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전면 제작거부·파업 45일째… 국민일보는 83일째
KBS ‘집단면직’ 엄포… 연합뉴스도 23년 만에 파업

MBC, KBS에 이어 YTN과 연합뉴스까지 파업에 돌입한다. 이명박 정권 말기 언론인들의 집단저항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조용기 목사 일가의 사유화를 저지하고 편집권 독립을 위해 83일째 파업중인 국민일보 노조까지 포함하면 공정보도와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공영방송과 신문·통신사가 동시에 개별적으로 들고일어선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여기에 사회원로와 언론학계, 종교, 법조, 의료, 노동계의 동참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MBC 정상화를 위해 파업에 돌입한 MBC 노동조합(위원장 정영하·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은 14일로 총파업 45일째를 맞았다. 1992년 50일간 총파업을 벌인 이후 근래들어 최장기 파업기록이다. 김인규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KBS 새노조(위원장 김현석·언론노조 KBS본부)의 총파업도 9일째를 맞으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 지난 7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하고 나오던 MBC 김재철 사장은 거취를 묻는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에 둘러 쌓여 인근을 헤매다가 황급히 건너편 MBC방송센터 10층 사장실로 올라갔다

▲ 언론노조 KBS본부도 지난 6일 공영방송 회복을 위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서울 여의도 KBS 신관앞 개념광장에 모인 조합원들이 Reset! KBS! 가 적힌 손수건을 펼쳐보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박정찬 연임저지 투쟁을 하고 있는 연합뉴스 노조(위원장 공병설·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도 13일 파업찬반투표 결과 재적 504명 가운데 471명이 투표해(투표율 93.5%) 396명(84.1%)이 찬성해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연합뉴스 노조는 오는 15일부터 무기한 전면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연합뉴스의 파업은 23년 만이다.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는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박정찬 현 사장을 연임하기로 내정해 사실상 확정된 상태이다. 연합뉴스는 박 사장 재임 기간 동안 연합뉴스의 공정성이 크게 후퇴했다고 보고 있다. 차지연 연합 기자는 최근 촛불문화제에서 “우리는 찌라시가 아니다”라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배석규 사장 연임저지와 해직자 6인 복직을 촉구해온 YTN 노조(위원장 김종욱·언론노조 YTN지부)는 지난 9일 YTN 주총에서 배 사장 연임을 확정함에 따라 오는 16~19일 2차 총파업을 벌인다.

▲ 지난 9일 서울 남산 N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배석규 사장의 연임이 확정되자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이 배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민제 사장 퇴진과 편집권 독립을 외치며 83일째 장기파업 중인 국민일보 노조(위원장 조상운·언론노조 국민일보지부)도 편집국장 중간투표에서 부결된 인사의 임명이 강행된 것이 저항의 계기가 됐다.

이 같은 파업의 불길에 맞서 김재철 사장의 MBC와 김인규 사장의 KBS 등은 조합원에게 사상초유의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 KBS는 13일 배포한 특보에서 장기파업시 집단면직을 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고 실었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KBS 인사규정 40조에는 무계결근이 7일 이상 계속될 경우 직권면직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며 “사규상 어떤 적용받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배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MBC 사장은 언론사 파업 사상 처음으로 노조 집행부 16명에 대한 ‘가압류’와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MBC 노조는 13일 “노조집행부 개인을 상대로 한 재산가압류는 노조 집행부 개인들 하나하나의 숨통을 끊겠다는 것으로 더없이 악질적인 노조탄압책의 전형”이라며 “이번 조치로 대부분 한 집안의 가장인 노조의 집행부원들은 이제 손해배상소송이 끝날 때까지 길게는 1년 이상 연금·보험 뿐 아니라 자녀 급식비 등 계좌이체와 같은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불가능해졌다”고 탄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방송파업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게 맞을 것 같다” “방송사 내부 사정” “대통령이 개별 회사가 파업할 때마다 언급하게 되면 오히려 간섭 아니겠느냐”는 등의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KBS 새노조는 13일 “자신이 임명한 KBS 사장 때문에 일어난 파업에 대해 모른 척한 것은 무책임하고 무개념한 일”이라며 “권리는 갖되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유아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한편, MBC와 KBS, YTN 등은 오는 16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대규모 파업문화제를 열어 이번 파업의 정당성을 시민들에 적극 알린다. KBS 새노조 조합원들은 13일부터 부산과 해남에서 각각 도보로 서울까지 걸어올라오며 시민과 소통하는 ‘리셋원정대-국토대장정’ 행사를 벌인다.

조현호·김상만·정상근 기자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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