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주년 노동절 참가기


“봄이 왔네. 저 꽃 참 예쁘다!”

모든 사람이 꽃을 보고 아름답거나 예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꽃이 어디가 아름다운지 왜 예쁜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제가 감성이 메마른 탓인가요? 사람들은 그런 저를 보고 묻습니다. “그럼, 당신은 어떤 걸 보면 아름답거나 예쁘다고 느껴?”

‘사람’입니다. 저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고 예쁘다고 느낍니다. “여자를 좋아하시나?” 그 ‘사람’은 꼭 여자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이든 리어카에 종이 박스를 담아 끌고 가는 할아버지든 건설 현장에서 허리춤에 연장을 매단 노동자든, 사람이 가장 아름답고 예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예쁜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쫓겨나도 세상을 비관하지 않고, 일터로 돌아가려고 싸우는 사람들입니다. 그이들이 싸우는 까닭은 먹고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존감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송전철탑에 올라가 “정리해고 철회!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외치는 사람들, 보행권을 달라고 휠체어를 타고 길에서 농성하는 장애인들, 재개발에 맞서 싸우다 죽은 용산 철거민들도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이들이 자존감을 지키면서 싸우는 행동이 결국 이 세상을 바꿉니다. 그날이 바로 5월 1일, 노동절입니다.

 1880년대, 주 6일, 평균 16시간에 이르는 노동 시간, 아동 노동력의 착취 문제는 심각했습니다. 결국 1886년 5월 1일에 미국 전국에서 19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파업 시위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5월 3일 월요일에, 몇 회사가 직장폐쇄를 하면서 일어난 충돌로 6명이 사망했고, 다음날인 5월 4일에 시카고의 '해이마켓광장' 에서 열린 집회에서 경찰과 시민 6명이 사망했습니다. 노동조합연맹의 지도부 8명은 곧바로 경찰에 잡혀 사형 선고를 받았으며, 나머지 지도부 중 4명 역시 1887년에 사형집행을 받았습니다.

 한편 1891년 프랑스 북부의 소도시 푸르미에서 제2차 메이데이 행사가 열렸습니다. 국가 권력과 자본가들은 시위대 열 명을 총으로 쏴 죽였습니다. 쓰러진 이들 중에는 흰 옷을 입고 온 팔 가득 은방울꽃을 들고 있었던 여인이 있었지요. 그이의 이름은 마리 블롱드. 5월 1일 아침, 은방울꽃을 한아름 안고 행복한 꿈을 꾸면서 시위에 나섰던 가녀린 노동자 마리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갔습니다.

 그렇게 죽음을 무릅쓰고 싸운 결과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제를 쟁취했습니다. 전 세계의 노동자들은 그이를 기억하면서 더 인간다운 세상, 행복한 세상을 꿈꾸기 위해 노동절에 거리로 나섭니다. 아직도 프랑스에서는 노동절에 은방울꽃을 주는 것이 풍습처럼 남아 있다고 합니다. 본래 유럽에서 풍요로운 농사를 기원하면서 주던 은방울꽃이 노동자의 행복도 상징하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동절은 어떨까요.

 대한문 앞, 천막이 있었습니다. 일터로 돌아가자고 외치던 아름답고 예쁜 쌍차 노동자들이 머물던 천막이었습니다. 정권의 하수인 서울 중구청은 그 천막을 무자비하게 철거해 버렸습니다. 시민들이 걷기에 불편하다는 이유였는데 거기다가 화단을 만들어 놓고 울타리를 쳐서 지금은 지나 다니기에 더욱 불편합니다.

“ 당신의 눈에는 이 화단이 정말 아름답게 보이나요?”  누군가 흰 종이에 글을 써서 그 화단 울타리에 붙여 놨습니다.  저는 그 화단 뿐만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꽃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습니다. 공장으로 돌아가려는 쌍차 노동자들의 희망과 22명의 주검으로 세워진 천막을 부수고, 그 자리에 가당찮게 꽃이라니요. 가녀린 노동자 마리가 들고 있던 은방울꽃과 달리 그 꽃에서는 행복도, 희망도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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