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다짐과 약속의 시간’ 추모 합창제 열려

“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 날의 바다가 아니다”(도종환의 시 ‘화인’ 중)

지난해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했다. 500일이 지났다. 정부는 참사 500일째인 28일 유가족들에게 보상금 신청을 알리는 문자를 보냈다.


고 최성호 군의 아버지 최경덕씨는 “정부에서 보상금을 신청하라는 문자가 왔다. 분명 이들도 우리가 추모 문화제를 한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그날 그 시간에 가족들에게 보상 신청 문자를 보냈다”며 “무식하거나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냐.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최경덕 씨는 “정부를 용서 할 수도 없고, 화해할 수도 없고, (진실을 밝히는 일을) 그만 둘 수 없습니다”라며 “같이 손잡고 연대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라고 전했다.



고 이창현 군 아버지 이남석 씨는 500일 동안의 겪었던 상황을 전했다. 전국을 다니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줄 것을 호소하고, 청와대 앞에서 노숙을 했고, 어려움을 함께 해 준 수많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분노를 터트렸다.

이남석 씨는 “대통령에게 제발 한 번만 봐 달라. 살려 달라 소리소리 질러도 듣지 않았다”며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29일 낮 세월호 가족과 시민은 서울 도심을 비롯한 전국에서 ‘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실을 인양하라’ ‘잊지 말고 함께 행동해 달라’며 거리를 지나는 이에게 노란 리본을 나눠줬다.

오후 3시 서울역 광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국민들이 모였다. 광주 시민상주모임의 김선님씨는 "변한 것이 없다고 주저앉아 있을 순 없다"며 "머리 맞대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고 주저하지 않는다면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500일을 맞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혜신 한국외대 학생 역시 "내가 힘들고 슬퍼서 주저 앉아 있으면 안전한 사회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상규명이야말로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첫 마음 잊지 않고 끝까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대회 후 광화문까지 행진한 이들은 세월호 광장으로 명명된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 사이에 위치한 장소에서 ‘다짐과 약속의 시간’ 추모 합창제를 했다.


사회자는 아직까지 찾지 못한 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2학년 2반 허다윤, 2학년 6반 남현철, 2학년 6반 박영인,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이영숙 님, 권재범 님, 권혁규 어린이.

“9명의 미수습자가 돌아올 때까지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잊지 말아주세요”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아이들의 얼굴을 그려진 초를 높게 들었다.


정부는 조만간 세월호 인양 작업에 들어간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9월1일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 수로에서 가까운 진도 동거차도에 간다.

최경덕씨는 “9월1일 동거차도에서 보겠다. 구멍이 뚫린 세월호를 멀리서 보러 갑니다. 섬에서 물 위만 쳐다보러 갑니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평화의 나무 합창단, 세월호 가족 합창단, 그리고 아이들로 구성된 성미산 마을 합창단이 함께 노래를 불렀다.

평화의 나무 합창단은 ‘솔아솔아 푸른 솔아’ 등을 부르며 행사를 이끌었다. 그리고 성미산마을 합창단은 ‘이 세상 어딘가에’(김민기)를 부르며 ‘함께 있음’을 알려줬다.

“고운꿈 깨어나면 아쉬운 마음뿐 / 하지만 이제 깨어요 온 세상이 파도와 같이 / 큰 물결 몰아쳐온다 너무도 가련한 우리 /손에 손 놓치지 말고 파도와 맞서 보아요” (‘이 세상 어딘가에’ 중)



한 달 반 동안 평화의 나무 합창단과 함께 노래 연습을 한 세월호 가족 합창단은 이날 ‘사랑합니다’(정일근 시, 이지상 작곡)를 불렀다.

“사랑을 시간을 부를 순 없어도/ 되돌아 갈순 없어도/ 빈 가슴 가득 그대를 담은 이 저녁 나는 행복합니다/ 태화강 저 아픈 물 건너면 시오리 대밭 바람에 / 울고 있지만 /추억의 그림자에 숨으면 / 그 이름만으로 따뜻한 그대/ 그리워요 그대 노래가 / 그대 내 가슴속 푸른 사람아 / 그리워요 그대 노래가 / 나를 위해 부르던 그 노래가”





그리고 합창단들과 추모 합창제에 참석한 이들은 ‘화인’을 부르며 평생 가슴에 남을 ‘사월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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