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4월 8일 박 대통령 지지율(60% 상회)의 비밀을 주제로 칼럼을 내보냈다. 기초공천제 폐지 공약을 지키지 않았고,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이 발표됐고, 북한 무인기 발견, 청와대 행정관 비위 사건 등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은 사안이 수두룩한데 박 대통령에게는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박 대통령이 현안과 거리를 두는 ‘제 3자 전략’을 꼽았다. 즉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의 당사자가 아니라 장관들을 호통치고 해결사 역할을 하는 이미지가 구축됐다는 점을 들었다. 또 민생 현안은 즉각적이고 비타협적이면서도 정치 현안은 침묵과 무시 전략으로 진을 빼 놓는다는 것도 언급했다. 그리고 미소, 측은지심, 청렴과 같은 박 대통령의 고유 이미지가 지지율을 받쳐주는 일등 공신이라고 말했다. 칼럼은 마지막에서 제대로 된 야당을 만났더라면 새누리당이 이렇게 기고만장하지는 않을 것이며, 여권 스스로 ‘나부터 잘하자’는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억지스럽게 결론을 맺기는 했지만 이 칼럼에서는 정작 지적해야 할 내용을 빼놓고 있다. 즉 현재 언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박 대통령의 ‘제 3자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대통령 선거 공약인 기초공천제 폐지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하는 언론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비판을 쏟아낸다. 간첩 증거 조작 사건 역시 본질이 상당 기간 파헤쳐지지 않았고, 누락되면서 ‘여론화’가 되지 못했다. 또 북한 무인기 사건에 대한 침소봉대, 청와대 행정관 비위 사건 축소 등 현재 언론은 비정상의 길을 걷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 지지율의 비밀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 때문이지 박 대통령 개인 능력이 결코 아닌 것이다.

작위적인 문항으로 박 대통령 패션 찬양?

“우리 국민의 72%가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이 ‘우리 나라의 이미지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으며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보는 국민은 5%로 나타났다”(조선일보 4월12일 기사 중)

“귀하는 현재 대통령의 패션이 우리나라의 이미지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십니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십니까?”
①매우 좋은 영향 ②어느 정도 좋은 영향 ③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④모름


 한국갤럽이 4월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휴대전화 여론조사(RDD)로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에 대한 인식을 물은 질문지 중 일부 내용이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조선일보 12일 토요일자 4면 3단 <“박대통령 패션, 나라 이미지에 좋은 영향” 72%>란 제목으로 보도됐다.

조선일보는 이어 ‘박 대통령이 옷을 잘 입는가’, ‘옷차림이 화려한가 실용적인가’, ‘한복이 잘 어울리느냐’, ‘외국산 명품 가방을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느냐’ 등 갤럽 조사 결과를 풀어냈다.

각 언론사는 가치 판단을 거쳐 기사를 선택해 내보낸다. 하지만 이 내용은 타블로이드 가십에나 어울릴만한 내용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너무나 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은 결과이고, 질문 항목 역시 특정 답을 유도하려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질문부터 ‘얼마나 좋은 영향’에 무게가 쏠려있다. 그리고 4개의 선택지 중 절반을 차지하는 2개가 ‘좋은 영향’의 범주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좋지 않은 영향은 25%, 모른다는 25%로 질문을 꾸렸다. 이 같이 기울어져 있는 여론조사의 결과는 ‘국민’이란 단어와 여론이란 이름으로 수식, 기사화되어 독자에게 전달됐다. 또 이 신문이 소유한 종합편성채널에서도 이 기사가 주목되어 내보내졌다. 이런 왜곡된 여론의 확대 재생산이 현재 박 대통령 지지율의 또 하나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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