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대책위, 장애인, 케이블비정규 5일 기자회견

“프란치스코 교황님, 광화문 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시기 이전에 우리가 이 땅에서 지금 받고 있는 고통에 먼저 귀 기울여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미사를 치장한다는 이유로 저들이 우리를 광장에서 쓸어내는 일이 없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우리를 찾아와 주십시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 장애인, 빈민, 케이블방송 비정규 노동자들이 5일 낮 11시 30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광화문 농성장 방문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현재 광화문 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또 광화문 역 안에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2년째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광화문 인근 서울 파이낸스센터 빌딩(씨앤앰 대주주 MBK파트너스 입주)과 흥국생명빌딩(티브로드 모기업인 태광그룹) 앞에서는 케이블 방송 씨앤앰과 티브로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 달째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여기 핍박받고, 소외된 우리들은 우리가 울부짖을 때에 응답하시는 하느님을 믿습니다”라며 “우리와 함께 울어주십시오. 우리가 잃어버린 사람들과 다 겪은 후에야 끝나게 될 우리의 시련을 위해 울어주십시오. 우리와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편지를 읽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한국을 찾고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 천주교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미사를 집전한다.


◇“8월15일 광화문에 모인다”=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15일 광화문 광장으로 집결이 예고되고 있다. 9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세월호참사국민대책위는 8월15일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위는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와 함께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운동, 천만인 서명운동, 주말 촛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세월호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위는 “유가족들이 목숨을 내 놓으며 대통령과 권력자들에게 간곡히 호소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국회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고난 받는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로 모든 권력자가 낮은 데로 임하도록 하기 위해 끝까지 광화문을 지켜 내겠다”고 밝혔다.


◇“2년여 농성, 9명의 영정이…”=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는 농성이 광화문 광장 지하보도에서 2년째 진행되고 있다.

양유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농성장에 9개의 영정이 들어섰고, 이들은 모두 장애등급제 또는 부양의무기준으로 세상을 떠나게 됐다”고 투쟁 상황을 말했다.

이들은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의 차별과 계속해서 이어지는 안타까운 죽음을 멈추기 위해 100만인 서명운동을 하고 있고, 현재 10만 명 이상의 서명이 모였다”며 “진짜 낮은 곳으로 임하는 것은 바로 광화문으로 오시는 것”이라고 밝혔다.



◇“살인적인 노동실태를 봐주십시오”=케이블 방송업계의 다단계 하도급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의 거리 농성도 장기화되고 있다. 케이블방송 티브로드, 씨앤앰 노동자들은 지난 6월16일부터 대량해고와 직장폐쇄에 맞서 광화문 흥국생명과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노숙 투쟁 중이다.

티브로드, CJ헬로비전, 씨앤앰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은 지역별로 방송, 가입, AS, 콜센터, 유지 보수 등의 업무를 협력 업체로 돌리고, 이는 다시 계열사 및 외주화되고 있다. 2013년 기준에 따르면 티브로드 전체 인원 2,277명 중 678명만이 정직원이고 1,599명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되어 있다. 이는 70.2%가 간접고용 형태인 것이다.

케이블 방송 업계 인력 실태는 방송제작 외주와 케이블 포설 및 공사 외주 인원까지 포함시킬 경우 비정규직 비율은 80%를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노조측 집계다.

다단계 외주화는 살인적인 노동을 불러온다. 원청이 하청들에게 영업 수수료 일방조정과 가입 해지에 따른 부담 전가, 지정한 업체 자재 구입을 강요하면 결국 그 고통은 끝단에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노조측 자료에 따르면 1주간 근로시간이 법정 최고 한도인 52시간을 넘긴 70시간에 육박하고 있으며, 한 달에 쉬는 날이 이틀에 불과하다. 여기에 업무 실비로 처리해야 할 차량유지비, 유류비 통신비, 기타영업비 등을 직접 부담시키고 있다. 이 금액은 월 31만원에서 50만원에 달하며 많은 경우 90만원 이상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급여 패널티가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한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163만원의 임금 중 패널티로 인해 16만원을 많은 사례도 있으며 4대 보험 제외하면 월급 80% 이상의 패널티로 차감된 경우도 있다. 패널티 사유에는 고객 6개월 이내 해지, 해지 고객 장비 미회수 등이다.

씨앤앰의 경우 4개 외주업체의 비정규직 99명에게 고용승계 거부 및 해고가 통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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