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방송협찬고지 규칙 개정, "제목광고 도입한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방송협찬고지 규칙을 개정했다. 지난 8월 6일 협찬사 이름을 프로그램 제목에 붙이는 것을 허용하는 안을 의결한 방통위는 26일까지 의견 수렴을 받는다. 개정된 규칙이 강행 될 경우 특정 제품이나 기업의 명칭이 지상파 프로그램 제목에 쓰이는 '제목광고'가 도입될 수 있다.

25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는 이번 개정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새정치민주연합 표현의자유특별위원회와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김경환 상지대 교수가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을 발제했다.

프로그램 제목 사용 금지 조항 → 허용 으로

방송통신위원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명 사용 허용과 △프로그램 협찬 고시 제한시간 폐지다. 방송통신위원회규칙 제24호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제6조, 협찬주명의 프로그램 제목 사용 '금지' 조항이 '허용'으로 바뀌는 것이다.

개정 취지는 시청률이 낮아서 광고 판매가 어려운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보도·시사 등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방송프로그램은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방송의 극단적 상업화등 방송광고시장의 왜곡이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취지와 달리 지상파나 종편의 일부 인기프로그램에 광고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규칙의 장점으로는 △방송광고시장 활성화 △예산 문제로 만들어지지 못했던 마이크로 콘텐츠(EBS 지식채널e, KBS 1TV 한국의 유산 등) 제작 활성화 △시청률에 좌우되지 않는 프로그램 편성 등이 있다. 하지만 △제목광고 도입으로 인한 방송광고시장 왜곡 △광고가 제한되는 KBS 1TV에서도 허용되는 '제목광고' △방송의 극단적 상업화와 시청자 혼란 등은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은 방송심의의 기준과 충돌하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깊이 각인되는 방송프로그램의 제목은 내용심의의 주요 대상으로 2008년 이후 총 31건의 심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채널A의 <총각네 야개가게>, 올리브네트워크의 <도전! Outback It Shef>등은 제목에 협찬주명을 사용한 것을 이유로 시청자 사과와 경고 조치를 받았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방송법 개정이 어려우니, 이 방송법을 무력화시키는 형태의 규제 완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국회에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방송법 전체에 문제점을 낳는 구조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경환 교수는 "수익이 증가될 것이라는 이야기만 있고 수익 감소에 대한 부분은 간과되고 있다"며 "만약 제목광고가 허용된다면 현재의 PPL은 쉽지 않을 것이다. 특정기업명이 제목인 프로그램에 중소기업이 광고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윗 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이다. 이에 대한 문제제시가 없다"고 말했다.

 



제목에 들어간 광고, 제작자율권 침해 할 것

심영섭 한국외대 강사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정 기업의 광고는 제작자에 대한 피할 수 없는 강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PD입장에서 프로그램의 제목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이자 PD의 정체성"이라며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누가 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원자력 발전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한전의 협찬을 받아오라고 한 적이 있다"며 "설마 받을까 해서 접촉을 해 봤더니 하겠다고 하더라. 내용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편집하기 전까지 한전으로부터 돈 받은 사실이 머리속에서 한 순간도 떠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정된 광고 시장, 윗 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

김환균 위원장은 "광고 총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주장이 자꾸 나오는 것은 광고주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광고비를 늘리지 않고 광고 효과를 늘리고 싶은 것 아니겠느냐"며 "방송 현업자들의 제작 자율성의 측면에서 절대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 PPL 역시 현업에 있던 사람들이 여유있게 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속았다. 창작의 즐거움 또한 빼앗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영섭 강사 역시 "경기가 좋지도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광고를 늘릴 리가 없다"며 "윗 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안진걸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공동사무처장은 "온 사회 전체를 재벌 천국으로 만들려는 의도"라며 "재벌이 만드는 아파트에서 일어나서 재벌이 만든 휴대폰을 보고, 재벌 티비, 재벌 차량을 이용 하는 것도 모자라 방송 프로그램까지 재벌 프로를 시청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걸 사무처장은 "아무리 돈의 천국이라고 해도 공공재를 이용해 만들어진 지상파 방송에서까지 재벌들의 모습을 봐야 하느냐"며 "최근 국회에서는 대부업 광고 규제가 통과됐다. 케이블에서 대부업체가 마음대로 광고하는 것이 규제된 것이다. 방통위의 이번 개정은 이런 흐름과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환 교수는 "광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생각 할 때가 왔다"며 "광고는 광고부서에서만 다루고 PD는 광고가 몇 개 인지, 수익이 얼마나 나는 지도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프로그램 명칭 광고는 제작자가 직접 광고를 판매해야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방송사들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제도개선은 부적절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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