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최호원 SBS 공정방송추진위원장(기자)

지난달 27일 대통령 선거를 위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SBS 노조는 그 전날인 26일부터 ‘사내 대선보도 모니터링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 4.11총선에 이어 두 번째 실시되는 것이다.

취재기자뿐 아니라 카메라기자, 뉴스편집기자, 보도CG팀까지 230여명이 참여한다. 뉴스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조직원들이 공정보도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담당 기자들도 동료들의 진솔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자는 취지다.

하루에 10명씩 돌아가며 모니터를 맡고, 담당자들은 노조에 메일로 의견을 전해 온다. 노조는 이 내용을 정리해 다음날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게 전달한다. 보도본부 전용 온라인 게시판(일명 기자실)에도 매일 올린다. 모니터링 대상은 KBS, MBC 등 경쟁사 뉴스까지 포함된다.

지적되는 내용은 다양하다. △각 후보의 네거티브 주장을 녹음기처럼 그대로 전달하는 보도 △ 여당 후보 유세 뉴스 화면이 상대적으로 좋게 취재 편집되는 현상 △ 정책검증 뉴스를 방송 후반부에 배치해 지방 시청자들을 소외시키는 문제(각 방송사의 메인뉴스는 30분 안팎 이후 지방 뉴스로 전환된다) △ 관심이나 중요성에 상관없이 기계적 균형에만 매몰된 행태 등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단골로 지적을 받는 뉴스의 기자들이라 해서 처음부터 불공정 성향을 지녔던 것은 아닐 것이다. 공정보도의 자기 기준이 약해졌거나, 데스크에게 자기 목소리를 내길 꺼리거나, 아니면 조직 내 야망이 큰 경우이리라 추정된다.

공정보도는 일선 기자들과 데스크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내 모니터링 활동은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 동료들로부터 냉철한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불공정하다는 문제 제기를 소수의 진보의견으로 치부할 수 없도록 말이다.

모니터링 활동은 지적하는 쪽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공정보도의 가치를 생각해보고, 직접 의견을 제시함으로서 그 가치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공정보도는 점차 ‘조직문화’로 정착된다.

물론 장애물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것은 시청자 동료 후배기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도, 다른 쪽을 통해 승승장구할 수 있는 인사 시스템이다. 언론 단체들이 방송사들의 지배구조와 인사시스템 개선을 촉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론개혁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우리 뉴스 제작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고민과 반성, 그리고 긴장감이다. 대선 이후 시청자와 동료,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뉴스를 만들었다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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