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면 'YTN불법사찰 국정조사 대책위원장' 인터뷰

이제 뉴스타파에서 노종면 YTN 해직기자를 볼 수 없다. YTN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해직자의 신분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 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에서 ‘YTN 불법사찰 국정조사 대책 특별위원회’ 가 발족됐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대책 특위 위원장으로 그 곳에 있었다.

지난 11일, 노종면 특위 위원장을 만나러 간 YTN 노조 사무실에서는 진득한 홍어 냄새가 풍겼다. 점심에 대책특위팀이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만나 홍어를 먹고 왔다고 했다. 노 위원장은 뉴스타파를 그만두고도 대책특위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YTN지부는 해직기자 6명과 노조 집행부, 현업기자 등을 포함한 20여명으로 '불법사찰 국정조사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노 위원장은 2008년 10월 6일 공정 방송 사수 투쟁을 하다가 YTN에서 해고를 당했다. 지난 6일은 YTN의 공정방송 사수 투쟁이 1500일이 되던 날 이었다. 3년이 넘는 해직 기간 동안 그는 묵묵히 공정방송사수투쟁을 해 왔다. 2010년 언론노조의 공정선거보도특별위원장을 맡는가 하면,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장(2010.5~2011.3.31)으로 일했다. 또 한국기자협회, PD연합회, 언론노조로 구성된 ‘천안함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에서 언론검증위 위원으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2011년 5월 2심에서 복직 판결이 좌절되고 나서는 트위터에서 기존 언론의 보도를 비평하는 용가리 통뼈 뉴스를 트윗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올해 초 부터는 인터넷 방송 '뉴스타파'의 앵커와 '공갈영상' 제작을 함께 하며 편집부터 방송까지 전천후 언론인으로 뛰었다.

그는 이명박 정권 하의 언론 상황에 대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저항하는 세력은 철저하게 짓밟은 4년"이라고 단칼에 정리했다. YTN 사찰 문제에 대해서는 희대의 코미디라고 대답하다가 "아니, 코미디도 아니고 비극"이라며 분노했다.

뉴스타파 중 기억에 남는 회차를 묻자 그는 '강정특집'을 꼽으며 "현장에서 대상과 밀착해서 취재 하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메시지로 발현 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을 가져다 주었다"고 답했다. 보도의 방법론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 천상 '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 뉴스타파

1) 뉴스타파 앵커에서 하차했다. 어떤 이유 때문인가.

YTN지부에서 민간인 사찰 국정 조사에 대응하는 조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 일은 다른 일과 병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YTN 노조로 복귀하는 것과 뉴스타파 앵커를 지속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뉴스타파는 내가 없어도 내부 제작진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YTN은 현재 내게 책임이 특별히 강하게 부여 되어 있는 상황이라, 지부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 내 신상의 모든 출발은 YTN 해직 사태로 상징되는 2008년의 상황이다.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 국정조사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2) 뉴스타파 앵커를 그만 두는 심정은 어떤가.

제작진에게 미안함과 시청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는다. 
 


3) 기억에 남았던 뉴스타파, 공갈영상이 있다면?

강정특집 1편(뉴스타파 제6회). 나름대로 뉴스 보도 프로그램의 여러 가지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해 오던 입장에서 일종의 충격 같은 거였다. 제작진이 직접 현장을 취재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시도는 우리가 아주 치밀하게 계획하고 간 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의미 있는 작업으로 기록 되리라 생각한다. 기사 작성과 편집, 모든 영역이 다 현장에서 이루어졌다. 취재 대상과 그 정도로 밀착해서 취재 하는 것. 그것으로 얘기하고자 하는 바가 얼마나 더 강력한 메시지로 발현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을 가져다주었다. 강정 특집 1편은 특히 아주 각인이 되어 있다.

 


공갈영상은 16회, ‘재처리파 자해공갈단’이 기억에 남는다. 돌발영상 시즌2를 표방하며 시작한 공갈영상이었다. 돌발영상을 하며 6년 이상 견지 해 왔던 영상언어에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서 스스로 느꼈다. 조금 더 만화적인 요소, 만평적인 요소를 조금 더 강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영상을 보면 그런 요소들이 강하게 들어가 있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 줄까 고민이 됐는데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4) 뉴스타파 제작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스튜디오를 정할 때 지금처럼 아무 장치도 안하고 청와대만 배경으로 하는 것이 결정되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오픈 세트에 동의 한 뒤에도 우리가 쓰고 있는 스튜디오 공간을 꾸며보려는 논의를 했는데 그런 것들이 오히려 없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뉴스타파 제작팀이 그런 판단을 한 것이 잘 한 것 같다.

5) 뉴스타파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성매체가 아닌 강력한 매체가 존재할 수 있다. 그걸 ‘언론인’들이 느끼게 해 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언론인들은 잘못된 것을 비판하면 그때 잠깐이다. 그런데 강력한 대응매체가 있을 수 있다, 내가 리포트 한 것보다 더 많이 보는 매체가 있을 수 있다고 할 때 비로소 긴장을 하게 된다. 뉴스타파가 초기에는 회당 7~80만 이상의 사람들이 시청을 했다. 그 정도의 적극적인 시청자가 뭉칠 수 있다는 것은 여론을 흔들 수 있다는 거니까 엄청난 자극이 된다.

