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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자, 말 못하는 비정규의 현실
▣123주년 노동절 참가기
[0호] 2013년 05월 13일 (월) 17:05:15 남재홍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 media@media.nodong.org

‘123주년 노동절 참가기’에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 오마이뉴스지부, YTN지부, 풀뿌리신문지부옥천신문분회 등에서 소중한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노동절 집회에 함께 가자고 말 못하는 분회장의 마음을 본 조합원, 노동절에 만난 동지들이 나눈 뜨거운 술잔, 대한문 앞 화단의 풍경과 노동절, 2014년 노동절을 생중계하고 싶은 해고 노동자, 지역 활동에 대한 약속 등 언론노동자들의 가슴 뭉클하면서 힘찬 투쟁의 의지가 담겨져 있습니다. 언론노조는 매일 한 편씩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본부 지부 분회에서도 보다 많은 조합원들이 함께 읽고 나눌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5월1일 아침 08시. 이제 한 시간 남은건가?
어제 야근하고 퇴근하는 아침이다. 9시가 퇴근이니 아직도 한 시간, 참 길기만하다.
늘어지게 하품하고 있는데 옆에서 친구 녀석이 “오늘 노동절이잖아?”한다. 그 말을 들으니 까맣게 잊고 있던 어제 분회장이 보낸 문자가 생각났다. “언론노조 주최로 YTN앞에서 14시에 행사가 있으니 나오라”는 내용이었다.

옆에 있는 친구 녀석 얼굴을 쳐다봤다. 참 해맑다. ‘이 인간만 아니었으면 깜박 잊고 집으로 그냥 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아... 어쩌지. 야근해서 피곤하다고 핑계대고 퇴근 해 버릴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친구 녀석이 또 거든다. “야! 우리 총파업 때 언론노조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가봐야 하잖아? 그리고 우리 노동절행사 안가본지도 꽤 됐지, 아마?” 피식 웃음이 났다.

‘노동자의 최대 명절에 당연히 가야 할 것을 갈등하고 있다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기로 결심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 KBS분회의 39일간 총파업을 물심양면 지원해주신 언론노조 위원장과 사무처 생각도나고, 노동절 행사에 지난 몇 년간 참석하지 않았던 것이 아이들 생일 한번 챙겨주지 못한 무심한 부모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참! 난 결혼 안했는데, ㅎㅎ’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조금 있으니 행사에 갈 사람들이 조합사무실에 속속 모여든다. 분회장도 나오고. 대충 보니 10명 남짓. YTN으로 출발하며 분회장한테 물어보니 조합원들에게는 말 안하고 간부들한테만 연락했단다.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 마음 잘 아니까!

   
자료사진= 방송사비정규 KBS분회 파업 집회 사진


분회장으로써 어찌 전 조합원을 모두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런 날 일하지 않으면 생활하기 힘든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잘 알기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으리라. 더구나 39일간의 파업이 끝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고, 이번 월급날 한 푼 못 받을거 뻔히 알기에 휴일로 인정해주는 노동절이라도 일을 해서 1.5배의 시간외수당이라도 받으라는 배려 아니겠는가.

앞서가는 분회장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암튼 멋있는건 혼자 다한다니까! 우씌~’ 파업 초기에 삭발한 분회장 머리가 제법 자랐다. ‘언제 머리나 한번 쓰다듬어 줘야지. ㅎㅎ’

   


오후 2시, YTN 앞에 언론노조 산하 본부·지부·분회 조합원들이 모두 모였다. 방송사 낙하산 사장 임명저지 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언론노조 행사를 간단히 마치고 서울역 광장에 집결했던 대오가 시청광장으로 가는 가두행진에 합류했다. 경찰의 삼엄한 보호(?)를 받으며 서서히 시청광장으로 행진해갔다.

남대문을 돌아 을지로를 지날 때 쯤 행진대오에 막혀 교차로에 멈춰 서 있던 30대 후반의 한 자가용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고함을 질렀다. “아니, 바빠 죽겠는데 이렇게 길을 막으면 어쩌자는 거냐구요?” 존대말이다.
험한 말을 하지 않으니 그나마 안심이다 생각하고 있는데, 내 옆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던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한분이 나직이 말씀하셨다. “우리도 살자고 이러는거요. 조금만 이해하쇼. 미안허구만.” 곁눈질로 그분을 훔쳐봤다. 조끼를 보니 건설노조 조합원이셨다.
깊게 패인 이마의 주름과 툭 불거진 손등의 힘줄이 마음 한구석을 짠하게 적신다.

   


오늘은 노동절. 영어로 “메이 데이(May Day)”. 가만히 생각해보니 비행기 사고 때 응급구조 신호도 “메이데이”다.
분명 뜻과 뿌리는 다르지만 우리 말로는 똑같이 읽힌다. 좀 전에 들은 연세 지긋하신 건설노조 조합원 말이 다시 와 닿는다. “살자고 이러는거요.”

그렇다. 비행사고 때 “메이데이-메이데이-메이데이” 세 번 외치는 건 살려달라는 뜻이다.
노동절을 뜻하는 “메이 데이”는 띄어 쓴다. 하지만 이것은 노동자들도 살고 싶다는 절규의 표현이 아닐까? 제발 한 숨 돌릴 수 있게 살려달라는, 도와달라는 한 맺힌 뜻이 아닐까?
그래서 “메이 데이”라고 띄어쓰는게 아닐까?

그렇다. 노동자는 살고 싶다. 정말 사람답게 인간답게 살고싶다.
그래서 거리로 나가고, 철탑으로, 종탑으로 오르고, 결국은 하늘로 오르는게 아닐까?
살려달라고, 같이 살자고, 노동자는 계속 신호를 보내는데... 이 땅의 자본은 더욱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원칙과 상식을 말하는 노동조합에게 잘못됐다고, 틀렸다고 한다면 이 땅에서 옳은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믿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터벅터벅 걷다보니 어느덧 시청 광장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일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광장 안은 이미 먼저 도착한 조합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우린 광장 끄트머리에 겨우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수없이 나부끼는 연대의 깃발들...... ‘이 사람들이 다 민주노총 조합원이구나. 이 사람들이 다 우리편이구나.’ 든든했다.
이젠 사측과 자본가들이 어떠한 탄압과 비열한 공격을 해와도 자신있게 싸울 수 있을거 같다. 막강한 민주노총 지원군을 눈으로 확인했으니까! 또한 그 중심에 언론노조도 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May Day. 노동절.
우리도 살고 싶다고, 같이 살자고, 외치는 노동절은 올해로 끝냈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거리로, 철탑으로, 종탑으로, 또 하늘로 올라가는 노동자가 한사람도 없는. 흘린 땀의 가치만큼 대접받는. 그래서 모두가 잘 살고 있다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런 노동절이 되어 찬란한 오월의 진짜 May Day가 되길 간절히 소망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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