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보도를 하는 방송사는 없다, 덜 나쁜 보도일 뿐"

MBC 뉴스데스크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새누리당이 3.7% 포인트 앞서면 "소폭 앞섰다"고 말한다. 새누리당이 7.1% 포인트 처지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말할까. "오차 범위 내 접전"이라고 말한다. MBC가 지난 4월 6일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인 여론조사를 보도할 때의 일이다. 3.7% 포인트는 7.1%포인트와 마찬가지로 '오차범위' 내에 있는 비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당의 경우에만 '앞선다'고 말했을까.

공천 갈등에 대한 보도는 얼핏 기계적 균형을 맞춘 듯 보인다. 그러나 보도에 사용된 인터뷰를 살펴보면 불공정성이 도드라진다. 야당의 경우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들의 입장과 인터뷰가 비교적 충실하게 실린다. 반면 여당의 경우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들의 인터뷰는 유승민 의원을 제외하고는 MBC 뉴스데스크에서 볼 수 없었다. 여당을 비판하는 인터뷰는 보도되지 않는 것이다.

 


유승민 의원의 인터뷰 역시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승민 의원이 탈당 한 이후인 3월 24일 뉴스데스크 리포트에서 유승민 의원의 입장은 한 컷으로 담겼다. 반면 유 의원을 비판하는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말은 두 번에 나눠 담겼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본부장 조능희)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이호찬 간사는 "MBC의 보도 내용이 여당, 친박에 기울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단어에 대한 리포트도 편향적이다. 3월 9일 뉴스데스크는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의 막말을 보도하면서 '김무성이 죽여버리게'라는 발언을 '김무성이 XX버리게' 라는 자막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6일 전 서영교 더민주 의원의 '여당 수뇌부는 뒤지게 납둬'라는 발언은 '여당 수뇌부는 죽게 내버려둬'라는 자막으로 보도했다. 해당 발언은 욕설이 아니라 '통신내역 조회나 계좌 추적을 의미하는 '뒤지다'였다는 서영교 의원실에 항의로 인터넷 다시보기에서 부분 삭제됐다.

 



KBS 뉴스9은 '북풍몰이'에 여념이 없다. KBS는 2월 17일, 3월 11일, 3월 15일, 3월 17일, 3월 30일 등 지상파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북한 관련 보도를 톱으로 올렸다. 3월 15일에서 17일까지의 사례를 볼 때 KBS 뉴스9의 북한 보도량은 17꼭지로 SBS 5.5꼭지의 5배, TV조선의 10꼭지보다도 월등히 앞섰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정수영 간사는 "KBS는 북한 관련 소식을 톱으로 보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안감은 간으한 한 자극하고 사실 확인을 위한 정보는 뒷전으로 미루는 보도 행태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SBS는 기계적 중립에 급급하다. SBS본부 (본부장 윤창현) 이대욱 공정방송위원장은 "입사 초기에는 보수적인 입장으로 욕을 먹었는데 지금은 '진보언론'이라고 칭해지고 있다. 어이 없는 상황이다. 욕을 안 먹을 정도의 중립일 뿐"이라며 "각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을 그대로 나열하는 식의 정책 보도 속에 정책들의 논리적 일관성과 현실가능성, 상호 모순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지 못하다. 심층·분석 기사가 턱 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좋은 보도를 하는 방송사는 없다"며 "나쁜 보도를 안 내는 방송사가 JTBC정도고 덜 내는 방송사가 SBS정도다. 지상파 3사 모두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예전에는 지상파 3사를 가지고 누가 더 편파적이라는 분석을 했었는데 지금은 종편에서 너무 나쁜 보도가 많이 나온다"며 "종편의 나쁜 점들이 지상파로 물들어 같이 나빠졌다"고 전했다.

 



"회사가 내부 기자들의 비판을 인정하지 않아"

6일 오후 2시 30분 프레스센터 19층 목련홀에서 열린 '총선보도 긴급점검 합동 토론회'에서 KBS와 SBS, MBC 노동조합 공정보도추진위원회 간사들은 자사 보도의 문제점들을 공유하는 한편, 사내에서 이 같은 내용을 토론할 자리가 부족해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호찬 간사는 "노조는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문제제기를 하지만 회사는 업무방해라며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의 보고서를 찢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보도국 내부에서 문제점을 이야기 하면 그 날로 짐을 싸고 인사발령이 나는 걸 감안해야 하기때문에 주춤 할 수 밖에 없다. 문제제기를 할까, 잠깐 참고 내 리포트라도 제대로 만들까 하는 갈등이 매번 반복된다"라고 밝혔다.

이호찬 간사는 "내부 기자들의 비판을 인정하지 않는 회사 내 분위기가 가장 힘들다"며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방송사 내에 존재해야 하는데 그게 흔들리면서 의욕이 저하된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 조차 정치적인 견해와 압력이 개입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너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수영 간사 역시 "공정방송활동을 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독선적인 태도와 경직성"이라며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KBS 공정방송추진위원회도 몇 달 째 파행 상태다. 노조가 KBS 뉴스9의 보도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이 담긴 노보를 보도국 취재부서 책상에 올려둔 것을 두고 회사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다양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 하고 있는 총선보도감시연대의 보고서에 대한 간부들의 반발도 거세다. KBS 뉴스제작1부장과 보도국장이 총선보도감시단 보고서에 대해 강한 문제제기를 하는가 하면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이라는 사조직은 총선보도감시연대의 모니터를 노조 소통공간에만 게시하라며 보도정보시스템에 올리지 말 것을 요구했다.

기자 집단 내 '공통 가치' 사라졌다

정수영 간사는 "왜 그렇게 편향된 보도만 하고 균형 갖춘 보도는 하지 않느냐고 문제제기를 하니 사조직의 이름을 빌어 반박을 한다. 그 분들의 핵심 키워드는 '국익'이다"라며 "북한과 남한의 갈등을 부각시키고, 입장차이가 발생하면 정부 여당의 몫리를 담아주는 것이 '국익'이라는 주장은 어처구니 없는 논리라고 생각한다. 국익을 어떻게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정준희 중앙대학교 강사는 "공추위·민실위 활동이 힘들어지는 이유는 기자 집단 내의 '공통의 가치'가 거의 없어지고 있어서"라며 "보도국의 준거집단이 되지 못하고 회사의 논리로 가고 있다. 이는 결국 지상파의 위기, 매체적 위기를 실질적 위기로 가속화시키는 데 기여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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