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보도 점검 토론회 … "기레기 사라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언론은 '쓰레기'로 전락했다. '전원구조' 오보를 비롯한 왜곡보도, 누락·축소보도, 선정적 보도 등 세월호 보도를 둘러싼 각종 보도 참사는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로 남았다.

'기레기'사태는 세월호 참사 보도 가이드라인, 재난보도준칙 제정 등 언론 사회 내부의 자정 작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준칙들은 오히려 세월호 보도 참사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PD연합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새정치민주연합 표현의자유 특별위원회, 방송기자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1년간의 언론보도를 짚어보는 토론회 '참사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를 15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재난보도 준칙, 문제점 진단 잘못됐다"

정수영 성균관대연구교수는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보도 참사가 발생했다고 하는 것은 언론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국언론이 갖고 있던 부정적 관행들이 세월호 보도를 통해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지난해 9월 한국신문협회등 언론 5개 단체가 제정한 <재난보도준칙>의 핵심 조항들이 기존의 윤리강령과 보도준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수영 교수는 △받아쓰기 저널리즘 △기자단의 폐쇄성과 배타성 △축소·누락 보도를 세월호 보도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정 교수는 "문제의식 없이 받아 써 온 관행들이 '전원구조'라는 최악의 보도를 낳았다"며 "정부의 잘못도 크지만 최소한의 상식적인 의심마저 하지 않았던 기자의 책임도 크다. 받아쓰기 저널리즘은 책임 회피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축소·누락 보도로 인한 맥락 실종, 유가족 세금 도둑으로 몰아

축소·누락 보도가 여론의 향방을 좌우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글트렌드를 통한 검색 트렌드를 살펴보면 세월호 사고 직후 2014년 4월 20일부터 26일까지 '세월호'에 대한 검색을 100으로 봤을 때, 당시 '유병언'에 대한 검색은 5였다. 하지만 7월, '세월호'에 대한 검색은 8, '유병언'에 대한 검색은 82가 된다. '세월호'에 대한 관심은 그 후로 점점 줄어들고 2015년 3월 '세월호'에 대한 검색은 2, 태진아에 대한 검색은 10이 된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1년동안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단식, 노숙농성, 도보행진등을 이어갔다. 어렵게 만들어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 여당에 편향적인 인사나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는 인사가 포함되었다. 정부 여당은 특위가 '세금도둑'이라는 발언은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보도 없이 세월호는 잊혀져왔다. 그러다가 등장한 게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세월호 피해자 배·보상금 지급 기준 절차다.

정 교수는 "이렇게 보도를 하지 않으면 '맥락'이 실종된다"며 "일 년동안 있었던 노력이 전혀 보도되지 않고 인식 속에 없던 상황에서 갑자기 배상금이 뉴스로 나오면 일반인들은 당연히 '유가족들이 가만히 있다가 돈 이야기 나오니까 돈을 더 받으려고 하는구나' 같은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베가 말하는 팩트, "언론 보도가 자양분"

정수영 교수는 이 같은 언론의 보도태도가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인 일베(위키백과☞일간베스트 저장소)의 자양분이 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정수영 교수가 발표한 일베 게시판 분석에 따르면 일베 게시판에서 '세월호'라는 단어는 '세금', '특별법', '특혜', '시민', '유가족', '폭력'으로 연결된다.

정 교수는 "이건 일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베가 차용하는 전략은 팩트다. 자신들의 주장을 형성할 근거자료의 출처 대부분은 언론 보도 내용이다.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이렇게 보도 하지 않으면 여론이 이런 흐름으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해직 언론인들이 한 줄기 빛이었다"

세월호 희생자 박성호 학생의 어머니인 정혜숙씨는 "언론이 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정자들의 하수가 되었다"며 "직업윤리의식과 소명의식을 잃어버린 언론인들이 이런 대형 참사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정 씨는 "세월호 문제는 절대로 정치적인 문제가 될 수 없다. 유가족들은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다"라며 "언론이 이를 정치적인 문제로 끌고가는 것은 그들이 정치쇼의 희생양이라는 것을 입증 해 주는 과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혜숙씨는 "이런 상황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건 해직언론인들이었다"며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그나마 제대로 담아 낸 언론매체는 대안언론뿐이었다. 더 좋은 장비를 가진 방송사들이 보도 해 주기를 바랬지만 그들이 보도 하지 않고 진실을 왜곡하는 것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정 씨는 참사 이전에는 뉴스타파나 국민TV등 대안언론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누군가는 우리의 목소리를 알려야 했다. 우리의 말을 그대로 전해주는 언론을 눈여겨 볼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임유철 독립PD 역시 "영상을 찍어 나눠주겠다며 가족들과 함께 배에 올라탄 지상파 카메라 기자는 메이져 언론사에게만 영상을 나눠줬으나 결국 보도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가족들은 언론을 불신하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보다 책임 있는 자유로

정수영 교수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이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책임'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언론의 보도 책임과 도덕적·윤리적 문제는 강령이나 보도준칙에 의해 만들어 지지 않는다"며 "스스로가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윤리적 수준을 제고하지 않는다면 외부로부터의 규제와 통제를 불러 올 수 있으며 국민들은 언론의 편에 서기를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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