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새누리당이 발의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의 문제점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으로 공무원과 교원의 반발을 사더니 이번에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공공기관 및 언론 노동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운법 개정안은 공무원연금 개혁, 규제개혁과 함께 새누리당이 내세운 경제혁신 3종 세트의 하나인 공기업개혁안 중에서 법률 개정 사항을 정리한 것이다. 특히 이번 공운법 개정안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공기업은 퇴출시키거나 해산하는 등 ‘공공기관 정상화 2단계’ 계획 추진에 조응하여 강도 높은 공기업개혁안을 담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은 공운법에 공공기관 퇴출 제도가 부재한 결과 안일한 경영을 초래했다고 평가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공공기관의 퇴출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그리고 설립 목적의 달성, 존립기간의 만료, 합병, 파산, 법원의 명령 또는 판결 등으로 공공기관을 해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현재 등 새누리당 의원 155명이 지난 11월13일 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기관 운영 관련 5년 이상 당기 순손실, 2년 이상 전녀대비 수익 2분의 1 감소시 해산조치 등을 할 수 있는 안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공기업은 국민경제적으로 중요하고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필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적자라고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했던 ‘착한 적자’일 경우가 많은데, 부실내지 적자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퇴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일부 공기업의 부정적 양태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일 뿐이다.

더욱이 개정안의 퇴출 요건처럼 현재 5년 이상 계속하여 당기 순손실이 발생한 공공기관 16개를 살펴보면, 공기업은 대한석탄공사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근로복지공단이나 서울대학교병원과 같이 수익 창출이 주된 설립 목적이 아닌 준정부기관 또는 기타공공기관이며, 적자가 나더라도 공공부문에서 담당해야 하고 공적인 통제가 요구되는 기관이었다. 여차하면 서울대학교병원도 퇴출시키거나 민영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공공기관 부채의 핵심요인이 공공기관의 ‘기능 과잉’이라고 엉뚱한 진단을 하는 등 공기업을 민간에게 넘겨주기 위한 근거로 공기업 부채를 활용하고 있다. 실제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장은 이러한 구조조정의 목표가 공기업도 기업처럼 만들어 놓는 것이라 했다. 민간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의 역할을 축소해 나간다는 방향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민영화 방안일 뿐이다.

심지어 애초에 새누리당의 공기업 개혁안은 기획재정부가 공기업 부채 증가의 원인을 제공했고, 공공기관 관리의 책임성도 부족하기에 기재부 산하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공공기관혁신위원회로 개편하고 총리실로 이관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11월 13일에 발의된 공운법 개정안은 이를 없던 것으로 하고, 오히려 공공기관에 대한 기재부 주도의 관료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 공운법 상의 ‘공공기관 지정 예외조항’을 완전히 삭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행 공운법 제4조 제2항은 기획재정부장관이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는 기관으로 KBS와 EBS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관을 따로 명시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KBS와 EBS는 정부가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관으로서 ‘그 밖에 자율ㆍ책임경영이 필요한 기관’에 해당되어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이미 KBS의 인사와 보도제작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면서도, 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인사 조직 운영 예산은 물론, 기관 통폐합과 기능조정, 심지어 해산까지 정부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사장 임명 또한 대통령이 좌우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사실상 ‘국영방송’으로 전락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공공기관 선정기준의 일관성 문제만 제기할 뿐, 공영방송의 위상과 역할 등 그 특수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러한 새누리당의 공운법 개정안에 대해 취해야 할 입장은 분명하다. 공기업을 사기업화하고, 공영방송을 국영방송으로 만드는 공운법 개정안을 철회시키고, 공공기관의 공공성 강화와 민주적 지배구조를 위한 공공기관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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