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노동 증언대회, "행복한 노동이 좋은 책을 만든다"

외주 디자이너, 단행본 편집자등 출판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서 열악한 출판노동 실태를 증언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10일 오후 4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출판노동 증언대회를 열고 문화산업이라는 허울 속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실태를 알렸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노조 위원장을 하고 출판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내가 알고 있던 출판계와 실제 출판계가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며 “책을 가장 문화적인 컨텐츠라고 생각했고, 거기서 일하는 분들도 다 문화적 환경에서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행복한 노동이 좋은 책을 만든다는 말 처럼 그럴 거라고 생각 했는데 현실을 그렇지 않다는 것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환균 위원장은 “출판계 내부의 목소리를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지 않았나 싶은데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행복한 노동현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식을 책이라는 틀 안에 담아내는 멋진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실질적으로 행복한 노동을 하기 어려운 환경들이 있다. 용기있는 증언들을 듣고 환경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관심 갖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는 ‘2015출판노동실태조사보고서’에서 출판노동은 고용의 불안정성과 성차별과 성폭력의 일상화를 출판노동의 핵심 문제로 꼽았다. 영세사업장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출판계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외양만 정규직일 뿐 고용안정성이나 급여 수준은 타 산업 정규직의 평균치에 훨씬 미달했고 해고도 잦았다. 뿐만 아니라 가족적 외양을 지닌 사업장 내 분위기로 인해 성희롱과 성차별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김성현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 조합원은 “내가 일하던 출판사는 노동문제와 관련된 책을 여러권 내는 회사였지만 부당해고 사건이 닥쳤을 때 이게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바로 알기 어려웠다”며 “이렇게 노동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는 곳 출판사조차 노동문제를 이야기 하기가 어렵다. 이런 문제들이 많이 공론화되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음사의 정리해고 사태를 알려 출판노동의 문제를 수면 위로 이끌어낸 이도진 외주 디자이너는 “출판 노동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내면 언론노조 출판분회의 출판 노동자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행복하지 않은 인간은 좋은 책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출판노동자들이 건강한 노동조건에서 일하지 않으면 허울 뿐이다. 출판노동자가 떠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변구 언론노조 출판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노동기본권 강화 △차별과 폭력 없는 출판산업 △행복한 출판노동등을 절실한 정책으로 꼽았다. 노동기본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서 작성과 법정 연차 유급휴가, 연장근로·휴일근로 수당 지급, 근로감독강화등이 구체적인 사항으로 제시됐고, 모성보호제도 강화, 성희롱 예방교육등이 차별과 폭력 없는 출판산업을 위한 조건으로 제시됐다.

또 세종도서 사업 및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예지 지원 사업, 서울북인스티튜드 출판예비학교 과정에 노동법 강좌 의무화, 외주출판노동자 보호를 위한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의 기능개편 및 확대 등이 ‘행복한 출판노동’을 위한 세부 조건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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