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칼럼 현장이야기] 경향신문 장은교 조합원(정치부 기자)

 경향신문 장은교 조합원(정치부 기자)
"핵심관계자가 누구야?"

제 기사를 열심히 봐주는 친구가 얼마 전 저에게 물어왔습니다. 최근 저의 기사에 '핵심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부분이 자주 등장하는데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머뭇머뭇하는 사이 친구는 "핵심관계자 외에 ‘관계자’, ‘고위관계자’도 나오던데 그 사람들과는 어떻게 다른 거야?"라는 말로 연속 질문펀치를 날렸습니다. ‘이런 예리한 독자 같으니라고!’

친구의 질문에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7년 넘게 기자명함으로 밥을 먹는 동안 제 기사에는 많은 익명의 관계자들이 등장했습니다. 회사에서는 물론 지면 속에 익명의 취재원을 가급적 줄이라고 당부합니다. 실명으로 취재원을 밝혀야 기사의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것이지요. 저도 다양한 실명의 코멘트로 탄탄하게 작성된 기사를 볼 때면 '제발 내 기사에서 관계자들을 몰아내자'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정치부에서 대선을 출입하는 요즘은 전보다 더 이 다짐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말 한마디에 판세가 왔다갔다, 누군가의 정치인생이 좌우될 수도 있는 대선 판에서 중요한 말을 실명으로 해주는 취재원은 많지 않습니다. 익명을 전제로 할 때만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떤 취재원들은 한참 중요한 이야기를 해준 뒤, 몇 시간 뒤(그것도 기사 마감이 끝나고 난 뒤) 기사로 쓰면 안 된다거나 익명으로 해달라는 늦은 당부를 해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울며 겨자 먹기로 기사에 들어간 실명을 관계자로 바꾸곤 합니다. 취재원과의 신뢰관계가 유지되지 않으면 다음 취재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긴 하지만, 관계자를 인용하는 취재·보도 관행은 '언론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는 창구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룰 협상 과정에서도 관계자라는 이름 뒤에 숨은 언론플레이가 난무했습니다.

관계자 중에서 ‘핵심’관계자는 누구일까요. 보통 좀 더 내밀한 취재소스를 갖고 있거나 중요한 직을 맡고 있는 사람을 핵심관계자라고 표현하지만, 과연 이런 취재가 진실의 핵심에 근접해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친구의 고마운 질문에 저를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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