#YTN 해직기자

1) YTN노조로 복귀했다.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혹시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해직자들이 복직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 하면서도 잘 안되는 상황에서 자꾸 눈에 보인다는 것은 개개인에게 부담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지금 그런 것 까지 고민 할 만큼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대부분 반가워 해 준다. 조합원 내부에서도 뉴스타파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내 동료가 이런 역할을 하고 있구나 하고 자랑스러워 해줬다. 그걸 중단하니까 속상해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눈에 자꾸 보이니까 이 사람이 이제 YTN을 떠날 생각이 없구나 하는 게 확인돼서 좋아하기도 한다. 나를 둘러싼 마타도어가 많았다. ‘쟤가 저러다가 딴 살림을 차릴거다, 정치권으로 간다’ 하는 말들이 많았는데 해직자들이 돌아 올 의지를 확인하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2) YTN 해직 이후 여러 가지 활동을 해 왔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노조가 공정선거보도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위원장을 맡았다. 활동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쉬다가, 복귀해서 2010년 6월부터 민실위원장을 맡았다. 민실위원장을 하면서 천안함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 실무 간사를 맡았다. 뉴스타파를 하기 전에는 복직 판결이 빨리 날 것으로 예상하고 복직을 준비하기 위한 신변정리를 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받고 혼란스러웠다. 그때 시작했던 게 용가리 통뼈 뉴스. 2011년 5월부터 용가리통뼈 뉴스를 하던 중에 나름대로 이걸 진일보 시킨 것이 뉴스타파다. 용가리 통뼈 뉴스를 한 이유는 기존 언론을 자극하고 싶어서였다. 언론의 힘이 빠지고 장악되고 보도를 비평함으로써 자극을 주고, 그걸 또 직접 여론에 알리는 것을 강하게 하는 것이 뉴스타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합하게 되었다.

3) 이명박 정권 하의 언론을 한마디로 말씀해주신다면.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저항하는 세력은 철저하게 짓밟은 4년.

4) 향후 YTN에 복직되면 다루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

아이템보다는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는 부분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기본인데 기본이 흐트러져있는 상황이니까. 기본을 복원하는 역할을 개인 차원이 아니라 언론계 전반으로 하고 싶다. 지금은 어찌 보면 당한 것을 회복하는, 그래서 과거 기준에서 볼 때 퇴보하는 것들을 과거 수준으로 회복한다고 본다면 이후 싸움은 여기서 실질적 의미로 언론의 역할을 다 하는 방향으로 진일보 하는 것이다. 그건 결국 언론의 기본이고 그 기본은 권력감시와 자본감시다. 거기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내부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3. 국정조사 대책특위

1) YTN 국정조사 대책특위 위원장이 됐다. 어떤 활동을 하는가.

노조 집행부와 해직자, 현업 기자들을 총 망라해서 20여명 정도로 국정조사 진상규명 대책 특별위원회가 구성이 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YTN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범죄 행위인지 알려 국정 조사에 우선순위가 되도록 하는 게 첫째고, 동시에 여론에 알려서 정치권이 함부로 타협이나 정치 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둘째, 그리고 자체적 조사 활동 이렇게 세 가지 방향으로 활동이 진행된다.

2) 배석규의 ‘나도 사찰의 피해자’라는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떻게 사찰의 수혜를 받은 사람이 피해자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정신이 온전하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

3) 배석규 사장에게 가장 분노하는 점은 무엇인가.

2009년 8월의 사장교체가 가장 악질적이다. 집단 해고 자체로도 충격이었지만 그 일을 저지른 주체가 그 일을 해결하고자 했다. 그런 노력을 일관적으로 반대하고 노조와 타협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하다가 구본홍이 나가고 그 뒷자리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돌발영상 PD들을 대기발령을 내고, 보도국장투표제를 없애버리고, 해직시킨 사람도 하지 않았던 해직자 출입금지라는 위법적인 조치를 자행하고, 멀쩡한 후배 기자들을 지방으로 유배보내고. 그런 일들을 한 결과물로 사장을 차지만 2009년 8월의 일은 YTN 4년 사태에서 가장 최악질이고, 그 중심에 배석규가 있었다. 용서할 수가 없다.

4)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불법 사찰문제가 김종익씨 (전 KB한마음 대표. 불법사찰 피해자) 개인의 사찰 문제에 집중된다. 개인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사람을 파괴하는 탄압이기에 당연히 중요하다. 언론 사찰 또한, 개개인의 인격을 살해하는 것과 비슷하게 중요하다. 언론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정권의 입맛에 따라 조율하기 위해 사찰했다는 것, 문건이 나온다는 것은 희대의 비극이다. 어떻게 저런 문건이 나올 수 있나. 드러난 이상 덮으면 안 된다. 공적인 사찰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얘는 이걸 잘했으니 무엇을 시킵시다’ 이건 사찰 조직이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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