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언론실천선언 40주년 기념식, "끈질기게 싸우자"

 

우리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한 미증유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에 있음을 선언한다. 민주사회를 유지하고 자유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사회기능인 자유언론은 어떠한 구실로도 억압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것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교회와 대학등 언론계 밖에서 언론의 자유회복이 주장되고 언론인의 각성이 촉구되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뼈아픈 부끄러움을 느낀다.

본질적으로 자유언론은 바로 우리 언론종사자들 자신의 실천과제일 뿐 당국에서 허용하거나 국민대중이 찾아다 쥐어주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유 언론에 역행하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민주사회 존립의 기본요건인 자유언론 실천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선언하며 우리의 뜨거운 심장을 모아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신문, 방송, 잡지에 대한 어떠한 외부간섭도 우리의 일치된 단결로 강력히 배제한다.
1. 기관원의 출입을 엄격히 거부한다.
1. 언론인의 불법연행을 일절 거부한다. 만약 어떠한 명목으로라도 불법연행이 자행되는 경우 그가 귀사할 때까지 퇴근하지 않기로 한다.

자유언론실천선언.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사 기자 일동.


서슬퍼런 유신독재 아래에서 언론인 스스로 자유 언론을 찾겠다고 나선 '자유언론실천선언'이 외쳐진 지 40년이 지났다. 강산이 네 번 변할 40년. 언론은 어떻게 변했을까.

2014년 동아자유언론실천위원회는 "10·24 선언의 내용은 오랜 세월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2014년 10월 24일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모였다. 40년 전 박정희 독재 정권을 비판하다 거리로 쫓겨난 언론인들이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는 "오늘날 동아투위는 사회적 흉기가 된 '폭력언론'이 대중을 속이면서 국민을 '종북'과 '애국세력'으로 양분하는 작태를 보며 1974년 10월 24일 그날처럼 언론노동자들이 자유언론실천의 깃발을 다시 높이 들어야 한다고 확신한다"며 "'낙하산 사장'체제 속에서 진실을 보도하지 못한 채 굴욕과 고난의 나날을 보내는 동지들이 하루 빨리 투지를 되찾아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을 되살리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은 "'신유신시대'가 된 오늘날,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의미를 다시 가슴에 새겨야 한다"며 "장악된 언론보다 부역하는 언론이 더 문제가 아닌가 싶다. 투쟁을 좀 더 정확하게 기록하고 명확하게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종률 기자협회장 또한 "오늘날 우리 후배들은 저널리즘의 소명의식을 잃고 부지불식간에 직장인이 되지 않았나 반성한다"며 "언론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를 성찰할 수 있는 날이 자유언론실천선언날이다. 더 열심히 선배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40년 전 동아일보 기자들이 폭력배에 의해 동아일보 사옥에서 강제로 쫓겨날 때 끝까지 함께 있었던 제임스 시노트 신부는 "진실을 말하면 감옥에 가야 했던 때 그들의 결단과 고귀한 선택을 잊을 수 없다"며 "오늘은 빛나는 징표의 날이다. 전 세계에서도 유례 없는 날"이라고 기념사를 전했다.

고 이의직 동아투위 위원의 장남인 이주헌씨는 "또 다시 언론이 어둠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며 "가스를 주입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스스로 언론의 자유를 포기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다시 힘차게 나아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날 기념식에서는 제20회 통일언론상과 제26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도 함께 진행됐다. 제20회 통일언론상 대상으로는 뉴스타파의 '국정원 간첩조작 연속보도'가 선정됐다.

통일언론상 심사위원단은 뉴스타파의 '국정원 간첩조작 연속보도'에 대해 "간첩조작 사건이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자취를 감추지 못한 데 대해 경종을 울리는 보도였다"며 "최초보도는 물론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추적보도를 함으로써 조작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공을 세웠고, 사법부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특별상인 오마이뉴스의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는 "평범한 아줌마의 시선으로 북한의 실상을 잘 보여줬다"며 "일반인에게 감동을 준 내용을 높이 평가해 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한국PD협회가 공동으로 시상하는 통일언론상은 평화 통일과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보도·제작 준칙'의 취지와 내용을 신문과 방송, 통신, 잡지, 인터넷 매체등의 보도·제작에 충실히 반영한 언론인이나 사회단체, 관계자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제26회 안종필 자유언론상은 문창극 전 국무총리후보자 등 박근혜 정부 제2기 내각 고위공직자 후보들에 대한 인사검증과정을 보도한 'KBS 보도본부 인사검증 TF'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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