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약속의 밤, “국가를 구속하라”

2015년 4월16일 오후 8시 30분 서울광장.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 불리면서 세월호가 인양됐다. ‘세월호 모형’이지만 유족들은 가슴을 졸이며 손을 모으며 하늘로 올라가는 세월호를 바라봤다.


세월호 참사가 1년이 되는 날. 세월호 유가족들은 아스팔트 위에서 하루를 보냈고, 광화문 현판 아래에서 노숙을 했다. 추모할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라고 말한 유가족들은 경찰 병력과 차벽 앞에 섰고, 경찰 버스 위에 올라가 세월호 진실을 인양할 것을 촉구했다.

 



“국가가 국민을 버린다면, 이 국가는 필요없다” 세월호에서 실종된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씨는 ‘4.16 약속의 밤-추모 국민대회’에서 “1년이 되도록 정부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이냐.여기 아홉 명은 벌레가 아니라 사람”이라며 외쳤다.



찬호 아빠 전명선씨는 “열달을 품고 나와 모두에게 기쁨을 안겨준 우리의 귀중한 가족들을 지키는 것이 바로 우리 모든 국민을 지키는 길임을 깨달았다”며 “언제가 될지언정 끝까지 싸워서 이겨야만 모두를 지킬 수 있다”고 15일 팽목항에서 ‘추모할 수 없는 추모사’를 했다.



시인 유용주는 ‘국가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하지 말라/이건 명백한 살인이다/어른들이 아이들을 죽였다/국가가 국민들을 산 채로 수장시킨 것이다/ 캄캄한 바닷속에 너희들을 묻어두고/비겁한 아빠는 아직 숨이 붙어 있구나/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고 있구나/아이들아, 이 닷냥 서푼어치도 못 나가는 시인을 구속시켜다오/어떤 벌이든지 달게 받겠다/뿌리부터 가지까지 몽땅 썩어 문드러진 국가를 먼저 구속시켜다오

 



세월호 유가족들은 365일 동안 똑같은 말을 해 오고 있다. “배안에 사람이 있다”, “왜 구조하지 않는 것이냐?”, “도대체 누가 책임자란 말이냐” 이 같은 말은 1년이 지난 현재 광화문 앞에서도 똑같이 외쳐지고 있다.



광화문 현판 아래 유가족들이 있지만 국민들의 접근은 경찰 차벽 등으로 철저히 막혀 있고, 그 근방을 가기 위해서는 최루액과 경찰 방패와 몸싸움을 하거나 고함을 쳐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임자 나오라고 하면 모두다 묵묵부답이었고, 종로서 경비과장의 ‘불법 집회’ 또는 ‘해산 경고’라는 육성만 들릴 뿐이다.



시민들은 국화꽃을 들고 행진했고, 경찰은 막았다. 이에 화가 난 일부 참가자들이 달걀을 차벽을 향해 던졌지만, 시민들에게 “저 경찰이 무슨 잘못이냐”며 제지됐다. 국화꽃을 경찰들에게 흔들며 추모를 위해 길을 열라고 외쳤다.

“저 곳에 사람이 있어, 가야하는 데 왜 막나요”



한편,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팽목항을 찾고 “갑자기 가족을 잃은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아픔이 지워지지도 않고 늘 가슴에 남아서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자신의 삶을 통해 느껴왔다며 공감한다”며 “이제는 희생자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희생자들이 원하는 가족들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고통에서 벗어나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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