸 계획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맡을지 모르지만, 바로 일할 수 있는 현장 취재감각을 끌어 올리겠다. 또 체력 훈련과 함께 구성원들과의 만남을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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