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공공성 담보 없이 인수 허가 안 된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했다. 지난 2일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지분 53.9%중 30%를 5천억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나머지 23.9%의 잔여 지분은 3년 내에 5천억에 추가 매각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12월 초에 미래부에 인수인가를 신청하고, 내년 4월까지 CJ헬로비전(케이블방송)과 SK브로드밴드(IPTV)를 합병할 예정이다.

합병이 이루어지면 SK는 업계 2위가 된다. 2014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은 KT계열이 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해 28.6%, SK브로드밴드가 11.5%, CJ헬로비전은 14.5%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하면 가입자 점유율은 26%가 된다.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3%를 초과하는 사업자를 규제하는 유료방송합산규제법에도 걸리지 않는다. KT는 규제법 때문에 가입자 확장에는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CJ헬로비전 가입자들의 선택은 △케이블 가입자로 남아있거나 △SK브로드밴드의 IPTV로 이전하거나 △LG유플러스로 신규가입하는 방법 세 가지다.

17일 국회 본청 216호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참여연대, 미디어오늘,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주최로 SKT의 CJ헬로비전 인수의 전망을 살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자들은 이번 인수합병에 마땅한 '규제수단'이 없다는 것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사회 공공적 가치 규제정책에 담아내야

CJ헬로비전은 지역 내에 연고를 둔 사업자를 대주주로 해 공공성과 지역성, 다양성을 바탕으로 출범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다. 따라서 지역보도를 중심으로 한 직사채널 운영권을 갖고 있다. 전국사업권을 가진 IPTV나 위성방송과는 다르다.

심영섭 한국외국어대학교 박사는 "CJ헬로비전 가입자들이 SK브로드밴드의 IPTV로 이전한다면 지역정보나 지방선거정보등 케이블 방송이 갖고 있던 지역 여론 형성 역할이 약화될 수 있다"며 "한편 SK가 CJ헬로비전의 23개 권역에서 직사채널을 이용해 시장지위를 남용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규제가 전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진억 희망연대 노동조합 전 위원장은 "공중파가 담아내지 못하는 지역의 목소리를 담아내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케이블이 지금은 자본과 산업의 논리로 사실상 고사위기에 처했다"며 "이번 합병은 케이블 방송의 발전이 아닌 사실상 가입자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억 전 위원장은 "케이블 방송의 의미와 역할이 소멸되지 않도록 지역성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이 규제정책에 포함되어야 한다"며 사회 공공적 가치를 규제정책에 녹여낼 것을 주문했다. 이어 "인수 합병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할 고용문제에 대한 대책을 전제로 하지 않은 인수합병은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동원 언론연대 정책위원 역시 "플랫폼 사업자들의 원천은 영업력인데 가입자 확대는 더이상 불가능하니 불필요한 상품들을 가입시키거나 CJ헬로비전의 노동자들을 IPTV 영업직으로 돌릴 것"이라며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나 고용관계, 계약관계 등이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재허가 심사 기준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플랫폼 문제, 공영방송 문제와 함께봐야

채수현 언론노조 부위원장은 "CJ는 케이블사업이 이제 사양산업임을 알고 처리한 것"이라며 "SK는 가입자들을 IPTV나 모바일 결합상품 가입자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갖고 시작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수현 부위원장은 "지상파는 네트워크를 등한시 하다가 플랫폼에 목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컨텐츠가 플랫폼에 종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원 정책위원도 "CJ가 플랫폼 사업을 포기한 이유는 컨텐츠 지배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며 "VOD 시청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상파 광고 시장의 정체와 위축이 계속되고 이는 곧 공영방송의 재원 악화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의 공영성이 정권의 탄압이나 통제가 아니라 시장 상황에서의 경영악화에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것은 곧 재벌의 방송장악으로 이어질 것이다. 시장 지배력이 부당하게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며 "절대 인수를 허가해주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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