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PD 폭행 사태, 방송사 부당관행 개선 계기 삼아야

언론시민사회단체가 MBN PD 폭행사건이 외주제작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 'MBN법' 제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10일 오전 11시 중구 필동 MBN 사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연 이들은 "방송사의 외주제작과정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부당한 처우와 관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종합편성채널 MBN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독립PD가 신규프로그램을 시사하는 과정에서 MBN PD로부터 전치4주의 폭행을 당했다. MBN은 폭행을 저지른 PD에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고, 결의대회가 열린 10일은 해당 PD가 다시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반면 피해자는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아직 업무에 복귀 하지 못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독립PD협회는 지난 7월 15일 MBN 폭행사건의 진상파악과 재발방지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까지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김영미 국제분쟁전문 PD는 "이번 건을 계기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독립PD들의 사례를 모아 재발방지대책에 앞장서겠다"며 "아직까지 가해PD의 사과를 받지 못했다. 대면조차 하지 않으려는 현실이지만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고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폭행 사태의 본질, 불평등한 갑을관계가 원인"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방송계의 불평등한 갑을관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 중에 하나 불거져 나온 일"이라며 "성희롱, 성추행, 이보다 더 한 일들이 묻히는 일에는 을의 지위를 지닐 수 밖에 없는 외주제작PD의 서러움이 있다. 이 침묵을 강요하는 시스템을 깨트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대우받으면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MBN은 설득력 있는 진상조사결과를 먼저 내놓고, 그에 상응하는 징계와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기현 SBS PD협회장 역시 "이번 사태의 본질은 방송사와 독립PD들간의 수직적인 제작관행에 있다"며 "지금이라도 빨리 상호 협력적이고 동반자적인 관계가 부축되어야 한다. 관행처럼 내려오는 갑질문화를 반성하고, 척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대표는 "정치권은 제대로 움직여서 MBN 사태를 비롯해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 외주제작사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이런 사태를 방기하고 있다. 제대로 조사해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송사 갑을관계 개선하는 MBN법 마련하자

안성주 독립제작사협회장은 "MBN 사장 앞으로 그동안의 경위와 향후 계획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3주째 묵묵부답이다. 이는 언론인 모두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갑을관계를 여태까지 참고 지내왔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방송 생태계 개선에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미 PD는 "1인시위는 가해PD의 해고와 서면 사과를 받아낼 때 까지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모든 제작 인력의 표준 계약서 작성 의무화 △프리랜서 제작진들의 불합리한 처우를 감시하는 인권감시기구 설치 △국회차원의 공영 및 민영 프리랜서 실태 조사 의무화 등을 '(가칭)MBN법'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한국독립PD협회를 비롯해 한국PD연합회, 사단법인독립제작사협회, 한국 방송촬영감독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국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의원실 등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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