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장 새누리당 경선 관련한 보도에서는 ‘백지신탁 논란’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13일 김황식 전 총리는 현대중공업과 서울시간 직무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경선 이후에도 이 사안이 계속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백지신탁에 대한 김 전 총리의 글 ‘논리 정연’

김 전 총리의 블로그에 실린 <정몽준과 현대중공업 백지신탁 논란의 쟁점 완전정리>라는 글에는 백지신탁 논란에 대해서 상세하고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다. 백지신탁 제도는 2005년 당시에 유능한 인재의 공직 진출 차단, 재산권 침해 소지 등의 우려가 있었지만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의 이해상충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돼 도입됐다.

이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제청에 대해 2012년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법에 의해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6년 4월 서울시장 재임 당시 보유 중이던 786주의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각했다고 한다. 당시 보유 주식이 “업무연관성이 있다”는 행정자치부 백지신탁위원회의 판정에 따른 것이다. 이 전 총리는 법이 사람마다 다른 기준으로 적용될 수는 없기 때문에 정 의원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1조 7천억 원 가치)에 대한 백지신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 설명은 김 전 총리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논란은 서울시민들의 투표행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므로 언론에서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보도태도를 보여야 마땅하다. 다시 말해서 양 후보의 공방을 정확하게 전달해줌과 동시에 언론사 스스로 이 사안에 대해 검증하여 시청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방송은 ‘백지신탁 논란’이라는 단어만을 전할 뿐, 이것이 무슨 내용인지 누구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스스로 살펴보지 않았다.

‘백지신탁 논란’을 ‘네거티브’로 단정한 MBC, SBS, YTN

현재 방송의 선거보도는 천편일률적으로 ‘백지신탁 공방’이라는 말만을 전달하고 있다. 백지신탁 공방이 도대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한 방송사는 단 한 곳도 없다. 게다가 MBC, SBS, YTN는 앵커가 기자가 백지신탁 논란에 대해 ‘네거티브’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며 보도했다. 이 사안을 ‘네거티브’로 일축하는 것은 정 후보의 입장일 뿐이므로 언론에서는 이에 대해 신중하게 표현했어야 한다.


△ 4월 13일자 YTN <뉴스나이트> 화면 캡처



KBS는 ‘설전’, JTBC는 ‘공방전’, TV조선은 ‘신경전’, 채널A는 ‘공방’, '설전‘이라고 표현했다. MBC <달아오르는 경선열기>(13일, 장재용 기자)에서는 앵커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들은 이른바 네거티브 공방을 주고받았고”라고 말해 사안을 네거티브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 YTN <여, 서울시장 후보 ‘네거티브 공방’>(13일, 안윤학 기자)에서도 앵커가 “또 한 차례 네거티브 공방을 벌였다”고 언급했다.

백지신탁이 무엇인지 좀처럼 설명하지 않는 보도들

정몽준, 김황식 예비후보의 공방을 그대로 전하는 것 이외에 이 사안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 보도도 거의 없다. KBS <여, ‘백지신탁’공방…야, ‘광주 경선’ 갈등>(13일, 김성주 기자)에서는 기자가 “김황식 전 총리가 현대중공업과 서울시간에 직무 관련성이 있는 만큼 정몽준 의원이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연일 설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JTBC <백지신탁 공방전 ‘점입가경’>(13일, 임소라 기자)에서는 기자가 “김황식 후보는 현대중공업과 서울시장직의 업무연관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정 후보를 공격했습니다”라고 멘트했다.

YTN <여, 서울시장 후보 ‘네거티브 공방’>(13일, 안윤학 기자)에서 “김 후보는 백지신탁 문제 제기는 정상적인 검증 과정이지, 네거티브 공세는 아니라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더 나아가 보도자료까지 내고 본선에서 야당의 ‘쓰나미 공격’이 예상된다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습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내용으로 국민들이 백지신탁 논란에 대해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공방만 앵무새처럼 전달, 언론의 기능은 없는 방송보도

7개 방송사 모두 정몽준, 김황식 예비후보의 발언을 담았지만, 이 발언만으로는 시청자들이 백지신탁에 논란에 대해 이해하기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표1> 4월13일 방송사 정몽준 김황식 후보 코멘트) 특히 이 멘트를 보면 정 후보는 사안에 대한 정확한 해명이 아니라 ‘네거티브다’, ‘국어실력 검토하라’, ‘안심하라’라는 말들만 담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기자의 해석은 전혀 없었다.

 

 

정몽준 후보 발언 장면

김황식 후보 발언 장면

KBS <여, ‘백지신탁’공방…야, ‘광주 경선’ 갈등>(13일, 김성주 기자)

“소위 말하는 네거티브죠. 선거를 통해서 서로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안하고…”

“검증을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네거티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MBC <달아오르는 경선열기>(13일, 장재용 기자)

“그건 대표적인 네거티브죠. 그분들 국어실력을 좀 검토해주세요”

“여러가지 또 정치적인 그런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SBS <여 “시도지사 조기확정‥선점효과”>(13일, 김지성 기자)

“그분들이 후보지, 무슨 심사위원도 아닌데…무슨 혼란이 온다. 이건 포지티브는 아니죠”

“법과 사실관계에 터 잡아서 검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네거티브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YTN <여, 서울시장 후보 ‘네거티브 공방’>(13일, 안윤학 기자)

“그 분들이 후보지, 심사위원도 아닌데…무슨 혼란이 온다. 그건 포지티브는 아니죠. 다른 후보가 되면,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 그것은 대표적인 네거티브이죠. 그분들 국어실력을 검토 좀 해주세요”

“법과 사실관계에 터 잡아서 검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네거티브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백지신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이 나면 여러 가지 또 정치적인 소용돌이에…”

JTBC <백지신탁 공방전 ‘점입가경’>(13일, 임소라 기자)

“성립되지 않는 질문을 자꾸 하시는데 저는 충분히 대답했어요. 그분들 국어 실력을 좀 검토해주세요”

“백지신탁이 된다고 했다가 안된다고 했다가 어느 쪽이든지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미리 그런 문제를 대비해서 정리해야지…”

TV조선 <공차고 던지며 표심 잡기>(13일, 강동원 기자)

“혼란이 있을 거 없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분들이 후보지, 무슨 심사위원도 아닌데”

“판정이 이쪽으로 되든 저쪽으로 되든 이런 문제 저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지…”

채널A <굳히기 VS 뒤집기 백지신탁 공방>(13일, 김윤수 기자)

“‘아무 혼란 없는데 혼란 있으니 대답하라’하면 성립되지 않는 질문이다. 그분 들 국어실력을 좀 검토해주세요”

“검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네거티브라고 생지는 않는다. 어느 쪽으로 결정나든지 간에 문제가 생기면 여러 가지 문제나 혼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

△<표1> 4월13일 방송사 정몽준 김황식 후보 코멘트

언론의 공정성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사안일 경우 논란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 사안을 전할 필요가 있다.

정몽준 후보의 ‘백지신탁’ 논란이 진정 김 전 총리의 ‘네거티브 공격’ 정도의 사안인 것인지, 실제로 정 의원의 분명한 입장표명이 필요한 사안인지 언론은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보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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