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일식 진주MBC지키기서부경남연합 사무국장
“진주MBC를 지켜내 지역을 지키겠다”

 


진주MBC와 창원MBC가 통폐합이 되면 얻는 효과는 무엇일까? MBC 본사는 연간 12억원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진주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돈의 가치’로 함부로 방송사를 통폐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특히 지역방송의 역할을 ‘수익’ 보다 다양성과 지역문화 발전, 공공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만약 MBC 사측의 주장대로 진주-창원 MBC가 통합될 경우 지역의 목소리가 사라진다는 것이 서부경남 135개 시민사회단체가 지적하는 내용이다.

진주MBC는 1968년 경남 서부지역 상공인들과 지역민들이 설립한 방송사로 방송 권역은 진주, 사천, 산청, 하동, 남해, 진주, 고성, 의룡, 수동, 함양, 마천 등 서부경남 지역이 해당된다. 40여 년의 역사 동안 진주MBC는 지역 문화ㆍ사회의 중심축 역할을 해 왔다.

진주 MBC는 ‘전국 왕중왕 소싸움 대회’, ‘진주 가요제’, ‘사천 해변 가요제’, ‘진주MBC대학가요제’ ‘섬진강 꽃길 마라톤 대회’ 등 각종 지역 문화를 전파하고 만들어 왔고, 라디오에서는 ‘즐거운 오후 2시’ 등의 프로그램에서 지역민들의 삶의 애환을 담아내고 있다.

또 TV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으로는 ‘시사매거진 경남’, ‘시사기획 너머’ ‘오늘의 경남’ 등을 통해 지역의 진지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진주MBC 권역에는 5명의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있고 이를 감시ㆍ견제하고 민의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지방 자치’를 위한 큰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다.


진주-창원 MBC에 김종국 겸임 사장이 오면서 진주MBC 프로그램 개편이 진행됐고, 시사ㆍ문화 등 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없어졌다. 사라진 컨텐츠의 대부분이 지역에서 반응도 좋았고, 나름대로 경쟁력도 가지고 있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김종국 사장은 지역 내 이러한 평가와는 상관없이 사실상의 통합을 전제로 한 프로그램 축소 개편에 몰두하고 있다. MBC 사측은 진주-창원이 통합될 경우 △지역편성 비율이 현 15%대에서 20%로 높아질 수 있고 △2~3년 내 시트콤 제작도 가능해지며 △프로그램 질이 향상되고 △연간 12억원의 시너지 효과가 있어 심층 취재, 예능, 고급 다큐멘터리 제작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사측의 이런 주장과 달리 현재 13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진주MBC지키기 서부경남연합'은 진주-창원MBC 통폐합을 지난해부터 줄기차고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날벼락 같은 통폐합 소식을 들은 김일식 진주MBC지키기 서부경남연합 사무국장은 지역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총 6만여 명에 달하는 지역민의 서명을 받았다. 지난 4월 29일 김 사무국장과 전화 및 이메일을 통해 진주MBC 통폐합 반대 투쟁의 의미를 짚어봤다.

김일식 사무국장(44)은 진주YMCA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또 경남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운영위원, 진주시민사회단체 운영위원장, 진주 시내버스 파업 중재 위원, 남강댐 부산물공급 반대 대책위 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김 사무국장은 “지역민의 소중한 목소리, 독특한 문화, 지역 자산을 지키고 보전시키는 일은 지역 방송사 본연의 존재 이유인데 이런 가치를 경쟁력과 효율성으로 치환시켜서는 안 된다”며 “진주MBC가 없었다면 유등축제와 우리나라 예술제의 효시인 개천 예술제가 가능했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만약 통폐합 된다면 지역의 민의와 소중한 문화 유산과 자산이 보전되고 전승될 기회가 박탈된다”고 우려했다.

지역민 6만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던 이유 역시 지역 MBC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김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강제 통폐합을 승인한다면, 반드시 한나라당과 정치인을 상대로 표로서 심판하겠다”고 경고한 뒤 “제발 지역의 방송사를 돈으로 따지지 말고, 그 고유한 기능과 가치를 먼저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 다음은 일문 일답

- 진주MBC지키기 서부경남연합을 소개한다면?
진주시, 사천시, 남해군,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 거창군에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 관변단체, 진보단체, 보수단체, 향우회, 동창회 등이 총망라돼있고 135개 단체가 모였다.
관이 주도한 것은 아니다. 서부경남 역사상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조직이 단일이슈로 이렇게 많이 가입된 일은 없었다. 이는 진주MBC의 방송권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이 모두 모였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진주MBC가 지역사회에서 항상 모범적으로만 활동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많은 단체들이 진주MBC를 지켜야 한다는 뜻을 같이하는 것은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깊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부경남의 문화 유산과 지역적 자산을 지켜야 한다는 대의가 반영된 것이다.

