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지역방송발전방안 노사 합의 파기
일방적인 연봉제 도입 조합원 위기감 고조

김상철 지부장이 지난 7일부터 목동 CBS 사옥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지역발전 합의를 파기한 회사를 규탄하는 농성을 진행중이다. 오는 11일에는 전 조합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회사의 약속 파기를 강력하게 규탄 할 예정이다.



노사는 지난 1월 16일 지역방송발전을 위한 제도개선(이하 지역국발전방안)에 합의했다. 회사는 지역방송본부의 인력구조 개선을 위해 인력충원계획 3단계를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지역국은 최소한의 인력을 확보하는 대신 2년에 걸쳐 평가를 받기로 했다. 논의가 시작된 지 8년 만에 얻은 결과였다. 지역국발전방안의 첫 단계는 2014년 3월중으로 청주기자 1명, 춘천 엔지니어 1명, 대구기자 1명, 부산기자 1명에 대한 충원절차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3월이 다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3월 27일 CBS지부는 회사에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 "진통 끝에 도출된 '지역국발전방안'이 노사간 신의성실의 원칙에 부합되게 이행되어 합의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응답이 없었고, 지부는 4월 1일 '노사합의 미이행에 따른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 "사측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폐기한 데 대해 말할 수 없는 실망감을 품게 되었다"며 "그간의 경위와 향후 계획을 포함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전했다.

 



◆ 일방적 연봉제 도입 … "중앙국 근로 형태 바꾸려는 의도"

4월 2일 회사는 청주, 춘천, 대구, 부산 지역방송 본부장에게 공문을 통해 "정규직(호봉제) 신입공채의 경우 본사에서 전국단위의 공채를 진행함에 따른 수천만원의 채용비용과 3개월이상의 장기간 채용일전진행 등의 문제가 있다"며 "실무중심의 평가를 통해 최대한 신속하게 현업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연봉제 경력직 사원으로 충원할 방침"을 통보했다.

또 "이러한 회사의 인력충원 방침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방송에서 정규직(호봉제)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 할 경우에는 신입공채에 대한 구체적인 채용사유 및 채용일정, 전형절차 등 종합적인 채용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렴해 본사에 보고해달라"고 전했다.

회사의 이러한 방침은 전체 CBS에 연봉제를 도입하려는 의도라는 것이 지부의 설명이다. 김상철 CBS지부장은 "단체협약에 따르면 일반직은 호봉제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특별한 경우에만 노사 합의를 통해 연봉제 계약직을 뽑게 되어있다"며 "일방적으로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부는 7일 발행된 특보에서 "자신들의 부끄러운 경영 성적표를 갈등적 경쟁 조장, 왜곡된 채용으로 극복하려는 현 CBS경영진의 의도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며 "중앙국보다 상대적으로 다루기 쉽다고 본 지역국을 상대로 먼저 주사위가 던져졌을 뿐이다. 회사가 진짜 바꿔놓고 싶은 건 중앙국의 근로 형태임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 상왕정치 나선 이사회, CBS경영혁신위원회

지난 4월 1일 열린 CBS경영혁신위원회의 소식은 조합원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동춘 재단이사회 부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CBS경영혁신위원회는 투자회사문제와 사장 선임 규정 개정 문제, 각종 제도 개선 문제를 안건으로 논의했다.

지부는 특보에서 "제도개선안건은 임금제 변경과 고령자 대책에 대한 논의로 나눠진다"며 "이사회가 대놓고 근로 형태 변경을 왈가왈부하겠다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철 지부장은 "경영혁신위원회가 외부 컨설팅 업체에 위탁을 맡겨서 임금 문제를 논의하려는 소식이 들린다"며 "노사가 합의 해야 하는 일을 이사회가 진행한다는 것은 이사회의 권한 위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BS지부는 "지역 인력에 대한 연봉제 채용, 또 고임금자에 대한 엉뚱한 인사조치가 시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 차원에서도 임금문제와 고령자 문제를 본격 논의하겠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며 "갈등이 표면화된 지역발전방안이 일단락 되는 대로 곧이어 중앙국을 포함한 전 CBS의 틀을 바꿔내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 노사 신뢰 무너져, 조합원들 "참담하다"

조합원들의 분노는 거세질 전망이다. 지역국협의회를 비롯한 각 지역지부에서는 잇따라 성명을 발표했다. 직능별 단체인 CBS방송기술인협회와 아나운서협회, 기자협회, PD협회등도 노사 합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나운서협회는 10일 성명에서 "회사는 경영의 어려움을 직원들의 인건비 탓으로만 돌릴 것이냐"며 "다가오지 않은 비관적인 미래만으로 위협하지 말라. 최악의 경영위기가 사실이라면 회사 경영진과 이사회는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먼저 답하라"고 밝혔다.

김상철 CBS지부장은 "조합원들은 임금은 희생해도 CBS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열망이 상당히 강하다"며 "올해가 CBS 60주년이다. 이번 임금협상 진행과정에서 경영진이 CBS의 비전을 보여주는 모습도 없이 그저 어렵다, 임금도 못 주겠다 하는 모습에 조합원들의 실망감이 컸다. 그렇게 누적된 정서가 이번 합의 위반에서 크게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철 지부장은 "회사에 요구하는 것은 약속 위반에 대한 사과와, 원칙대로 채용 절차를 진행하라는 것 뿐"이라며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향을 보이는 것으로 충분하다. 수습안을 제안하거나 읍소 할 생각도 없다. 잘못한 사람들이 결자해지로 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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