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SBS·YTN 50일간 대선 보도 분석…시민 실종된 불공정 보도

10월 17일부터 12월 5일까지 주요 방송사의 대선 보도를 모니터링한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최영재 교수팀은 “2012년 대선에서 방송보도는 흉내만 내는 ‘전광판 뉴스’에 머물렀다”고 총평했다.

의미 있는 이슈와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선거 공간에 제기된 이슈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재현해 내지도 못 했고, 일부 뉴스는 사실 왜곡과 편파 편집으로 불공정 보도의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는 것이다.

보도 해도 ‘보도 안 한 것’ 수준 보도

도식적 뉴스는 재미가 없고 식상해서, 편파 보도는 냉소를 자아내게 해서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지 못 했으며 수준 미달과 편향으로 범벅된 뉴스도 유권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 했다. 모니터 보고서는 “이래저래 2012년 대선 방송 뉴스는 ‘보도해도 하지 않은 것’의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대선 보도 하루 3건, ‘흉내내기’ 수준

우선 보도량 부족이 문제였다. 10월17일부터 50일간 KBS․MBC․SBS․YTN 4사 메인뉴스의 대선보도는 601건으로 하루 평균 3건, 4분30초여에 불과했다.

이 한정된 시간과 도식적인 틀 안에서 NLL, 정수장학회, 야권 후보 단일화 등 이슈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전달될 리 만무했고, 후보 검증과 정책 검증은 ‘흉내내기’수준에 불과했다.

단순전달, 공방중계 90.5%

보도 주제를 살펴보면 대부분 후보들의 유세 지역을 따라다니며 중계 보도(35.9%)를 하거나 캠프간 갈등과 공방을 단순 전달(27.8%)한 형식이었다. 이러다 보니 매일 후보 유세 장면만 반복적으로 비쳐지고, 정책 공약은 ‘주마간산’ 격으로 스쳐 지나갔다.

보도 유형으로 보면 사실 전달 보도가 전체의 66.4%, 갈등 공방을 중계한 보도가 24.1%로 둘을 합치면 90.5%에 달한다. 이에 비해 문제를 검증(1.8%)하거나 비판과 해설(2.7%), 문제를 제기해 취재(1.5%)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잘못된 주장도 기계적 보도

모니터 보고서는 여야가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기계적 균형’을 고집한 채 단순 중계하는 것을 “사실상의 편향 보도”로 평가했다. 제기된 문제나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 작업을 생략하고, 진정한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음으로써 잘못된 주장이나 정치적 공세를 두둔하는 결과를 빚는다는 이유다.

NLL, 정수장학회, 문재인 후보 아들 부정 취업 의혹 등이 대표적인데 이에 대한 방송 보도는 “답답하고 억울한 측을 만드는 사실상 불공정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민 의견 반영 1.1% 불과

근본적인 문제는, 대선 방송 보도에 시민의 입장과 관점, 의견을 반영하는 접근이 없었다는 점이다. 방송에 등장한 취재원 1235건 중 시민단체 및 시민은 14건(1.1%)에 불과했다. 대신 주요 후보 및 캠프 인사는 1092건(88.4%)에 달했다. 모니터 보고서는 “방송이 다양한 이념과 정파의 시민 세력의 관점이 아닌 집권세력의 편에서 대선보도를 하기 때문에 불공정 편파 보도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널리즘의 멘붕’ MBC

특히 MBC의 대선 보도는 ‘저널리즘의 멘붕 현상’으로 지칭됐다. 야권 단일화 이슈를 보도할 때 이에 대한 소식보다 새누리당의 비판 공세를 먼저 보도하는 행태를 보였다. 모니터 보고서는 “이러한 비상식적 뉴스 보도 순서는 중요한 선거 이슈를 정당 기득권 구조의 틀과 입장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편파적인 프레임 효과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권력 종속 MBC 문제 심각

심지어 MBC는 관심을 모았던 안철수 전 후보의 문재인 후보 공식 지지 선언이 있었던 12월 6일, 첫 번째부터 일곱 번째까지 내리 한판 관련 리포트를 보낸 뒤, 8번째 리포트로 <안철수, 문재인 지지선언> 리포트를 편성했다. 다른 방송사들이 모두 이 소식을 톱 뉴스로 전한 것과 대비됐다. 여야 유세 화면의 노골적 편파 편집 사례도 주로 MBC에서 발견됐다. 모니터 보고서는 “정치권력에 종속된 MBC의 지배구조 문제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고 평했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