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에 대한 공격, 민주주의의 심장을 쏘는 것"
언론도 물대포를 맞았다. 지난 14일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은 농민 백남기씨는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기자를 향한 조준 살포로 많은 언론인이 부상을 비롯한 장비 파손의 손해를 입었다.
이에 현업언론단체와 언론시민단체는 취재진 안전과 시민 인권을 지키기 위한 '취재방해감시단'을 발족했다. 12월 1일 오후 2시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발족식에서 이들은 "공권력이 부당하게 언론의 취재 활동을 방해하는지 여부를 현장에서 밀착 감시하고 기록할 것"이라며 "취재진 보호에 그치지 않고 당일 시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어떻게 발생하는 지 적극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민중총궐기 대회는 정부의 노동시장 재편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식탁용 쌀 수입 금지 등 정부 추진 정책에 대한 국민 반대 여론이 표출된 자리였다. 언론은 당연히 그 목소리를 전하고 기록하기 위해 현장에 있어야 한다"며 "(경찰의 물포 발사는) 우발적인 실수가 아니었다. 다분히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취재 방해였다"고 지적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9월 김규남 한겨레 기자가 취재기자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경찰로부터 목을 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취재 활동이 필요한 언론인들에게 그럴 정도면 일반인에게는 더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경찰이) 취재진을 공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심장을 쏘는 것과 같다"며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그만큼 후퇴하고 취약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시단 활동은 취재진을 보호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언론과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 제 역할 못해, 취재방해감시단 죄송하다"
취재방해감시단의 단장을 맡은 손관수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취재방해감시단이 필요 없는 상황이 정상인데 소모적인 일들에 국력을 소비하고 있다"며 "언론이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의 권리를 제대로 확보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보호해줘야 하는데 그런 것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취재방해감시단을 구성하는 것이 굉장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손관수 회장은 "언론의 자유, 취재의 자유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밑거름"이라며 "악조건 속에서도 시민들이 자유를 외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으로 감시단이 형성되었다. 시민들의 뜻이 보다 더 정확하게 알려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성진 한국기자협회 보도자유분과위원장 역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헌법적 가치인데 이것이 침해되는 현실 때문에 감시단까지 꾸려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취재방해감시는 궁극적으로 시민의 자유다. 취재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향한 공권력 남용 행위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14일 경찰의 과잉 진압 이후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현업단체들은 18일 오후 3시 경찰청 앞 취재진압 규탄 기자회견, 24일 경찰청 출입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집회 현장에서 발생한 취재 방해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공식 면담도 요청했지만 경찰청은 26일 경비과장 명의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회신만 보냈다.
언론노조는 경찰의 취재 방해 행위에 대해 UN인권보호 특별조사관, 취재보호위원회, 국경없는 기자회 등 UN을 비롯한 국제언론계에 긴급청원과 호소를 전달한 상태다.
오는 12월 5일 2차 총궐기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취재방해감시단은 경찰의 병력 및 저지선 인접 거리에서의 경찰의 인권침해, 취재방해 행위 감시를 주 임무로 할 예정이다. 특히 취재 방해 행위 외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 남용, 과잉진압, 인권침해 사례도 꼼꼼히 기록한다. 피해상황 발생시 단장이 즉각 경찰 책임자에 항의, 시정을 요구하고 SNS를 통해 피해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