- 진주MBC를 지키기 위해 어떤 운동을 펼치고 있나?
일단 6만여 명이 넘는 지역민들이 진주MBC 통폐합 반대 서명에 함께 했다. 장터가 서는 날을 중심으로 시골 구석구석까지 직접 가서 진주MBC 통폐합의 문제점을 알리는 선전전을 했고, 서부경남 7개시ㆍ군의 지역민들이 참여했다.
또 진주MBC를 지켜야 한다는 주제로 지역민 결의대회를 진주시는 물론 사천시에서도 개최했다. 사천은 MBC 김재철 사장의 고향이다. 당시 김 사장은 주소지를 사천시로 이전했고, 동창회와 지역 유지들을 만나는 등 정치 행보를 보였다. 이날 특히 사천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진주MBC지키기에 함께 했다.

- 통폐합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 있었나?
MBC는 없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자체도 폐쇄적으로 여론 수렴을 했다. 이메일과 팩스로만 의견을 듣는 과정이 있었다. 43년이란 세월 동안 지역민의 방송이라며 지역민에게 살려달라고, 키워달라고, 투자를 해달라고 부탁해오더니 방송사 통폐합은 아예 전광석화처럼 일방적으로 진행해 지역민을 무시했다. 또 김재철 사장은 진주MBC와 창원MBC에 김종국 겸임사장 발령 내고, 진주 MBC 노조원들을 해고하고, 징계주고, 노조 와해 시도까지 했다.
실제 진주MBC는 경영실적이 좋다. 진주MBC의 서류상 대주주는 서울MBC지만 약 20% 정도가 지역의 상공인들이 주주임에도 일방적으로 통폐합을 강행했다.

- 서울MBC에서는 합쳐지면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하는데?
무슨 경쟁력인가? 쇼ㆍ오락 프로그램 만들고, 연속극 만들어서 내보내는 것이 방송 경쟁력인가. 지역민의 소중한 목소리, 독특한 문화, 지역 자산을 지키고 보전하는 일은 지역 방송사 본연의 존재 이유다. 이런 가치를 어떻게 경쟁력과 효율성으로 치환시키려 하는가.
이런 쓰레기 같은 논리는 지역민을 아주 앝잡아 보는 서울 중심, 자본 중심의 논리다. 우리는 진주MBC가 지역 방송으로 거듭나게 해 지역 가치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 그동안 진주MBC는 지역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나?
진주 지역의 스포츠, 지역의 문화, 지역민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소통의 창구였다. 진주MBC가 없었다면 어떻게 진주의 유등축제가 대한민국 대표 축제가 되고, 우리나라 예술제의 효시인 개천예술제가 지금까지도 거르지 않고 개최될 수 있었겠는가.

- 진주-창원 MBC가 통폐합 될 경우 가장 문제가 무엇인가?
지역의 언로가 사라지게 된다. 민의가 전달되지 않고,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과 자산이 보전되고 전승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다. 또한 지역에 존재하고 있는 진주KBS나 케이블 채널인 SCS만 남게 돼 지역 목소리는 적어지게 된다. 또 이후 종편과 보도전문채널 등으로 중앙중심의 뉴스 편중이 심화될 수 있으며, 왜곡될 수 있다. 이는 지역 죽이기, 수도권과 서울 중심의 경제논리로 밀어붙이는 독재의 전횡이다.

- 방송통신위원회에서 5월 중 통폐합을 결정할 수도 있는데 이후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 구체적인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가 통합을 승인할 경우 지역민들은 반드시 한나라당과 정치인을 상대로 철저하게 표로 심판하겠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장 또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발 국민의 눈과 입을 제대로 보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봤으면 한다. 국민이 싫다면 안하는 것이 맞다. 지역의 방송사는 돈으로만 따질 것이 아니며, 그 고유한 기능과 가치를 먼저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간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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