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0416, MBC 앞 일인시위

세 아이의 엄마 기숙영씨는 매주 목요일마다 서울 상암동 MBC 앞에 간다. 큰 피켓을 혼자 들고 올 때도 있고, SNS에서 알게 된 다른 엄마들과 함께 오기도 했다.

23일 낮 12시 MBC 앞에서 만난 기숙영씨는 “여기서만 7번째”라고 말했다. 일인 시위를 하는 뒤 편 대형 화면에서는 광고들과 각종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 5일 점심때마다 리멤버0416 맴버들은 “세월호의 진실 살아있는 언론이 필요합니다” “내 친구 MBC는 죽었다. 내 친구를 살려내라!”라는 대형 피켓을 들고 언론의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리맴버0416’은 엄마들의 모임이다. 한 어머니가 안산 분향소에 조문을 갔다가 유가족과 우연히 만나면서 ‘무언가 해야 겠다’는 결심에서 생겨났다. 당시 한 유가족은 이 어머니를 붙들고 “힘없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한다. 할 수 없는 곳이다”라고 말하며 울었다고 한다. 이에 “우리가 꼭 하겠다. 행동하겠다”고 약속을 하게 된 것. 그 뒤부터 피켓을 만들고 엄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광화문에서, KBS 앞에서 그리고 MBC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함께 해 오고 있다.

9월 13일 MBC보도 화면 캡쳐.

MBC가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이 ‘난장판’이 되어버렸다는 식이 보도가 나가자 엄마들 사이에 ‘이건 아니다’라는 의견이 모아졌고, 그 때부터 일인시위가 시작됐다.

“사실 저는 그동안 뉴스를 제대로 보지 않았어요. 아이들 키우기도 정신없고 해서요. 하지만 세월호 사고가 난 뒤 텔레비전을 뉴스를 붙들고 살다시피 했어요. 뉴스를 꼭 챙겨보곤 했어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보도해서는 안돼요”

일인 시위를 하면서 ‘언론 보도’의 중요성을 더욱 더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일부 어르신들이 언론 보도를 내세우며 몰아세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자식 팔아 장사한다. 정치 세력이 개입되어 있다. 특혜 입학 요구. 단식하는 사람들에 대한 음해 등 이런 거 다 언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이잖아요. 어르신들이 막 뭐라고 하는거죠. 제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면, MBC, KBS가 거짓말 하느냐는 논리를 대는 거예요. 아이들 있으시지 않냐 물으니 어디다 우리 아이를 갖다 대냐고 하더라구요. 너무 기가 막혔어요. 그럼 세월호에 탄 아이들은 무슨 잘못이 있나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이 분들 왜 이렇게 생각하겠어요?”


일인 시위의 이유를 묻자 “저희는 엄마들입니다. 이기적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이 사회에서 잘 살게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는 안 된다. 언론이 진실을 전해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기 씨는 “유가족을 만나 끝까지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들이 거리에 있는 한, 같이 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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