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전원 복직 끝까지 함께 간다", YTN지부 조합원 결의대회
대법원이 YTN 해직기자 6명 중 3명(노종면, 조승호, 현덕수)의 해고가 정당했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한 27일 저녁 6시 30분. 상암동 YTN 사옥 로비에 YTN지부 조합원들이 모였다. 오랜만에 만난 해직 동료들을 보며 조합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대법원 판결까지 6년의 시간을 버텨온 해직기자들은 함께 버텨준 조합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관련기사 : ‘공정보도’보다 경영권 우선한 ‘시대착오 판결’ | 대법 "YTN 노종면·조승호·현덕수 해고 정당")
"이번 판결은 언론의 자유,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싸웠던 가치에 대한 판결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적 문제점에 대한 법률적인 판단이었을 뿐이다. 우리가 계속 지켜내야 할 큰 가치에 대한 정당성에 대한 판결은 아니었다. 때문에 우리가 위축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지난한 싸움을 위한 과정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우리가 목숨 걸고 지키고자 했던 것, 6년 동안 해고를 온 몸으로 버틴 동료 해직기자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공정방송을 위해 해 나가야 할 일들이 많을 것 같다. 해직자들의 노고를 위해서도 더 나은 싸움을 위해 노력해야겠다.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모두가 복직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 다들 힘 냈으면 좋겠다."
"45살에 해직이 되었다가 51살이 되어서 복직을 하게 되었다. 먼저 복직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또 한편으로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복직하지 못하게 되어서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
공정방송 투쟁은 계속된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 상황만 변했을 뿐 계속 여러분과 함께 복직투쟁, 공정방송 투쟁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조합원 여러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오늘 판결 좀 아프다. 6:0을 기대했었다. 아군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등 뒤에 칼을 꽂은 기분이다. 언론을 장악하려는 권력의 속성은 어느 정권이나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기대한 적 없다. 그리고 지금 회사 상층부에 있는 저 사람들 정말 진짜 기레기들의 원조인 저 사람들에 대해서도 기대 안했다.
그렇지만 사법부에 대해서는 사실 좀 기대했다. ‘정의의 최후 보루’라고 하니까 기대를 했다. 권력과 싸우는 데 온 심혈을 기울이는 사이에 아군이라고 믿었던 사법부로부터 등에 비수를 맞았다. 그래서 참 아프다.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라.
해직기간에 문자를 받았다. 인생이란 게 검은돌과 흰돌이 똑같이 반반씩 들어있는 주머니라고. 지금 검은돌 뽑았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흰돌 뽑았다고 너무 좋아하지 말라고 했다. 오늘 판결이 검은돌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렇지만 주머니 안에 흰돌이 많이 남아 있다. 검은돌 하나 뽑았다고 너무 속상해 하지 말자. 나중에 흰 돌을 더 많이 뽑게 될 것 같다.
원래는 후배들이나 동료들이 저를 위로하는 게 되어야 하는데 참… 저는 말짱하고 제가 막 우는 후배들을 보고 위로하고 격려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너무 위축되지 말자. 행여라도 조승호 저 인간이 걱정스럽다 하는 걱정도 하지 말라. 아무렇지도 않다. 힘내십시오. 저도 힘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직장은 제2의 가정이다. 때론 가정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만큼 직장은 삶의 중심축이다. 우리 싸움은 이런 직장이 옳지 못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항의와 저항이었다. 어떠한 이념이나 주의에 이끌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양심과 상식에의 부름이었다.
한때는 형님, 누나와도 같았던 회사 선배들은 해고의 굴레를 씌웠고 원인을 제공한 정권은 우리를 좌파 언론인이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믿었던 법원은 정의와 진실을 좇지 않았다. 스스로 오명을 더했다. 법원 판결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이 격려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하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했다.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쉽지 않다. 고민이 된다. 먼저 복직했다고 나머지 3명을 두고 출근해야 하는지 솔직히 고민이 된다. 복직한 3명과 그렇지 못한 3명이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언론인으로서 옳다고 믿는 걸 행동하는 게 ‘양심’인 줄 알았다.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이 사람들은 검찰에게 부당하게 체포까지 됐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당시 항소심 법원은 자기들이 보고 싶은 부분만 봤다. 그 부분만 강조해서 오늘까지 오게 됐다.
법원 탓만 할 게 아니다. 여기 위에 있는 배석규 사장 책임이다. 오늘 나온 회사 입장을 보니 기가 찼다. 1심 판결 결과에 따르겠다고 4‧1 합의한 건 회사 간부였다. (당시 간부였던 배 사장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회사 입장이) 대법원 판단까지 기다리는 거라고 한다. 합의 당사자 구본홍 전 사장은 ‘1심 전에 해고자 문제를 끝내려고 했고, 법원 판결은 1심 판결을 의미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
종편이 등장한 이후 YTN 경쟁력 저하가 해직자 때문이라고, 노사화합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매력적인 대통령’을 운운하는 뉴스를 누가 보고 싶어 하나. 조합원들과 함께 지키려 했던 YTN 가치나 보도를, 우리 양심에 따라 할 수 있을지 두렵다. 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이 지금까지 울면서 기다려주셨다. 노력하겠다. 언제나 그랬듯,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해법을 찾아왔으니까 선후배와 같이 고민하면서 이겨낼 것이다. 여기까지 같이 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다."
"6년 동안 눈물이 마른 줄 알았는데, 아직도 눈물이 남아 있었다. 6명이 함께 돌아오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
"오늘 YTN 기자들 ‘해고무효 소송’ 대법원 판결 소식이 있었지만 뉴스K에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제가 이 사건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당사자도 아니고 뉴스K 보도책임자이자 시청자를 직접 만나는 앵커입니다. 대선캠프 출신 인사는, 대통령을 다룰 수밖에 없는 보도전문채널의 사장이 되면 안 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정말 특별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뉴스K 마치겠습니다." - 국민TV <뉴스K> 27일자 노종면 앵커 클로징 멘트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