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준칙 존재하지만 교육하지 않아" … "속보 경쟁에 억눌려 현장에서 지키기 어려워"
한국기자협회,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

한국기자협회(협회장 박종률)가 세월호 참사보도의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23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이연 선문대학교 교수는 "재난보도의 본질은 재난의 규모나 피해 상황을 전달하는 단순한 '보도기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나 혼란 속에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행동 지시 정보와 안부정보, 생활정보등을 전달하는 '방재기능'도 수행해야 한다"며 "재난 발생의 문제점 등을 추적보도 한다든가 복구나 새로운 건설 등을 꾀하는 '부흥 기능'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 교수는 재난보도준칙과 매뉴얼 작성 유의점으로 ▲보도, 방재, 부흥의 기능을 단계적으로 균형있게 보도할 것 ▲시청자나 독자 중심의 보도가 아니라 피해자 중심으로 보도할 것 ▲재난 발생 초기에는 책임 추궁성 탐사보도보다는 피해 정보나 안부 정보, 생활정보 중심으로 보도할 것 ▲정부기관의 공식 발표도 진위를 검증한 후 발표할 것 ▲인권이나 초상권 침해 등에 유의할 것 등을 짚었다.

 



비슷한 준칙 이미 존재하지만 교육하지 않아

정필모 KBS보도위원은 "재난보도준칙을 다시 만들지 않아도 신문윤리강령이나 방송강령대로만 하면 기존에 지적된 문제들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않는 이유는 관리와 체계시스템이 잘못되어서다. 경제적 효율성이 인간의 존엄성을 압도하고 있다. 사회 전체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또한 "언론사마다 윤리규정등을 갖고 있지만, 현장에 내려가는 기자들에게 그것을 상기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장 기자들의 미숙함을 감싸자는 것은 아니지만 비난이 일선 기자들에게 모아지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규연 논설위원은 "언론계에는 자사 이기주의가 굉장히 강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공동의 보도준칙이 더더욱 필요하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제정하려다 실패한 재난보도준칙을 이번에는 함께 손을 맞잡고 꼭 제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병국 연합뉴스 콘텐츠평가실장은 "준칙이 존재해도 제대로 교육받은 적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잘못하고 있는 지 세부적으로 반성하고 준칙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기자들에게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육 등을 통해 준칙이 지켜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속보 경쟁에 억눌려 현장에서 지키기 어려워

김당 오마이뉴스 부사장 또한 준칙 제정 후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당 부사장은 "현장에서는 늘 자사이기주의와 속보경쟁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공동의 준칙이 필요하다"며 "준칙만 만들어 놓고 교육 훈련이 없으면 안 된다. 기자들의 갖는 인식이 부족하다. 교육을 통해 체화시키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중우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회장은 "타사보다 먼저 속보를 내야 한다는 경쟁의식 때문에 각 언론사의 윤리강령 등이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며 "카메라기자협회에서도 7년 전에 매뉴얼을 만들고 책자까지 만들었지만 현장에서는 속보 경쟁이라는 의식에 억눌려서 지키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중우 회장은 "본사에 있는 데스크들이 타 방송사와 다른 내용, 다른 그림이 없냐고 강요한다"며 "그런 상황은 오보의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중우 회장은 또 "준칙이 없어서 못 지키는 것이 아니다. 언론인들의 양심적인 자세가 가장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속보를 위해 인권을 무시하는 취재행태에 대해서 많은 언론인들이 반성부터 하고 준칙을 만드는 데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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