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속내 ‘아픈 몸을 이끄시고’
위인전기 같은 서사 구조의 기사들
‘수첩 본능’부터 ‘링거 맞고’… ‘현안 챙겨’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박근혜 대통령의 위인전기를 미리 쓰기로 결심한 듯하다. 이들 언론은 지난달에 있었던 네덜란드, 독일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의 건강 상태와 뒷이야기를 전했다. 만찬장에서 메모하는 박 대통령 모습과 몸을 아끼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이 부각됐다. 이들 기사는 첫 문장에서부터 ‘朴비어천가’임을 자처했다.

△ 3월 31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네덜란드 독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건강상태 점검을 위해 청와대 의무실부터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조선 3.31 6면 _ 네덜란드 만찬서 메뉴판에 메모한 박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31일 일정을 비웠다. 대개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수석비서관 회의도 잡지 않았다…(중략) NLL 남쪽에 떨어진 상황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 받았다”(중앙 4.1 6면 _ 청와대 “박 대통령 몸살 서서히 회복 중”)
“중요한 사안이 있으면 메모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공주’ 본능이 또 다시 발휘됐다”(동아 3.31 6면 _전 여왕 “뭘 적나요”… 박대통령 “국왕 말씀 지혜로워”)

먼저 동아일보는 네덜란드 왕실 오찬 중 박 대통령이 식사 도중 메뉴가 적힌 종이에 메모를 했다는 청와대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러면서 ‘수첩 공주’ 본능이 또 다시 발휘됐다는 미사어구를 사용하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물론 이를 쓴 기자는 오찬장에 있지도 않았다. 청와대가 불러 주는대로 충실한 ‘받아쓰기’를 한 것이다.

단순히 에피소드를 넘어 위인전기에 등장할 법한 서사 구조도 나왔다. 조선일보 기사는 ‘귀국하자마자 의무실’ → 순방 초부터 감기 걸렸다 → 귀국 전용기에서의 박 대통령 발언 “감기가 어디 잘 떨어지나요” → 네덜란드 국왕 오찬 중 메모 → 다른 대통령들의 박 대통령의 건강 안부 물음 → 독일 방문 중 발언으로 마무리 된다. 참고로 이 기사 끝의 발언을 소개하자면, 박 대통령은 가우크 독일 대통령에게 “한국이 IMF 위기에 처했을 때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정치를 시작했다”라고 했다. 주옥같은 말이다.

중앙일보 기사도 비슷한 흐름이다. ‘31일 일정을 비운 대통령’ → 대변인 “서서히 회복돼 가는 중” → 순방 중 링거 두 세 차례 맞았던 사실 드러남 → 만만치 않은 일정으로 전용기 안 회의 준비 → 찬바람으로 서늘했던 호텔 → 아프지만 포격 도발 보고 받고, 순방 후속조치 마련과 현안 점검했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이 같은 구조는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서거나, 아픈 상황에서도 국가를 위해 일하고, 희생을 감수한다는 위인전기의 서사구조와 똑같다. 조중동이 박 대통령의 위인전기 또는 자서전을 대필해 주고 있는 꼴이다.

한편, 지난 4월 3일 채널A <직언직설>에 출연한 강명도 경민대 교수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 1비서를 연산군에 비유하면서 “자기보다 30년 된 나이 많은 장군들을 엎드려서 총 쏘게 하고 담배 들고 지시봉 들고…도덕적 윤리는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그 뒤 강 교수는 돌연 “우리 박근혜 대통령 보십시오. 얼마나 리더십이 있고, 존경해 줍니까. 막말도 안 하지 않습니까. 모든 장관들이나 수석 회의 할 때 보시면, 참 존경(어)을 씁니다.”라고 덧붙였다. 깨알 같은 ‘박 대통령 띄우기’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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