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노조는 이번 16대 총선 보도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노력의 하나로 총선방송모니터팀을 구성하고 방송사별로 총선보도원칙을 노사 합의로 만들기까지 했다. 이런 총선보도원칙의 기본 정신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당, 후보자간 엄정한 중립을 지킨다는 정신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과 관련한 방송사들의 보도 행태를 볼 때, 과연 노사 합의의 총선보도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들게 하는 사례들이 많이 나왔다.

그 사례 중 하나가 총선 하루전인 4월 12일 MBC 뉴스데스크의 총선 마지막 판세 분석 보도였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총선 후 정국 전망을 한다는 명목으로,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10석 이상 차이로 제친다면, 지금까지의 여소야대 현상이 되풀이…… 개혁입법이라든지 또 민생경제 관련 입법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이라고 보도를 했다. 이 보도는 시청자들에게 마치 '한나라당이 이기면 개혁 입법과 민생 경제 관련 입법이 제대로 안될 것이다'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는 소지를 제공했고, 당사자인 한나라당의 MBC 취재 거부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

MBC의 이 보도는 여당이 평소 주장해 온 내용을, 객관적 사실인 양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오류를 범했다. 특히 보도 시점이 선거 운동 마지막 날 밤이라는 점에서 여당에 유리한 편파 보도였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마디로 정당, 후보자 간 엄정한 중립을 지킨다는 노사 합의의 총선 보도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보도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MBC의 4월 12일 사례는 방송사의 총선 보도 가운데 편파성 시비가 극도로 불거진 경우이다.

이처럼 편파성 차원에서 볼 때 뭔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영동지역 산불 피해'를 방송사들이 소홀히 다룬 것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피해 규모가 사상 최악이었고, 울진 원전과 동해시 등이 산불로 긴급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방송사들은 평소와 달리 이 보도를 비중이 작은 뉴스처럼 보도했다. 총선 보도에 묻혀 버렸다고 볼 수 있는데, 김 대중 대통령의 남북 정상 회담 발표에 임하는 보도 태도와 비교할 때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영동 산불 피해 지역은 선거가 끝난 뒤 뒤늦게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됐다. 어쨌든 특별 재난 지역이 됐다는 것은 피해가 엄청났다는 얘기인데, 방송사들이 이에 걸맞게 보도를 하지 않은 배경에 혹시 총선 전에 안 좋은 뉴스를 되도록 내보내지 않겠다는 의도는 없었는지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교묘한 여당 편들기'라는 지적을 받은 사례도 많았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4월 3일 KBS와 MBC가 보도한 '여야 국부 유출 공방' 기사를 들 수 있다. 이날 민주당은 한나라당 이 한구 선대위 정책위원장을 비난했는데, 리포트로 처리할 정도는 아니라는 일선 기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데스크 선에서 이 기사를 어떻게든 리포트로 밀어 부친 흔적이 감지되고 있다.

이밖에 김 대중 대통령 유럽 방문 기사 등 정부 홍보성 보도가 총선 기간 내내 집중적으로 뉴스를 통해 보도했다는 점이 총선 보도의 공정성을 잃게 하는 또다른 중요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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