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돌아온 아이들 상처 주는 언론 용서 할 수 없어" 

MBC가 이번에는 세월호 특별법 내용을 '왜곡보도'했다. 지난 1월 6일 여야가 합의한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 MBC는 대학특례입학이 피해가족들의 요구인 것처럼 보도해 가족들을 또 한번 울렸다. 8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은 MBC 상암동 신사옥 앞에 모여 MBC의 왜곡보도를 규탄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은 "MBC는 특별법의 수많은 내용 중 유독 대학특례만을 부각시켜 보도했다"며 "무엇보다 가족들이 대학특례를 요구한 것 처럼 보도했다. (사실이 아닌) 이런 보도로 많은 국민들은 가족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단원고 생존학생이 SNS에 올린 글이 담긴 피켓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단원고 생존학생은 "또 대학특례기사가 떴다"며 "왜 우리가 욕 먹고 있어야 되는 지 모르겠다. 우리가 요구한 것 처럼 써 놓는 '기레기'들 정말 나쁘다"고 전했다.

 

MBC의 특별법 관련 보도를 보면서 저희 가족들은 진정으로 “MBC 너희들은 어디까지 갈 것이냐?”고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MBC는 특별법의 수많은 내용 중 유독 대학특례만을 부각시켜 보도했습니다. 특별법이 정하고 있는 대학특례가 대학의 자율적 결정에 달려 있어 확실히 보장된 것도 아니고, 설사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정원 외이기에 다른 학생들에게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마치 저희 가족들이 대학특례를 요구한 것처럼 보도하기도 하였습니다.

대학입학을 둘러싼 격한 경쟁에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 속에서 이런 식의 보도를 접하게 되면 많은 국민들은 저희 가족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MBC에 묻고 싶습니다. 그 분노의 화살로 다시 한 번 아파할 저희 가족들은 전혀 안중에 없었나요? 적어도 참사에서 간신히 살아 나왔지만 살아나왔다는 죄책감에 지금껏 제대로 한 번 웃어본 적 없는, 그래서 자신들이 되찾은 목숨마저 끊겠다고 하는 생존학생들에 대한 고려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참사를 당한 것이 죄고, 참사에서 살아나온 것이 더 큰 죄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까?

-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기자회견문 중

 



"MBC는 공영방송이라면서요"

'세월호 특별법'의 주요내용은 피해자의 배상과 보상을 비롯한 피해자 및 피해 지역 지원, 추모위원회 설치, 4·16 재단 설립 등이다. 특별법이 타결된 6일 KBS와 SBS, TV조선, 채널A등은 참사 265일만에 타결된 특별법에 초첨을 맞춰 보도했으나 MBC는 '대입특례'만을 제목으로 뽑았다.

정경원 춘천봉사활동인하대희생자기념사업회 유가족은 "MBC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두 번 죽였다"며 "종합편성채널이 더 악의적인 보도를 많이 하지만 가족들이 MBC로 달려 온 이유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이 허울 좋은 수식어가 되지 않도록 제대로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참사 발생부터 오늘까지 사건에 책임을 지고 끌고 가야 할 '국가'는 없었다"며 "그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국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 제 의무를 다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강성남 위원장은 "MBC는 진실을 국민들에게 왜곡해서 전달하는 데 앞장섰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내에서 비겁해진 언론노동자들이 MBC라는 괴물을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부끄럽다"고 밝혔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왜곡하는 것은 무시하는 것보다 더 악질적인 인권침해"라며 "보도를 하지 않으면 직접 만나면 되지만 이렇게 왜곡보도가 나오면 만나주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미류 활동가는 "대학특례입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직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학생들이 이 때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배움의 기회와 치유의 과정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며 "특례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다면 MBC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사회적으로 다루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특례기사에 대한 단원고 생존학생의 SNS 글.

"살아 남은 아이들 죄인 만드는 언론 용서 할 수 없어"

안산단원고 생존학생부모들은 "아이들이 이번 관련기사와 그 기사에 따른 댓글들로 커다란 심적인 혼란과 힘겨움을 가질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며 "이 나라와 사회에서 건강한 삶과 온전한 적응을 해나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엄마의 노란손수건 회원들 또한 "4·16 이후 내 곁에 아들이 '살아있음'에 감사할 뿐"이라며 "탈출해서 살아 돌아온 단원고 아이들에게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느냐. 살아 돌아온 아이들이 요구하지 않은 법으로 이렇게 또 다시 상처를 주고 살아 있는 것을 미안하도록 만드는 사회 어른들과 언론들을 용서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1980년 광주항쟁 당시 불에 탈 수 밖에 없었던 광주MBC의 슬픈 역사를 잊지 말라"며 "더 늦기 전에 언론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를 강력히 권유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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