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방송통신 중심으로 알아본 노동조합 조직화 사례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유통과 방송통신을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 노동자 조직화 방안을 주제로 119차 노동포럼을 진행했다. 21일 오후 4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교육장에서 열린 포럼에서 이성종 전국서비스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과 이만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조직쟁의실 활동가가 각각 유통업종 전략조직화사업과 미디어 산업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의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판매 업종 조직화 : 여성, 감정노동에 집중

이성종 전국서비스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2007년부터 시작한 유통서비스부문 전략조직화사업을 소개했다. 2001년 창립된 서비스연맹은 관광, 골프장, 외식등 민간부문의 다양한 서비스업종을 포괄하고 있다. 1996년 유통시장 개방이후 유통산업이 재편되고 대규모 점포가 증가하면서 노동자 밀집사업장이 확장되었고, 이에 따라 신규노조 설립이 계획됐다.

유통은 판매와 물류로 구분될 수 있다. 전국서비스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은 판매직종의 노동자를 조직화대상으로 삼았다.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쇼핑몰 등 장시간 노동과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노동자들이 많은 업종이다. 서비스연맹은 감정노동으로 인한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공통적인 어려움을 대표 의제로 잡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조직화를 진행했다.

연대 활동도 중요하게 진행됐다. 여성·환경단체와 함께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캠페인을 통해서 고속도로휴게소, 유통매장계산대 등에 의자를 비치하는 성과를 얻었고 이는 유통업종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성종 실장은 "기업의 반노조정책으로 인한 현장의 위축된 분위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전술이 필요하다"며 "동일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공통의제를 제기하고, 이를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기제로 활용하면서 궁극적으로 노조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과정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홍보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디어 업종 조직화 :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 필요

언론노조에서 미디어 비정규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미로찾기'를 담당하고 있는 이만재 조직쟁의실 활동가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문제의식과 과제를 발표했다. '미로찾기'는 언론노조에서 미디어 산업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 지난 4월 22일 출범한 사업단이다.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에 묶인 미디어 노동자들 역시 서비스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으로 불안한 노동 환경에 처해있다. 한 사업장에서 오래 일하지 못하고, 여러 방송사를 옮겨다녀 조직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90년대 방송정책으로 진행된 외주제작은 애초 취지에서 벗어나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의 종속적 관계로 굳어져 심각한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만재 활동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최종목표로 삼으면 안 된다"며 "구조화된 방송 자본과의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만재 활동가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방송사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인력구조 개편과 퇴출 구조 확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저하시킨다는 점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비정규직 고용확대와 외주제작의 활성화가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과정 통제력을 약화시켜 결국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저하시킨다는 점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직종을 뛰어넘은 지역 중심의 초기업별 노조, 평조합원 중심의 민주적인 네트워크, 공동체 지향적인 일상사업을 위한 외부연대 등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이만재 활동가의 발표에 대해 △산업정책에 대한 관여 필요성 △좁은 범위의 실태조사 및 업무 객관화 작업 △직능별 노동정보 공유 사이트 개설 등을 '미로찾기'사업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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