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방위 8일 4000원 인상안 법안심사소위로 넘겨
언론시민단체 “국가적 재난 상황에 날치기”

새누리당이 야당과 언론시민사회의 반발에도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상정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선교)는 8일 오전 9시30분 전체 회의를 열고 현 2,500원의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는 안을 미방위 법안심사소위(소위원장 조해진)로 넘겼다. 이날 미방위 야당측 위원들은 불참했다.


기습적인 수신료 인상안 상정에 언론 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언론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7일 저녁부터 국회 앞에서 “권력으로 국민의 주머니를 함부로 털겠다는 정치권력과 KBS는 파렴치한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릴레이로 일인시위를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는 7일 ‘수신료 날치기 처리 절대 안된다’라는 성명을 내고 “공정성과 독립성이 망가진 지금의 KBS를 정상화하기 위한 논의 없이 수신료 인상은 불가능하다”며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날치기를 획책하는 새누리당은 그 음흉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문방위 전체회의를 앞둔 8일 오전 9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소개로 국회 정론관에서 명분도 절차도 무시하고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도 저버린 수신료 인상 기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사회적 절차와 합의는 물론 사회적 정서까지 위반한 것으로 도덕적 정당성도 갖지 못한 기습 상정”이라고 비판했고, 이완기 민언련 공동대표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준상 KBS 이사는 “과연 KBS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공정한 여론을 조성했다고 보는가. 누구를 중심으로 사건을 바라봤는가. 회의적이다”라며 “국회가 잘 혜량하지 못하고 단독 상정한다면 나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이사는 이어 “감사원 결과 등을 보면 KBS는 누가 수신료 면제 대상인지 확인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회사 로고까지 가리며 일해야 하는 환경이 되어 버렸다. 언론을 망가트린 자는 누구인가”라며 “정치권이 ‘국민의 알권리’보다는 정파적 이해를 대변하는 부조리한 언론시스템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이어 “지배구조와 편성위 등 국회 논의를 무시하고 누더기 방송법을 통과시킨 후 또 다시 비상식적으로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상정하려 하고 있다. 즉각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미방위 전체회의에서는 한선교 위원장, 조해진 여당 간사, 권은희, 김을동, 민병주, 박대출, 이상일, 이우현, 이채익, 홍지만 등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석했다.



한선교 위원장은 미방위 전체 회의실에 들어오면서 KBS 카메라들이 있는지를 물었고, 2대가 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한 위원장은 재난 안전과 시급성 및 중요성을 언급한 뒤 국회선진화법 등을 강조하면서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하고 여당 의원들만으로 대체 토론을 한 후 법안심사소위로 넘겼다.

조해진 여당 간사는 “재적 5분의 1만 있어도 상정은 가능하다”며 “야당이 마음만 먹으면 저지할 수 있다. 야당은 마치 상정도 권한인 것처럼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날치기, 일방강행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표현을 쓴다”고 주장했다.

조 간사는 이어 “수신료는 33년째 묶여 있고, 물가 인상 폭을 고려해 현실화하자는 논의도 6년째”라며 “야당은 인상이 안 되면 안 된다고 해야 KBS가 구조조정을 하든 경영합리화를 하든 자구노력을 하게 해야 하지 않느냐. 안은 올려놓고 논의하자”고 말했다.



민병주 의원은 “공영방송 역할을 위해 늦은 측면이 있다”며 “자구노력과 함께 KBS는 수신료가 어떻게 쓰이는지 회계 분리 등 경영혁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홍지만 의원은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에게 ‘30여 년 전 짜장면 가격을 아느냐?’ ‘공영이든 민영이든 광고 비중이 높으면 어떻게 되느냐’, ‘KBS가 BBC처럼 명품다큐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냐?’ 등의 질문을 했다.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은 수신료 인상안과 관련 “KBS는 국가기간방송으로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실현, 양질의 프로그램 제공 등 방송법이 정한 공적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수신료가 30여년간 동결되어 KBS는 재정적자 구조에 직면하고, 광고비중이 높아져 프로그램 공공성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방송프로그램의 질 향상과 재난재해방송,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배려 등 공적책무 수행을 확대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선교 미방위 위원장은 방송통신심의위 위원 국회 추천과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 채택 등의 안건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전체회의 정회를 선포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회 후 회의장에 들어와 ‘해도해도 너무한다. KBS 새누리당’이란 손피켓을 들고 한선교 위원장과 조해진 간사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최 의원은 “해도 너무하는 것이 아니냐. 특정언론에 봉사하려면 그 언론사로 가라”고 분노를 터트렸다.




한편, 언론노조, 민언련, 언론연대 등 언론단체는 9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수신료 인상 날치기 상정 규탄 기자회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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