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사옥 앞 집행부 1인 시위

노동조합 깃발을 들고 활동한 지 1년 8개월. 대전일보사(사장 남상현)는 노동조합을 지속적으로 탄압했다. 특히 장길문 언론노조 대전일보 지부장을 겨냥한 탄압은 집요했다. 소파 대기 발령을 시작으로 카메라 기자에게 문화사업국으로 충주로 발령 냈고, 결국 징계 해고했다. 부당한 인사에 장 지부장은 부당 인사에 구제신청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방노동위원회와 법원 등은 장 지부장의 손을 들었다. 하지만 회사는 노조 탄압을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노조의 성명과 활동 등으로 화보집 판매 부진 및 제작 중단 등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노조 간부들을 대상으로 5억 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매질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법적 소송과 노조 집행부에 대한 집요한 탄압에 노조 활동도 위축됐다.

대전일보 지부는 투쟁의 고삐를 다시 쥐기 위해 상징적으로 회사 앞 일인시위에 들어갔다. 11월30일 오전 8시 송영훈 부지부장은 회사 ‘끊임없는 인사보복, 손배 가압류 5억! 대전일보 노조탄압 즉각 중단하라!’라는 대형 피켓을 들었다.



송 부지부장은 “인사 보복, 가압류, 해고 등 회사가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 더 이상 움츠리지 않겠다”며 “회사는 당장 지부장 해고와 노조 간부에 대한 손해배상을 철회해야 한다. 노조와 소통하면서 회사 정상화에 함께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송 부지부장은 지난 2004년 대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교육문화부 등을 두루 거쳐 취재 업무를 해 왔고 지금은 기자협회 지회장을 맡고 있다.

노조는 매주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일인시위 및 선전전을 하기로 했다. 월요일은 충남, 세종, 천안 등 지역본부장들과 조합원들이 가장 많이 본사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이기도 하다. 집행부는 돌아가면서 일인시위를 하면서 노동조합의 활동을 알리기로 했다.



송 부지부장은 “회사가 아파트에 가압류 5천만원을 걸었다. 10여 년 동안 한솥밥 먹으며 살아 왔는데.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매매가 부진하던 아파트를 소유하던 송 부지부장은 최근 구매자가 나섰다는 소식에 아파트를 팔려고 했다가 회사가 가압류를 걸은 것을 알게 됐다.

사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송 부지부장에게 그동안 친근하게 지내왔던 경비가 와서 “계단 밑에서 해야지요?”라고 물었다.

송 부지부장은 “저 밑에 내려가면 누가 봅니까. 그럴 거라면 하지 않죠.”라고 말했다. 경비는 재차 “보기가 좀 그래서 그래요”라고 재차 종용했다. 송 부지부장은 “그럼 저기 앞 현관에서 합니다”라고 말하고 나서야 그 실랑이는 끝이 났다.

피켓을 들고 서 있은 지 30분이 넘어섰다. 편집국에서는 간부회의가 시작됐을 때였다. 갑자기 남상현 사장이 쑥 들어갔다.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송 부지부장은 남상현 사장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노조 때문에 회사 이미지 등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하고 다닌다고 한다. 노동조합이 회사가 잘못되라고 한 적은 없다. 당당하게 다닐 편집국, 대전일보를 만들자는 것이다. 노사가 함께해야 할 당연한 요구다. 노조의 목소리를 귀 닫고 듣지 않고 있다. 우리는 대화를 원한다. 회사와 지역지의 어려움 누가 모르는가. 같이 이야기하고 해결해 나가자”

송 부지부장은 “한 마디로 회사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식의 탄압이 계속되다보니 조합원들도 힘이 빠져가고 있다”며 “부당한 법률 소송만 늘어나고, 인사 탄압 등 견뎌내야 할 일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대전일보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내부에서 공포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일이 1년 넘게 진행되다보니 조합원 이탈도 발생했다”며 “집행부는 해고와 징계 다 견디고 이겨낼 수 있다. 기자로서 본연의 업무를 되찾고, 직장 내 노조의 권리를 찾고, 노사 협력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내부 구성원을 독려했다.

아울러 독자들에게도 믿어달라고 청했다.

“올해 지령 2만호, 창간 65주년입니다. 정론지를 자부하면서 안이 왜 이리 시끄럽냐고 하실 것입니다. 바른 길을 걷기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더 좋은 지면으로 대전지역 주민들의 알권리 실현을 위해 충실하게 노력하는 기자로 되는 과정에 있는 것입니다. 더 믿고 지지해 주십시오.”



일인시위를 한 지 40분쯤 됐을 때 이번에는 담당이라고 밝힌 경찰이 와서 “여기 집회 신고 내셨나요”라고 물었다. 일인시위에 집회신고를 내야하는지 또 여기는 대전일보 사옥 안이고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선전전하는 것까지 경찰이 개입하려 했다.

옆에 있던 조합원들이 “사업장 내에서 조합원들이 선전전하는 것까지 다 신고합니까. 여기는 대전일보 사옥 앞입니다”라며 경찰에게 따졌다. 경찰은 머뭇거리며 “아 그런가요. 이쪽..”

한 조합원이 “지부장이 해고되고, 가압류가 걸렸는데 이 정도도 못합니까. 누가 여기 시위하니 와 보라고합니까?”라고 묻자 경찰은 “제가 담당이라. 연락이 와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일인 시위를 마치며 송 부지부장은 “내부 동력이 많이 없는 상황에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버티고 견뎌가면서 작은 움직임을 만들어 내겠다. 대전일보 노동조합을 함께 지켜주시고, 연대해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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