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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평화 지킴이 P선배에게
-강정 책마을 잔치 참여후기(김유경 전자신문지부장)
[0호] 2013년 10월 22일 (화) 13:42:45 김유경 전자신문지부장 media@media.nodong.org

7년째 해군기지 반대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이 책마을로 변신했습니다. 강정마을을 책마을로 만들기 위해 추진된 '십만대권프로젝트'에는 시인과 소설가등 문화예술인 400여명을 비롯한 시민 5000여명이 함께했는데요. 언론노조도 지난 17일 '강정 평화 상륙작전, 강정 책마을 바다택배 프로젝트'에 동참했습니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과 이경호 수석부위원장, 이영만 정책국장, 김유경 전자신문지부장이 인천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고 강정으로 달려가 책을 전달하고 왔습니다. 김유경 전자신문 지부장이 강정평화상륙작전 후기를 전합니다.


    

김유경 전자신문 지부장

근 15년 만이죠? 학교 졸업 후 처음이니까요. 얼마 전 마흔이 넘어 짝을 찾은 친구 결혼식에서 선배가 강정에 내려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그곳 강정에 선배가 있었어요. 작은 캠코더를 들고 강정 책마을 잔치에 찾아온 사람들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죠. 강정에 집을 구해 내려온 지 벌써 2년째라고 하니, 이제 제주 사람이 다 되었겠네요.

저는 정말 오랜만에 강정마을에 왔습니다. 구럼비가 파괴되기 전, 올레길을 걷다 ‘해군기지 반대’ 깃발이 나부끼는 솟대들에 끌려 들렀던 것이 마지막이었죠. 강정을 평화 책마을로 만들기 위한 ‘강정 십만대권 프로젝트’ 참가자로 마을을 다시 찾았습니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밤새 15시간 동안 서해의 물살을 가르며 도착한 강정은 예전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양철 장막 뒤의 공사장에서는 이미 흉물스러운 방파제가 골격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장막 안쪽 마을의 분위기는 오히려 더 차분해보였습니다. ‘강정을 그냥 이대로 내버려두라’는 해군기지 반대 조형물과 현수막들은 골목 어귀, 담장, 해변에도 즐비했지만 어느 것 하나 과격해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설치 미술 공간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 많은 바람들은 그저 강정을 살기좋은 제주의 평범한 마을로 남게 하고픈 소망이었습니다.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책꽂으러 왔단다, 왔단다'

    

노래를 부르며 책을 한 아름씩 손에 들고 거리서가에 가는 길은 참 뿌듯했습니다. 강정의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손때가 묻은 책들인데, 얼핏 봐도 신경써서 보낸 듯한 양질의 책들이었습니다. 낡은 냉장고를 개조해 예쁘게 색칠한 거리 서가에 조심스럽게 책을 꽂았습니다. ‘통물’ 인근에 설치된 컨테이너 박스 도서관에도 곧 책이 가득 채워질 것입니다. 책을 읽는 행위 그 자체가 폭력에 대한 저항이자 평화의 실천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해군기지 건설에 맞서 7년째 힘겨운 싸움을 벌이느라 상처받은 공동체의 복원에도 큰 힘을 보탤 것이라고 기대해봤습니다.

환경을 지키려 애쓰시는 강정 주민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삼거리 식당’의 점심에서도 이미 그런 희망의 조짐을 보았습니다. 책마을 잔치에 찾아온 손님들을 대접하려고 제주 돼지고기를 아낌없이 숭덩숭덩 썰어주시던 아주머님의 넉넉한 인심과 햇볕에 그을린 검은 손이 기억납니다. 자리가 비좁아 식당 밖 돌담 옆에 앉아 밥을 먹어도, 직접 설거지를 하는 수고를 보태도 즐겁기만 했던 한 끼!

점심을 먹고 평화센터 책 벼룩시장에서 딸아이에게 선물할 책 한 권을 들고 느리게 마을을 산책했습니다.  오전에 공사장 입구에 새카맣게 배치됐던 경찰들은 모두 철수했더군요. 강정 책마을 잔치에 찾아온 350여명이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은 500명이 넘는 경찰이었습니다. 미사를 드리는 신부님과 참가자들에게 ‘공무집행방해’라는 이름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찰은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졸렬함을 보여줬습니다.

사법부는 평화운동가들에 이어 평생 농사만 지어온 72세 마을 할아버지에게 경찰 멱살 한번 잡았다는 이유로 6개월 실형을 선고하는 만행까지 저질렀습니다. 7년째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강동균 마을 회장님의 인사말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습니다. “강정마을은 세계에서 범죄자가 가장 없는 마을이었다. 이제는 범죄자가 가장 많은 마을이 됐다. 7년이 아니라 앞으로 70년이라도 계속 마을을 지키기 위해 저항할 것이다.”

 

   
강정 책마을 잔치에 찾아온 350여명이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은 500명이 넘는 경찰이었습니다. 미사를 드리는 신부님과 참가자들에게 ‘공무집행방해’라는 이름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찰은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졸렬함을 보여줬습니다.

 

   
7년째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강동균 마을 회장님의 인사말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습니다. “강정마을은 세계에서 범죄자가 가장 없는 마을이었다. 이제는 범죄자가 가장 많은 마을이 됐다. 7년이 아니라 앞으로 70년이라도 계속 마을을 지키기 위해 저항할 것이다.”


    
공사 현장에는 ‘민군복합형 미항 건설 현장’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말로 진실을 가리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얄팍한 속임수입니다. 그 옆에서 강정천은 여전히 한폭의 그림처럼 말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7년간 강정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의지가 꺾이지 않고 유지된 힘은 무엇일까 곱씹어 봤습니다. 강정 곳곳에서 만난 소박한 문구들과 섬뜩한 공사장의 소음을 무색케 하는 멀리 한라산의 위엄, 책마을에 대한 기대로 달아올랐던 열기 등이 휙휙 머릿 속을 스쳤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곳에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공권력과 힘으로도 이겨낼 수 없는 주민들의 의지가 살아 있었습니다. 평화는 평화로 지켜야 한다는 신념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신부님과 수녀님들도 계셨습니다. 도저히 서울로 발길을 돌리지 못해 2년째 강정마을에 터를 잡고 곧 과거의 한 장면이 될 강정의 오늘을 기록하고 알리는 선배와 같은 활동가도 살고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앞으로 비록 다른 공간에서나마 더 힘을 내 저항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기운을 얻고 왔습니다. 정신없는 일정을 핑계로 연락처도 주고받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내려가면 고기국수에 막걸리라도 한잔 사드리겠습니다. 강정 평화 지킴이 선배, 부디 건강하세요.

 

   
왼쪽부터 김유경 전자신문 지부장, 이경호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 이영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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